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절 우려 없다는데…몸값 뛰는 요소수
동난 주유소 2.9%뿐인데…2년 전 대란 재연 불안 반영된 듯
한 달에 1만㎞를 달리는 21t 화물트럭 운전자 A씨는 매달 평균 80ℓ의 요소수를 넣는다. A씨는 “장거리 뛰는 분들이나 요소수를 많이 넣어야 하는 차량 소유주는 체감상 더 불안해 미리 요소수를 구입해두는 경우도 많다”며 “2년 전 ‘요소수 대란’ 이후 2배 가까이 오른 요소수 가격이 이번 사태로 다시 뛸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6일 경향신문 취재에 따르면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등록된 전국 요소수 판매 주유소 3410곳 중 약 100곳에 요소수 재고 물량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물류센터가 몰려 있어 화물차 이동이 많은 경기도 일대 총 844곳 주유소 중 요소수 재고가 없는 곳은 28곳이었다.
전국 주유소에서 요소수가 동난 곳은 2.93% 정도로 사재기나 대단위 품절을 우려할 정도는 아닌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에 편승해 ℓ당 평균 1200~1400원대이던 요소수를 최대 6000원까지 올려 판매하는 주유소가 등장했다.
한 화물업계 관계자는 “요소수를 10ℓ당 1만3000~1만4000원 정도에 사는데 주유소가 아닌 유통업자를 통해 사려면 2만원을 줘야 한다”며 “일반 운전자들도 요소수를 못 살까봐 비싼 가격에도 구매하는 것을 보면 운전자들의 불안이 가격에도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디젤승용차 운전자 B씨는 “2년 전 요소수 사태가 떠올라 최근 가격을 봤더니 2만~3만원짜리까지 등장했더라”며 “아직은 주행가능 거리에 여유가 있어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요소수 전문업체 롯데정밀화학에서 운영하는 ‘유록스’ 공식몰에는 ‘일시적인 주문 폭증으로 인해 택배 서비스가 한계에 도달하고 있어 주문 후 배송까지 한 달 정도 소요될 수 있다’는 안내문이 공지돼 있다. 서울~경기도를 매일 승용차로 출퇴근하고 있는 C씨는 “온라인 사이트에서 요소수를 주문하려고 보니 한 달 가까이 기다려야 하거나 가격이 전보다 올랐다”며 “마트에는 있다고 하니 다행이지만 매년 이런 사태가 반복될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요소는 석탄에서 추출한 암모니아로 제조하며 농업용 비료, 경유차 배출가스 저감장치, 석탄발전소 탄소 저감장치 등에 사용된다. 이 때문에 요소 부족은 차량 운행은 물론 산업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2021년 10월 중국이 요소 수출을 규제하자 당시 수입량 97%를 중국에 의존한 국내에서는 요소수 품귀 현상이 발생해 큰 혼란이 벌어졌다. 정부는 이후 요소 수입처 다변화를 추진해 중국산 요소 수입 비중을 66.5%까지 떨어뜨렸지만 올해 들어 다시 90%대로 돌아왔다.
요소는 크게 자동차용과 농업용으로 분류해 알갱이 형태로 수입된다. 원재료 그대로 들여오는 차량용 요소와 달리 농업용은 비료로 사용하기 쉽도록 요소 알갱이를 코팅하는 점이 다르다. 코팅하지 않은 요소는 시간이 지날수록 뭉쳐져 요소수를 만드는 데 어려움이 있다.
업체들은 가까운 거리에 있는 중국에서 요소를 주로 수입해오는 실정이다. 중국발 요소 수급이 불안할 때만 제3국의 요소 수입망을 활용한다. 중국의 요소 공급이 안정되면 시장 원리에 따라 이익 극대화를 위해 가격 경쟁력이 강한 중국산 도입을 다시 늘린다.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이날 롯데정밀화학, 롯데마트 등 요소수 수입·유통 기업 관계자들과 면담하면서 “차량용 요소의 안정적 수급에 문제가 없으니 국민께서도 안심하시고 필요한 물량만 구매해달라”고 강조했다.
전날 중국 언론은 중국 비료업계 주요 기업들이 내년도 요소 수출 총량을 자율적으로 제한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요소 수출 규제가 내년 1분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진주 기자 jinj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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