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금융의 그림자' 전세사기, 악순환의 덫 [마켓톡톡]

한정연 기자 입력 2023. 12. 6.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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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신용등급 전망 하향조정
지방정부 그림자 금융 진원지
美 금융위기 그림자 금융서 발생
韓 그림자 금융 전세계약 빨간불
그럼에도 정부 부양책 꺼낼까

# 무디스가 중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중국 부채 문제의 진원지는 지방정부의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이다. 미국도 2008년 그림자 금융의 문제로 금융위기를 맞았다.

# 한국의 전세사기도 같은 메커니즘에서 발생했다. 여러 정권이 집값 하락기에 부양책으로 맞불을 놓은 결과로 풀이된다. 정부가 집값 상승이라는 신화를 방치하는 한 전세사기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다. 한‧미‧중 3국의 그림자 금융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대전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가 지난 12월 5일 가두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8세기 이후 등장한 모든 경제학자는 부동산 가격에 큰 관심을 가졌다. 마르크스의 「자본론」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토지와 지대(토지 사용료)가 끊임없이 상승하는 문제를 지적하면서 "잉여가치가 점점 커져도 결국 지대로 전환한다"고 주장했다. 토마 피케티는 자본소득이 노동소득보다 빠르게 불어나면서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한다고 주장했다.

현실적으로도 주택 가격이 지속해서 상승하면 가계대출이 늘어나 산업 투자와 소비가 실종된다. 역사적으로 주택 가격이 지나치게 오르거나 내릴 때 자본의 잘못된 분배와 함께 위기가 닥치곤 했다.

우리나라에서 집값은 단기적으론 내려도 결국엔 오르는 것이었고, 그래서 "집값은 오늘이 가장 싸다"는 게 통설이 됐다. 이는 투기심리를 자극해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받아 주택 매입)을 대량 양산했고, 전세사기 문제로 이어졌다.

집값 상승을 막지 못한 게 가장 큰 문제지만, 매번 돌아오는 가격 하락기에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를 바로잡기보다 연착륙이라는 이름의 부양책을 택한 것도 문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2020년 역대 대통령 재임 기간 집값 상승률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노무현 정부에서 서울 82.5㎡(약 25평) 아파트 가격은 무려 94%나 급등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어 김대중 정부(73.0%), 문재인 정부(53.0%‧2020년 5월 기준)가 뒤를 이었다.

노무현 정부가 집값을 역대 최대치로 끌어올렸다면, 이명박 정부는 부동산 규제를 대거 완화하고 인천‧오산 등에 신도시를 조성해 공급을 늘리는 강력한 부양책을 썼다. 2008년 금융위기로 부양책이 힘을 쓰지 못하자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외 주택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를 전면 해제하고,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을 올리고 종부세율은 내렸다. 결과적으로 이 기간 서울 82.5㎡ 아파트 기준 매매가는 -13%를 기록해 연착륙에 가까운 효과를 냈지만, 근본 문제에는 접근하지 못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전체 전세 보증금의 약 12%를 지급보증한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정부도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집값이 집권과 함께 하락하자 대규모 완화책을 내놨다. 올 1월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서울 전역을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했고, 주택금융공사를 통해서 9억원 이하 주택을 대상으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제한 없이 최장 50년 동안 최대 5억원을 연 4%대 금리로 빌려주는 특례보금자리론을 도입했다.

그러자 영끌족이 다시 등장했다. 주택담보대출이 3월 1.0%, 4월 1.8%, 5월 3.6%, 6월 6.4%, 7월 5.6%, 8월 6.6%, 9월 5.7% 증가하자 금융위원회는 지난 9월 14일 '가계부채 현황 점검 회의'에서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하지만 주담대는 10월 5조8000억원, 11월에도 5조9000억원 증가했다.

그런데도 여야는 국회교통위원회에서 재건축초과이익 부담금을 대폭 완화하더니 종부세 대상자를 1년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줄이면서 집값 굳히기에 나섰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도 지난 5일 "기본적으로 규제 완화의 입장을 갖고 시장을 대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집값 하락기는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발생한 1‧2차 세계 인플레이션이 겹치면서 예전과는 달라졌다. 넓은 의미로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이라고 볼 수 있는 전세제도에 큰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피해자도 속출했다.

그림자 금융이란 은행 수준의 엄격한 규제 밖에 있는 금융회사나 금융상품을 말한다. 국제 금융안정위원회(FSB)는 이를 정규 은행 시스템 외부의 실체‧활동을 포함하는 신용중개 행위로 정의한다.

개별 전세계약은 개인들의 금전 거래지만, 전세 보증금 규모가 6월 기준 1058조3000억원(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고, 국토부 산하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체 전세금의 12%인 120조4063억원(올해 9월 기준)의 지급을 보증했다면, 그림자 금융으로 봐도 무방하다.

민병철 주택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 그림자 금융 전세?'라는 보고서에서 "전체 보증금 잔액은 2020년 기준 약 870조원으로 같은 시기 가계 주택담보대출 잔액인 910조원에 육박한다"며 "전세를 광의의 그림자 금융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상황을 들여다보자. 그림자 금융은 최근 10년 동안 중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돼 왔다. 중국 부채 문제의 뇌관으로 꼽히는 것도 각 지방정부가 만든 '지방정부 대출기구(LGFV)'다.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지난 5일 중국의 신용등급을 A1으로 유지하는 대신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무디스는 "중국의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의 부채 위기가 금융위기로 확산하는 것을 정책적으로 막으려 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도덕적 해이를 피하면서 재정을 억제하고 금융시장의 안정을 유지하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최대 부동산 회사인 컨트리가든의 베이징 공사 현장에 시위 차량이 주차돼 있다. [사진=뉴시스]

2008년 미국 금융위기의 진원지도 그림자 금융이었다. 미국 정치인들은 1999년 글래스-스티걸 법안을 폐기해 은행이 각종 금융회사를 세우게 조장했고, 2000년엔 파생상품 규제완화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 결과로 발생한 게 은행이 아닌 금융회사들이 만든 각종 파생상품이라는 그림자 금융이었다.

금융회사들은 주택담보채권(MBS‧mortgage-backed securities)을 발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복잡한 부채담보부증권(CDO‧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을 만들었다. 신용등급이 낮은 온갖 대출이 함께 섞인 이 CDO를 금융회사들은 2006년에만 5조달러어치를 팔았다. 결국 주택 가격 하락기에 주택담보대출이 대거 부실채권으로 전락하면서 역대급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우리나라의 전세 보증금은 기본적으로 우량한 채권이었다. 임차인이 직접 주거 중인 주택을 담보로 이용하기 때문에 그 위험성이 비교적 낮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국토부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가 인정한 전세사기 피해자만 벌써 8000명이 넘어섰다. 정부가 수십년간 여러 차례의 주택 가격 하락기를 구조적 재편 없이 부양책으로 넘기면서 구매자들의 '영끌 투자'를 유도한 결과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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