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조각에 빼곡히 적힌 123자…'궁예의 나라' 이야기
1100년 전, 종이가 귀해 나무 조각에 쓴 글씨가 이제야 발견됐습니다. 궁예가 세운 나라, 그 당시 사람들의 이야기가 적혀있었는데요. 무엇에 쓰는 물건이었을까요.
정수아 기자입니다.
[기자]
30cm 길이 나뭇조각에 새겨진 그림을 자세히 보면 사람의 얼굴이 보입니다.
종이가 귀하던 시절, 나무에 글씨와 그림을 남긴 '목간'입니다.
얼마 전, 경기도 양주의 한 산성에서 발견됐는데 국내에서 발견된 목간 중 가장 많은 123글자가 적혀 있습니다.
중요한 건 또 있었습니다.
'정개 3년' 후삼국 시대 궁예가 세운 태봉에서 쓰던 연호입니다.
이 글씨 덕분에 만든 시기를 916년으로 특정할 수 있습니다.
'무등'이라는 인물이 용에게 제사를 지냈다는 내용으로 당시 태봉 사람들의 생활상도 엿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목간이 출토된 이곳 우물에서 제사를 지낸 흔적이 발견됐습니다.
[채규철/학예연구사 : 소를 잡아서 여기다가 제물로 바치고 대룡에게 '소를 바치는 맛을 보시옵소서' 이런 내용들이…]
용을 신으로 섬기고 적을 물리쳐달라 바랐던 기록은 전쟁으로 혼란스러웠던 후삼국 시대 백성들의 바람을 엿보게 합니다.
발굴작업이 절반 정도 진행된 가운데 이곳에선 목간 뿐 아니라 토기와 기와도 추가로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의 남과 북 사이에 걸쳐 있어 그동안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못했던 태봉의 모습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화면제공 양주시]
[영상디자인 김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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