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론직설] “위성통신·AAM 도약 골든타임 놓칠까 우려···우주항공청 설립 서둘러야”

고광본 선임기자 2023. 12. 6.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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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상근부회장
경제·안보 직결 우주항공시장, 반도체·車만큼 커질 것
韓 항공산업 OEM 납품, 우주산업 걸음마 벗는 단계
우주항공 선도국들 카르텔 넘고 성장동력 확충 위해
컨트롤타워에 범부처 협의와 대통령 직보 허용해야
김민석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상근부회장이 6일 서울 용강동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산업과 안보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우주항공 분야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촉구하고 있다. 고광본 선임기자
[서울경제]

“항공 산업은 한계에 다다른 위기 상황이고 우주 산업은 걸음마를 벗어나는 단계가 아닙니까. 이달 중 국회 통과를 기대합니다만 우주항공청 법안이 계속 표류해와 참 안타깝죠. 경제와 안보 모두 직결된 우주항공 분야가 반도체·자동차 등 주력 산업 못지않게 커질 텐데 말이죠.”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을 지낸 김민석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상근부회장은 6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주항공청을 조속히 출범시켜야 연구개발(R&D), 산업 진흥, 국제 교류·탐사, 인재 양성이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재 우주항공 분야는 각 부처마다 각개약진하는 실정이어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우주항공청 설립이 절실하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에 두도록 돼 있는 것이 한계로 지적된다. 따라서 우주항공청에 범부처와 협의할 권한을 주고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처럼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그의 제언이다.

그는 “주요 국가들의 경우 국가전략산업으로 설정한 우주항공 산업에 집중 투자해 관련 매출이 국내총생산(GDP)의 1~2% 수준에 이르는데 우리는 관련 매출 비중이 0.3%에 그친다”며 “미래항공모빌리티(AAM)를 비롯한 위성통신, 우주 수송·탐사 등 우주항공 분야의 시장이 10~15년 내 자동차·반도체·배터리·조선 등과 비견될 정도로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의 항공 산업이 1970~1980년대 IBM의 메인프레임컴퓨터라고 치면 AAM은 애플의 노트북컴퓨터 수준이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연구원·기자·공무원 등으로 40여 년간 군사 안보 분야를 다뤄왔는데.

△그동안 중국·러시아를 제외하고 미국·스웨덴·프랑스·이스라엘 등의 비행기 공장은 다 가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초음속 전투기인 KF-21 등 전투기를 개발했지만 민항기 제조는 쉽지 않다. 미국·유럽이 기술 표준화와 인증 체계라는 카르텔을 내세워 군림하고 있다. 독일·일본도 민항기를 만들지 못하는 실정이다.

-AAM이나 위성통신 등이 눈앞에 다가온 것처럼 우주항공은 산업과 안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국가전략기술이 아닌가.

△그렇다. 우주항공 산업은 일단 진입 장벽을 넘으면 20~30년간 안정적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항공기를 수출할 경우 30년은 유지·보수비로 판매액의 세 배가량을 받는다. AAM은 도심항공모빌리티(UAM)와 지역항공모빌리티(RAM)를 합친 개념으로 10~15년 뒤 상용화돼 교통 혁명을 가져올 것이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AAM 시장 규모는 2040년에 현재 항공 산업의 세 배 가까이 되는 1조 6000억 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분석된다. 배터리와 제너레이터(항공 엔진)를 장착해 2인승은 1시간, 5인승은 2시간가량 수백 m의 상공을 날아 500㎞를 거뜬히 이동할 수 있다. 전기차 바퀴 대신 프로펠러를 붙이는 방식이다. 항공기 부품이 20만~30만 개인 데 비해 AAM 부품은 3만 개 정도에 불과하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도 2030년 매출 비중이 자동차 50%, AAM 30%, 로봇 20%가량 될 것이라고 했다. 또 미국 스페이스X(스타링크)와 영국 유텔셋원웹 등이 펴고 있는 저궤도 위성통신 시장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올해 K방산의 수출이 급성장세이지만 선도국에 비하면 우주항공 산업의 수준은 갈 길이 먼 것 아닌가.

△그렇다. 전차·자주포·경공격기·미사일·잠수함 등 K방산이 올해 약 200억 달러의 수출을 기록하는 등 약진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항공 산업을 보면 보잉과 에어버스 등에 부품과 장치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납품한다. 다품종소량생산이고 사람 손으로 하는 게 많다. 문제는 5년 내 우리의 인건비 경쟁력이 사라지면 그들은 납품처를 동유럽·인도·동남아로 바꾸려고 할 것이다. 국내 항공 기술은 선도국의 80~90% 수준이지만 항공 산업의 핵심인 설계·엔진·소재 등에서 취약하다. 우주 분야는 수출이 전무할 정도로 갈 길이 멀다.

-우리가 미국의 첨단 전투기를 구매할 때 절충교역을 통해 기술이전을 받는데 F-35 전투기를 보면 핵심 기술은 주지 않는 것 같다.

△당초 F-35 기술을 수십 개 준다고 했다가 막상 4개의 핵심 기술은 이전하지 않고 있다. 마치 냉면집의 육수 기술은 줄 수 없으니 미이행 벌금을 물겠다는 것이다. 우주 기술로 받는다든지 다른 방법을 찾는 게 낫다. 그래도 미국은 다른 나라들보다는 약속한 대로 하려고 하는 편이다.

-군용기와 달리 민항기를 보면 비법을 안다고 해도 선도국에서 인증해주지 않는데.

