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교통난 문제는 돈이다

심윤지 기자 2023. 12. 6. 22:4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위례신사선, 15년 넘도록 지연
김포골드라인은 ‘과밀화’ 악명
검단신도시 도로 등 갈등 여전
정부가 내놓은 ‘신속구축방안’
사업비용 분담 관련 언급 빠져
전문가 “분담비율 명문화 필요”
서울지하철 9호선 열차가 승객을 가득 실은 채 운행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입주 이후 15년이 지났지만 2기 신도시의 교통난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수백억원에 달하는 광역교통체계 구축 비용 분담 주체가 모호하다 보니 사업시행자와 지자체, 중앙정부 간에 갈등이 끊임없이 반복되며 교통망 확충에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재원 부담이 명확하지 않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선 교통, 후 입주’라는 목표 달성이 요원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지난 5일 발표한 ‘신도시 광역교통망 신속구축방안’은 광역교통사업 행정절차를 단축 및 간소화하는 것이 골자다. 광역교통대책 수립 시기를 ‘지구계획승인 이전’에서 지구계획이 구성되기 전인 ‘지구지정 후 1년 이내’로 앞당기고, 광역교통기능을 수행하는 도로사업은 국토교통부 산하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대광위)가 직접 사업계획을 심의·의결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교통난에 시달리고 있는 2기 신도시 사례를 보면 우여곡절 끝에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더라도 늘어난 사업비를 누가 분담할 것인가를 두고 공사 등 사업이 지연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위례신도시 교통대책의 핵심인 ‘위례신사선’은 입주 이후 15년이 지나도록 첫 삽조차 뜨지 못했다. 지난 9월 기획재정부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민투심) 안건으로 올랐으나 사업비에 대한 이견이 불거지며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09년 수분양자들이 낸 분담금(2300억원)을 포함해 시행사인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전달한 사업비(3100억원)로는 사업 진행이 어렵다는 시공사(GS건설 컨소시엄) 측 요청이 발단이 됐다.

김영환 위례공통현안비대위원장은 “10년 이상 사업이 표류한 데다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며 물가가 워낙 오르다 보니 사업 환경이 급격하게 악화됐다”며 “민간투자사업 관련 법령에는 ‘총사업비를 변경할 수 있다’는 선언적 조항만 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는 정해져 있지 않아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위례 주민들의 민원이 이어지자 기재부는 ‘공사 기간 중 건설투자 총 생산 디플레이터를 적용한 공사비가 기존 물가상승률을 적용한 공사비를 7% 이상 상회할 경우 차액의 50% 선에서 총사업비 조정을 할 수 있다’고 지침을 개정했다. 현재 서울시와 GS컨소시엄 측 사업비 협의가 진행 중이지만, 정부가 총사업비 증액을 제한하고 있는 구조에서는 사업 장기화 우려가 남아 있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과밀화’로 악명 높은 김포골드라인은 예타를 피하기 위해 국비나 도비 지원을 받지 않고 개통을 서두르다 2량 열차만 운행 가능한 ‘미니 승강장’을 건설해 문제가 된 경우다. 인천 검단신도시에 예정된 ‘원당~태리 광역도로’ 역시 김포시와 인천시 간 사업비 분담 문제로 수년간 갈등을 빚다가 인천시가 단독 추진하는 것으로 바뀌면서 시간을 허비했다.

현재 광역교통망 구축에 드는 사업비는 국가, 지방자치단체, 사업시행자 등이 나눠서 부담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신도시 사업시행자가 분양자들에게 걷는 분담금만으로는 충당이 어려워서다. 문제는 명확한 비용 부담 비율이 광역교통법에 규정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정부, 지자체, 사업시행자가 그때그때 협의해 임의로 정하다 보니 갈등이 자주 발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황배 남서울대 드론공간정보학과 교수는 “예타를 통해 타당성이 있다고 판명되면 이후 사업비와 분담 비율을 확정하는 것이 일반적 프로세스”라면서도 “둘 이상의 지자체를 지나는 광역교통에서는 자금을 누가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가 법적으로 명문화돼 있지 않다 보니 사업 무산이나 지연이 잦다”고 말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