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예의 흔적”…‘최다 글자’ 새겨진 목간 출토
[앵커]
종이가 세상에 나오기 전 옛 선조들은 기록을 위해 목간이라 불리는 나뭇조각을 썼습니다.
경기도 양주에서 후삼국시대 제작된 목간이 발견됐는데, 국내 발굴 목간 중 글자 수가 가장 많아 당시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귀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노태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삼국시대 축조된 산성이 웅장한 모습을 드러냅니다.
한켠에서 발견된 원 모양의 대형 우물.
이 안에서 기와와 토기 등이 대거 출토됐는데, 바닥 근처에서 나무로 만든 배 모양과 함께 길이 30㎝ 정도의 목간 한 점이 발견됐습니다.
모두 8면으로 된 목간은 한 면에는 사람 모양이 선명히 그려져 있고, 나머지 6면에는 글자가 촘촘히 새겨졌습니다.
글자 수는 모두 123자, 지금까지 최대였던 신라 시대 목간 98자보다 20자 이상 많습니다.
1차 판독 결과 '정개 3년', '병자', '대정', '대룡'이라는 글자가 확인됐습니다.
'정개'는 후삼국 시대 궁예가 세운 태봉이 914년부터 918년까지 사용했던 연호입니다.
삼국사기 등으로 전해오던 태봉국의 사료가 실물로 드러난 겁니다.
[김병조/기호문화재연구원 팀장 : "태봉의 3년, 병자년 하면 916년이거든요. 연호와 간지가 합치된 절대 연대가 나왔기 때문에…"]
신해년, 즉 891년에 태어난 무등이란 인물 이름도 보이는데, 기존 역사 문헌 기록에는 나오지 않는 새로운 인물입니다.
무등이란 사람이 우물에 살고 있는 용에게 제사를 지낼 때 이 목간을 사용한 것으로 학계는 추정하고 있습니다.
[채규철/경기도 양주시 학예연구사 : "대룡신에게 소를 잡아서 제사를 지낸다는 모습에서 볼 때 태봉국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의 생활사도 엿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양주시는 목간에 대한 정밀 조사를 의뢰하는 한편, 추가 발굴을 통해 감춰진 '태봉국'의 모습을 확인하겠다는 계획입니다.
KBS 뉴스 노태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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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영 기자 (lotte0@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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