△일본 미쓰비시가 2008년부터 MRJ라는 중형 항공기 개발에 1조 엔을 들여 시제기들을 만들고 인증을 시도했지만 끝내 2020년 실패로 마감했다. 시제기는 박물관으로 들어갔다.

-그렇다면 우리는 AAM 같은 신산업을 적극 키우는 게 낫겠다.

△그렇다. 미국·독일·중국 등 경쟁자가 많은데 배터리와 제너레이터, 분산 동력 장치, 오토파일럿 등 핵심 기술 확보를 통해 빨리 기체를 개발하고 민항기처럼 인증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AAM과 우주 분야에서 우리의 인증 체계 구축이 늦어지면 선도국들은 5~10년 내 카르텔을 형성하거나 새로운 인증 체계 규제를 만들 것이다.

-자칫하면 민항기처럼 OEM 납품처로 전락할 수도 있는데.

△맞다. AAM의 경우 현대차와 한화가 미국 법인을 설립해 현지 인증 체계에서 생산해 한국으로 들여오려고 하는데 이것은 국산이 아니다. 이대로 가면 결국 항공 선도국에 종속될 우려가 크다. 소재·부품·장비 기술을 키워 기체를 만들고 스타트업에도 공유하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기업과 함께 울산의 자동차 부품사 30%가량을 AAM으로 돌려 10~15년 뒤 국내에서 연 30만 대씩 생산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데 힘을 보태려고 한다. 항공 관련 기업이 많은 경남 사천이나 구미, 광주 쪽도 마찬가지다. 빨리 스마트팩토리로 바꾸고 교육도 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에서 1조 5000억 원 규모의 AAM 예비타당성조사 통과가 두 번이나 불발된 뒤 내용을 분리해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가 올봄 각각 예타를 신청했으나 인증 체계 및 운항 시스템(국토부)은 통과되고 기체 개발(산업부)은 또다시 불발됐다.

김민석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상근부회장이 6일 서울 용강동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산업과 안보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우주항공 분야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촉구하고 있다. 고광본 선임기자

-민간 주도의 우주 개발 시대가 열리고 있는데 우리는 아르테미스 29개 참여국 중 유일하게 우주 컨트롤타워가 없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우주 개발에 투자하는 올드스페이스(old space)에 치중돼 뉴스페이스(new space)는 공백 사태다. 미국·유럽 등에서는 뉴스페이스가 본격화하고 있다.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는 파괴적 혁신을 통해 가격 절감과 성능 향상을 꾀해 선두로 치고 나갔다. 우주발사체 시스템을 작게 만들고 티타늄 대신 강철 선재를 쓰거나 비싼 연료펌프 자리에 자동차 에어컨펌프를 응용해 대체하는 식이다. 핵심인 1단 발사체 재활용도 계속 늘리고 있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정부도 스페이스X에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물자를 실어보내는 2조 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밀어줬다. 우주는 가깝게는 위성통신, 우주 관광, 중장기적으로는 우주 쓰레기 처리, 우주 공장, 우주 자원 채취 등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우리나라에서 스타링크 서비스도 조만간 시작되는데 한국의 통신위성 서비스 움직임은 부족하다.

△국내 통신사들이 스타링크 서비스 초읽기에 들어가고 한화시스템도 원웹 투자에 이어 서비스를 들여오려 하지만 자체 위성통신 개발 노력은 적다. 스타링크는 이미 5000개 이상의 소형 위성을 400~600㎞ 상공의 저궤도에 띄워 북미·유럽·일본 등에서 위성통신·인터넷·전화 서비스에 들어갔다. 장기 목표는 4만 2000개 발사로 잡고 있다. 현재 월 99달러 가입자가 약 150만 명인데 1억 명쯤 되면 가격이 확 낮아질 것이다. 중국도 2025년까지 1만 3000개의 소형 위성을 띄워 위성통신에 나서는 궈왕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위성통신 서비스를 하지 않으면 6세대(6G) 등 차세대 통신 경쟁력이 떨어지고 안보나 정보 보안도 취약해지게 된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흑해함대를 공격할 때 머스크가 스타링크를 차단해 성공하지 못한 사례도 있다. 우리도 앞으로 1000~2000개의 소형 위성을 저궤도에 쏘아 올리면 한반도 등 일정 권역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위성의 수명이 보통 5년이어서 매년 200~400개를 발사해야 하지만 그 이상의 전후방 효과가 날 것이다. 또 전남 고흥 발사장만으로는 턱도 없으므로 민간 발사장과 각종 시험 설비 등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우주항공청의 리더십을 보완하기 위해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는 한 대통령이 국가우주위원회를 주재한다’는 조항을 넣어 관련 법을 통과시켰으면 한다.

△동감한다. 부처 간 칸막이를 낮추기 위해 우주항공청에 범부처와의 협의 권한 부여와 대통령 직접 보고 허용이 필요하다. 우주항공청이 정쟁에 발목 잡혀서는 안 된다.

◆He is···

1958년 울산에서 태어나 대구 계성고, 울산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경영학과에서 2002년 ‘인터넷 쇼핑몰 가치 평가 기준’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선임연구원으로서 워게임 시뮬레이션 모델 코딩을 하다가 1988년 말 ‘5년 뒤 북한이 핵을 개발할 가능성이 확실시된다’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1994년 중앙일보 군사전문기자로 옮겨 ‘밀덕(밀리터리 덕후)’ 1세대로 활약했다. 2016년까지 5년 3개월 동안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을 지냈다. 언론사로 컴백했다가 올 3월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로 옮겼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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