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때 닫은 공주보 수문…펄밭 변한 금강, 악취 진동

강정의 기자 2023. 12. 6.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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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시, ‘대백제전’ 전 담수
10월 행사 끝나도 개방 안 해
흰수마자 서식지 파괴 위기
당국 “재개방할 이유 없어”
지난 4일 충남 공주시 공주보 인근 금강 모습. 공주보 담수로 인해 금강 주변이 펄밭으로 변해 악취가 심하게 나고 있다.

“축제를 위해 수문을 닫은 지 2개월여 만에 물이 새까맣게 변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악취도 진동하고 있어요. 도대체 왜 수문을 열지 않는지 답답할 뿐입니다.”

지난 4일 오후 충남 공주시 웅진동 공주보 인근 금강의 물줄기를 따라 이동하며 강변을 살피자 펄밭으로 변한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산책을 나왔다는 한 시민은 “탁한 물을 보니 수질이 악화한 것 같아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고 했다. 공주보 주변 일부 농민들도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한 채로 악취 피해를 호소했다.

농민 김봉균씨(67)는 “5년 전부터 공주보가 전면 개방된 후 금강 물이 깨끗해지고 주변 생태계도 살아났었는데 수문을 닫아놓으면 수질이 나빠질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쿰쿰한 냄새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이웃도 많다”며 “정부와 자치단체에서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주보 주변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축제와 같은 지역 행사를 위해 수문을 닫은 후 재개방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공주시 웅진동과 우성면 평목리를 잇는 금강에 설치된 길이 280m 규모의 다기능 보인 공주보는 2012년 8월 준공됐다.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한 4대강 정비사업의 하나로 건설된 이후 줄곧 담수됐던 공주보가 전면 개방된 것은 2018년 3월부터다.

장기간 물을 가둬놓으면서 녹조가 발생하는 등 수질이 악화되자 문재인 정부 시절 상시 개방키로 한 것이다. 다만 ‘대백제전’ 행사를 위해 매년 약 한 달간 일시적으로 수문을 닫기도 했다.

공주시는 지난 9월23일부터 10월9일까지 열린 대백제전을 앞두고 “행사 볼거리인 유등과 부교를 금강에 띄우기 위해 수위를 높여야 하는 만큼 10월20일까지 공주보 수문을 닫아달라”고 환경부에 요청했다. 공주시 관계자는 “시설물 철거 등을 고려해 축제 폐막일보다 11일가량 늦게까지 수문을 닫아달라고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축제 개최 일주일 전인 지난 9월16일 공주보 수문을 닫은 이후 행사가 끝나고 관련 시설물이 모두 철거됐는데도 아직도 수문을 다시 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올해 초 가뭄·홍수 등의 기상 여건이나 녹조 발생 등을 고려해 보를 담수하거나 개방하겠다는 내용의 계획을 수립했고, 지난 9월 대백제전 행사를 위해 공주보 담수를 결정했다”며 “현재로선 공주보를 다시 개방해 수위를 낮춰야 할 만한 특별한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예년과 달리 공주보의 담수 기간이 대폭 길어질 조짐을 보이자 환경단체들은 지역을 살리기 위해 추진한 문화제가 오히려 생태계 파괴의 빌미를 제공하는 꼴이 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공주보 담수 이후 유속이 느려진 강에는 온통 오염된 펄이 쌓이고, 깨끗한 모래 여울이 없어지면서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흰수마자의 서식지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수자원공사와 순천향대 멸종위기어류복원센터가 2021년 낸 ‘댐 유역 하천의 멸종위기 어류 정밀 모니터링 및 복원방안 연구 보고서’에는 4대강 보 개방 이후 흰수마자 등 멸종위기종의 서식지가 크게 회복됐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글·사진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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