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힘을 다해 싸울게, 일터에서 더는 사람들이 죽지 않도록[김용균 5주기 - 릴레이 기고]

권도현 기자 2023. 12. 6.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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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어머니 김미숙씨(김용균재단 대표)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 위해
재단 만들고 쉼 없이 달렸어
비정규직이 위험 몰리지 않는
더 안전해진 사회를 꿈꾼다

너를 못 본 지 벌써 5년이 지났다는 게 믿기지 않는구나. 여러모로 너에게는 부족한 부모였지만 네가 태어나 자란 25년 동안이 엄마에게는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었어. 하나밖에 없는 너를 잃는다는 건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일이었어. 너를 잃는다는 것은 동시에 엄마도 삶의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라 늘 차 조심하라며 건강만 걱정했었지, 어떤 부모가 자식이 들어간 회사가 위험한 환경이란 걸 알 수가 있었겠어.

그런데 그토록 두렵던 일이 갑자기 벌어진 거야. 네가 다니던 서부발전 하청 한국발전기술 이사라는 사람이 처음 만난 빈소에서 나에게 “네 잘못”이라 했던 말이 이해하기 어려웠어. 아직 수사 결과도 없는 상태에서 어떤 근거로 자식 잃은 나한테 함부로 말하는지 의심투성이였어. 그래서 사고 현장도 갔지만 이미 회사가 물청소해서 사고를 은폐해버린 상태였어. 한 사람의 죽음을 놓고 회사가 하는 행태가 괘씸하기 짝이 없었지.

그때 치를 떨며 다짐했어. 내가 살아서 꼭 해야 할 숙제,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해야지 내가 너를 볼 면목이 조금이라도 설 것 같았어. 그래서 먹기 싫은 밥도 먹어가며 악착같이 온 힘을 다해 싸워야만 했어.

힘들었던 것은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너를 냉동고에 두고 싸워야 했던 거야. 너는 바로 나인데 말라가는 시신을 생각하면 현실이 너무도 비참했어. 그런데도 네가 원하는 것과 내 생각이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했어. 우여곡절 끝에 합의도, 진상규명도 국가 차원으로 해냈고 너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당당하게 밝힐 수 있었어.

원·하청 회사 모두가 아무도 안전을 책임지지 않은 것이 너를 잃게 만든 가장 심각한 모순이라는 것을 듣고 가슴 아팠어. 비정규직, 하청, 가장 취약한 말단 직원이라 시키면 시키는 대로, 더 위험에 내몰렸던 아들을 생각하니 이 땅의 모든 비정규직의 비애에 더욱 공감이 갔어. 그런데 1·2심 재판을 보고 있자니 속에서 천불이 났어. 잘못은 맞지만, 처벌할 수 없다고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을 하는 거야.

이미 약자에게 더 가혹한 나라가 되어 있더라. 돈이 세상을 지배하는 잘못된 구조가 대다수 국민의 삶을 허덕이게 만드니 살아내기가 얼마나 힘들겠어. 대법원 선고 기일이 12월7일로 잡혔는데, 마음 같아서는 너를 죽게 만든 사람들 모두 감옥행으로 응징하고 싶다마는 지금의 사회가 사람을 귀하게 여기지 않다보니 별 기대는 하지 않기로 했어. 당장은 힘들겠지만, 이 길이 막히면 다른 길을 열어가면 되니까. 우리 너무 낙담하지 말자. 그리고 엄마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네가 하늘의 별이 되어 반짝반짝 빛내며 지켜봐주길 바란다.

네가 떠나고 네 이름을 딴 재단을 설립해서 더 이상 비정규직의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쉼 없이 달려왔어. 그 과정에서 많은 시민들과 함께 중대재해처벌법을 제정했지만,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법 적용을 올해까지 미루면서 지금까지 산재 사망이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어. 산재로 참 많이 돌아가시는 걸 보는 게 너무 힘들고 나를 지치게 만드는구나. 그렇지만 처참히 죽어간 너를 생각하며 마음 다잡을게.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가 6일 충남 태안군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에서 열린 ‘고 김용균 5주기 현장추모식’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지금 엄마가 관심 가지고 하는 일은 중대재해처벌법 개악을 막는 일이야. 중대재해처벌법 개악을 막는 것도, 노조법 2·3조를 개정하는 것도 수많은 사람의 죽음을 막을 수 있는 일이기에 무엇이든 다 하고 싶은 심정이야. 지금은 민주주의가 뒷걸음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우리에게 머지않아 기회가 올 테니까 잘 준비하면서 숨 고르고 기다리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

사랑하는 나의 아들 용균아! 그곳 어디선가 엄마, 아빠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 너무 사랑하는 내 아들 용균아. 너를 지키지 못한 못난 엄마라 미안하고 미안하지만, 아낌없이 사랑을 줬던 그때가 지금도 너무 그립다. 우리 사회 모두가 안전해질 그날까지 엄마는 힘낼 테니까 너도 지켜봐주었으면 좋겠다.

<시리즈 끝>

태안 |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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