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팔 주민 폭행 이스라엘인 ‘입국 금지’…유대인 정착촌 향한 ‘경고장’
미, 이례적 강경 조치…“종전 후 ‘두 국가 해법’ 달성 뜻 확인”
미국 정부가 최근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잇따라 발생한 팔레스타인 주민 폭행에 연루된 이스라엘인에 대해 비자 발급을 중단하고 입국을 금지하겠다고 5일(현지시간) 밝혔다. 양측 갈등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서안지구 유대인 정착촌 확장과 정착민들의 폭력 행위에 경고장을 날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서안지구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개인에게 적용되는 새로운 비자 제한 조치를 발표한다”고 밝혔다. 외신들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중에 미국이 이례적 조치를 취했다고 평가했다. 악시오스는 이스라엘인에 대한 비자 제한이 빌 클린턴 행정부 이후 처음이라고 소개했다.
유대인 정착촌은 이·팔 평화 정착을 위한 두 국가 해법에 걸림돌이 돼 왔다. 이스라엘은 2005년 가자지구에서 유대인 정착촌을 철거하고 모든 이스라엘인을 철수시켰지만, 서안지구에 남아 있던 정착촌에선 오히려 충돌이 격화됐다. 이스라엘 극우정부는 서안지구에서 유대인 정착촌 확장 정책을 펼쳐왔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스라엘 인구 900만명 가운데 약 10%가 서안지구와 동예루살렘에 조성된 150개 정착촌과 128개 전초기지에 살고 있다. 정착촌은 국제법 위반이라는 국제사회 비판에도 이스라엘 정부가 건설 승인을 강행하며 만들어졌고, 전초기지는 극우 성향의 일부 이스라엘인이 정부 허락 없이 자체적으로 지은 것이다.
이들이 서안지구로 이주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전체 정착민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초정통파 유대인들은 가자지구와 서안지구 모두 이스라엘 영토로 규정하고, 정착촌 확장을 통해 팔레스타인인들을 몰아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부는 저렴한 생활비와 정부의 재정 지원에 매력을 느껴 정착촌으로 옮겨간다. 정착촌은 1967년 3차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서안지구와 가자지구를 강제 점령한 이후 본격적으로 건설됐는데, 이스라엘 정부는 이후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 영토에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각종 정책 자금을 제공했다. 알자지라는 연간 2000만셰켈(약 70억50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된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지금까지 정착촌 확장 움직임에 우려를 표하면서도 적극적으로 제지하진 않았다.이례적인 강경 대응을 시사한 배경엔 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 정착민의 폭력 행위가 양측 갈등을 위험 수위까지 부추기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조치는 미국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끝난 뒤 ‘두 국가 해법’을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며 “두 국가 해법을 이루기 위해 유대인 정착민 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숙제”라고 분석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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