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등 140개 꺼지자 車 뒤엉켜...울산, 15만가구 정전에 대혼란

울산/김주영 기자 2023. 12. 6.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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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울산시 남구와 울주군 일대에서 발생한 정전으로 공업탑 일대 신호등이 꺼져 차들이 서행하고 있다. 이날 옥동변전소 변압기 문제로 남구와 울주군 일부 지역이 정전됐다./뉴시스

6일 오후 울산 남구와 울주군 일부 지역에서 대규모 정전이 발생해 15만5429가구에 약 1시간 50분 동안 전기 공급이 중단됐다. 정전으로 도로 신호등이 꺼지고, 엘리베이터가 멈춰 사람이 갇히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지난 2017년 서울·경기에서 발생한 20여 만 가구의 정전 이후 6년 만에 가장 큰 규모다.

한전 울산지사와 울산소방본부에 따르면, 정전은 이날 오후 3시 38분쯤 울산시 남구 옥동과 무거동, 신정동, 달동, 선암동, 상개동, 야음동, 울주군 범서읍 등 8개 지역에서 발생했다. 한전 관계자는 “남구 옥동변전소 절연 설비가 고장 난 것이 정전 원인으로 추정된다”며 “오후 5시 5분 변전소 수리는 마무리됐고, 5시 25분 변전소에서 상가, 아파트 등으로 나가는 배전 선로까지 모두 복구됐다”고 말했다.

전기 공급이 끊긴 약 1시간 50분 동안 정전 피해 지역 주민들은 불안에 떨었다.

도로의 신호등 140개가 꺼지면서 울산의 주요 도로는 뒤엉킨 차량들로 엉망이 됐다. 경찰 200여 명이 투입돼 수신호로 통제했다. 울산 도심의 공업탑 로터리와 연결된 왕복 6차선 도로 5개는 모두 200~300m씩 정체됐다. 한 운전자는 “평소 10분이면 지나가는데 30분 넘도록 꼼짝도 못 하고 있다”고 했다.

주택가가 밀집해 있는 신정동 봉월로 일대에서는 횡단보도마다 경찰관이 서서 수신호로 차를 세운 뒤 주민들을 직접 건네주기도 했다. 주민 김모(38)씨는 “신호등이 깜빡이는 게 아니라 아예 꺼져 있고, 곳곳에서 경적이 울려 무서웠다”고 했다.

이날 경찰과 소방에는 주민들의 신고가 빗발쳤다. 총 880여 건의 신고가 접수됐고, 이 중 엘리베이터에 갇혔다는 신고가 31건, 교통 불편 신고 122건, 안전사고 12건, 화재 의심 신고 6건 등이었다.

남구 신정동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김민근(43)씨는 “정전으로 초등학교 3학년 여학생이 엘리베이터에 갇혔는데 119구조대가 와도 문을 못 열었고, 엘리베이터 수리 기사도 40분이 지나서야 도착했다”며 “아이가 얼마나 공포에 떨었는지 제대로 울지도 못하고 있었다”고 했다. 옥동의 한 빌딩에서도 변호사 사무실의 한 직원이 엘리베이터에 40여 분 동안 갇혔다가 구조됐다. 그는 “119가 연결이 잘 안돼서 엘리베이터 업체에 바로 전화를 했다”며 “구조되자마자 소름이 끼쳐 사무실 직원들과 일찍 퇴근했다”고 말했다.

이날 신고가 폭주하자, 울산시는 울산 시민들에게 “비긴급 신고는 110, 긴급재난신고는 119로 연락해 달라”는 내용의 재난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학교와 학원이 모여 있는 신정동과 옥동에서도 하교 시간에 정전이 되면서 한바탕 혼란을 겪었다. 학원들은 긴급 휴원을 알렸고,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찾느라 학원 앞으로 모여들었다.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을 둔 한 학부모는 “학원 수업이 없다는 메시지를 받자마자 휴대폰 배터리가 떨어져 충전도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다가 직접 아이를 데리러 왔다”고 했다.

단수 피해도 있었다. 남구 일부 주택가에는 정전으로 수도가 끊겼다. 신생아를 키우고 있는 김현주(42)씨는 “분유 먹일 시간에 물도 나오지 않고, 전기 포트도 사용할 수 없어서 애를 먹었다”고 했다. 옥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서모(59)씨는 “밥솥이 꺼져서 손님 5팀 정도를 돌려보냈다”며 “앱 배달 주문도 2시간가량 중단됐다’고 했다.

비상 발전 시설을 갖추고 있는 대형 병원이나 법원, 은행 등은 일시적인 피해만 겪었지만, 소규모 병원이나 동사무소 등에서는 업무에 차질을 빚었다. 이날 신정1동과 신정2동, 신정5동, 무거동, 옥동 등 일부 동사무소에서는 컴퓨터 전원이 꺼지면서 민원 업무가 마비돼 시민들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남구청 관계자는 “‘신호등이 왜 꺼졌느냐’ ‘정전 언제 복구되느냐’ 등 문의 전화가 쇄도하고, 동사무소를 찾았던 민원인들이 구청으로 몰려와 하루 종일 북적였다”고 했다.

정전이 발생한 한 소아과 병원에서는 컴퓨터와 의료기기가 멈춰 접수 후 기다리던 환자들을 돌려보내야 했다. 이 병원 관계자는 “혹시나 금방 돌아올까 하고 기다리는 환자들이 있었지만 결국 ‘휴진’을 알리고 진료를 중단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병원에서는 기계식 주차타워가 작동하지 않았고, 공영주차장에서는 차단기가 멈춰 차량을 못 빼는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울산 남구청은 이날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꾸려 피해 신고를 접수하고, 복구 현황을 파악했다. 또 정전이 발생한 피해 지역에는 직원들을 보내 오후 늦게까지 비상 상황에 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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