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프리즘] 혁신의 아이콘 거북선

입력 2023. 12. 7.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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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판옥선 개량 거북선 구상
상부 무거우면 불안정성 커져
무게 유지·견고함 강화가 핵심
기술 혁신 통해 해전 승리 견인

기록에 거북선이 처음 등장하는 것은 태종 13년(1413)이다. ‘2월 임금이 임진도를 지나다 거북선과 왜선이 전투 연습하는 것을 보았다’는 실록의 기록이다. 그리고 거북선의 기능과 같은 내용도 보인다. 즉, ‘전선의 전후좌우에 천·지·현자(天地玄字) 총통을 설치하여 기계를 정비하고 사람들은 판옥(板屋) 밑에 숨어 몸을 노출시키지 않고서 빨리 노를 저어 곧장 적선에 가까이 다가가 그 높낮이에 따라 동시에 일제히 발사했다면, 어찌 격파하지 못할 이치가 있었겠으며…’ 명종 14년(1559)의 실록에 기록된 비변사 대신과 영부사가 왕에게 보고한 이야기다. 해전에서 판옥선을 잘 활용하여 왜군을 격퇴하는 방법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유성룡의 천거로 전라좌수사가 되어 1591년 2월경 여수로 내려온 이순신 장군은 임진왜란을 예감한 듯 조총으로 무장한 왜군을 무찌르기 위한 무기로 판옥선을 개량한 거북선을 구상한다. 난중일기에는 거북선을 건조하는 과정이 기록되어 있다. 1592년 2월8일 돛에 사용할 베 29필을 받았고 3월29일에는 거북선에서 방포 시험을 한다. 건조 중인 거북선에서 함포를 발사한 것인데, 2층(하장) 선두에 천자총통을 설치하고 사용에 문제가 없는지 시험을 한 것이다. 천자총통은 판옥선과 거북선에 장착하는 대형 함포인데 길이 3m의 대장군전을 발사하여 적선에 큰 구멍을 만들어 격침하는 대포이다. 한 번 발사할 때 30냥의 화약을 사용하여 발사 충격량도 대단히 크다. 따라서 천자총통의 발사 충격에 견딜 수 있도록 2층 하장을 튼튼하게 잘 만들었는지를 시험해 본 것이다. 4월11일에는 거북선에 돛을 만들어 부착하였다. 돛대에 돛을 만들어 부착하였다는 것은 거북선을 거의 다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 날인 4월12일 식후에 거북선에서 지자총통과 현자총통을 발사하는 것을 관람한 것은 하장 선두에 설치한 지자총통과 3층 상장에 설치한 용두의 현자총통 발사시험까지 실시함으로써 거북선은 거의 완성된 것 같다. 그리고 한 달 보름 뒤인 5월29일 사천 전투에 처음 출전한다.
채연석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1882년의 통제영계록을 보면 저판의 길이 67척의 거북선과 판옥선의 경우, 1층 바닥인 저판의 길이가 67척, 67.3척, 폭이 13척, 13.2척으로 같고 1층의 높이도 13척으로 서로 같다. 물론 2층과 3층 바닥인 하장과 상장의 길이도 88척, 폭도 33척, 33.5척으로 같았다. 즉 같은 규모의 거북선과 판옥선의 몸통(1, 2, 3층)은 서로 같은 것이다. 판옥선과 거북선이 사용하는 몸통의 크기가 같다면 상장 위에 설치하는 구조물의 무게도 서로 같아야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 만일 거북선 상장 위의 구조물의 무게가 판옥선의 상장 위의 구조물 무게보다 무거우면 거북선 무게 중심이 위로 올라가서 옆으로 기울어져 침몰하게 된다. 임진왜란 때에도 전투 중 군사들이 판옥선 상장의 한쪽으로 쏠리는 바람에 침몰한 적이 있었다. 따라서 그동안 많이 본 거북선 전체에 지붕을 씌운 형태는 판옥선의 상장 위의 지붕을 씌운 것처럼 무게중심이 위로 올라가서 불안정하므로 있을 수 없다. 거북선은 판옥선의 상장 위에 설치한 구조물(여장, 방패, 창고, 함포, 누각)에 해당하는 무게만큼 중앙에 개판을 만들고 내부에 작은 함포를 배치하고 선두에 용두를 달고 현자총통을 설치한 형태이다.

1815년 편찬된 ‘호좌수영지’에 의하면 전라좌수영에는 4종류의 군선이 있었다. 저판길이 70척인 ‘제1군선’, 저판길이 60척인 ‘제2군선’ 저판길이 50척인 ‘제3군선’과 같은 길이의 ‘제4거북선’이다. ‘제3군선’은 노가 18개이며 총 172명이 탑승하였고 ‘제4거북선’은 노가 16개이며 총 149명이 탑승하였다. 거북선에는 활을 쏘는 사부 5명, 노꾼 18명 등 모두 23명을 제3군선보다 적게 탑승시켰다. 탑승 인원을 줄여 전체 무게를 줄임으로써 속력을 빠르게 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적이 아군의 배에 올라오지 못하게 하면서 적 장군선에 가까이 접근, 대형 함포로 공격함으로써 명중률을 극대화해 적선을 격침하는 거북선의 아이디어는 이순신 장군이 제시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순신 장군 휘하의 나대용 장군과 선박기술자들은 그동안 판옥선 건조의 경험을 바탕으로 거북선 상장 위 개판을 판옥선 상장 위의 구조물과 같은 무게로 제작함으로써 안전하고 빠른 거북선을 단번에 건조하여 우리가 해전에서 승리하게 한 것도 대단한 혁신이다.

채연석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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