[세계타워] ‘1000만 영화’에 대한 기대와 우려

엄형준 2023. 12. 7.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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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봄'이 개봉 후 2주 만에 누적 관객 500만명을 돌파하며 꽁꽁 얼어붙은 극장가에 오랜만에 따뜻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그간 우울했던 영화계는 '서울의 봄'을 통해 잘 만든 영화는 여전히 관객을 동원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본다.

'서울의 봄'은 이보다 더 좋은 영화만이 1000만을 꿈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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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봄’ 드문 성공 계기, 관객 유입 전략 재점검 필요

‘서울의 봄’이 개봉 후 2주 만에 누적 관객 500만명을 돌파하며 꽁꽁 얼어붙은 극장가에 오랜만에 따뜻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개봉 둘째 주 주말, 첫째 주보다 관객이 늘며 상승세를 타고 있고, 영화가 상영될 수 있는 날도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1000만 돌파도 바라볼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이 나온다.

한국 영화 중 1000만 관객 기록 돌파는 ‘범죄도시3’을 포함해 21편으로, 예전부터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올해는 더욱 그렇다. 팬데믹 이후로 영화 산업은 침체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고, 올해는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가 손가락에 꼽힐 정도다. 한때 빠지지 않는 젊은이들의 데이트 코스였고, 저렴한 가족 나들이 장소였던 영화관이 이제는 스마트폰과 대형 TV에 밀려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엄형준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보급과 영화관 티켓 가격 인상, 제대로 된 콘텐츠의 부재가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창이던 2021년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은 전 세계 시청자를 사로잡았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넷플릭스는 9부작 시리즈로 이용자들의 눈길을 8시간 넘게 사로잡았다. 어디 ‘오징어 게임’뿐인가. 그해에만 ‘킹덤’, ‘D.P.’, ‘지옥’ 등 ‘메이드 인 코리아’판 글로벌 히트작들이 쏟아져 나왔다.

넷플릭스는 중국에서 코로나19가 시작된 2019년 4분기부터 콘텐츠를 쏟아내며 초고속 성장을 했고, 반대로 극장과 극장 영화는 벼랑 끝에 몰렸다. 2019년 1조9100억원이던 극장 매출은 2020년 5100억원, 2021년엔 5800억원으로 거의 4분의 1토막이 났다.

어려워도 코로나19가 지나가면 좋은 시절이 올 줄 알았건만, 한국 극장 산업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파산 위기에 처했던 미국 극장 체인의 올해 티켓 판매 수익이 빠르게 증가하고,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은 코로나19 이전의 70% 수준까지 회복된 것과 비교된다.

극장들은 코로나19 이후 수익을 늘리기 위해 극장 티켓 가격을 올렸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패착이 됐다. OTT라는 대체재가 있는 상황에서 가격 인상은 ‘외면’이란 결과만 낳았다. 코로나19 시절 만들어 놨던 작품들은 OTT 콘텐츠보다도 못한 경우가 많았고, 극장은 정작 가격을 올려놓고 빈 좌석을 채우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티켓을 할인 판매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이런 상황 속에 ‘서울의 봄’의 흥행은 분명 고무적이다. 12·12 군사반란이라는 대한민국 역사의 전환점을 그린 영화는 영화 산업에서도 하나의 전환점이 될 듯하다.

그간 우울했던 영화계는 ‘서울의 봄’을 통해 잘 만든 영화는 여전히 관객을 동원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본다. 그러나 올해의 이 드문 성공을 통해 이제 더는 극장 영화만이 아닌, OTT 콘텐츠와도 경쟁해야만 하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확인한다. 제작비와 재미, 완성도 모두 비교 우위에 있지 않은 영화는 이제 설 자리가 없다. ‘서울의 봄’은 이보다 더 좋은 영화만이 1000만을 꿈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다.

더해 ‘서울의 봄’은 극장의 관객 유입 전략을 점검해 보는 계기다. ‘서울의 봄’마저도 주말 좌석을 절반도 채우지 못하는 현 상황에서, 특단의 대책 없이 앞으로 한국 영화가 지금보다 더 많은 관객을 동원하긴 어려워 보인다. 티켓 가격을 할인하거나 통신 멤버십 할인 등 다양한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극장의 빈자리는 아무런 수익을 내지 못하는 한국 영화 산업의 불안요소다.

엄형준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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