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나는 어떤 관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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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에서 근무하던 30여 년 전, 하우스를 관리하는 안내 요원들에게 공연 관람을 방해하는 몰상식한 관객 사례를 조사한 적이 있었다.
이후 시대가 변화하며 공연 관람 예절 안내 등 제작자의 노력과 관객 스스로 관람 태도를 개선하려는 자정 노력이 점진적으로 이뤄졌다.
또 장르나 공연 특성에 맞는 관객 행동 요령을 관객 간에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정보를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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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에서 근무하던 30여 년 전, 하우스를 관리하는 안내 요원들에게 공연 관람을 방해하는 몰상식한 관객 사례를 조사한 적이 있었다. 최악으로 기억하는 사례 몇 가지를 보면 앞 좌석 등받이에 발을 올린 채 코를 골며 잠든 취객, 무료 초대권을 현금으로 환불해 달라고 조르거나 음식물 반입 금지라는 안내에도 콜라며 먹거리를 들고 입장하려는 관객, 반바지·슬리퍼 차림에 강아지를 안고 나타난 관객, 안내 요원을 무시하며 고위 관계자로 사칭해 무료 입장을 시도하는 관객 등 지금 상식으론 상상하기 어려운 추태가 만연했다.
이후 시대가 변화하며 공연 관람 예절 안내 등 제작자의 노력과 관객 스스로 관람 태도를 개선하려는 자정 노력이 점진적으로 이뤄졌다. 이제는 공연을 보는 기본 매너뿐만 아니라 클래식 공연에서 남녀 성별이나 대상 규모에 따라 브라보·브라바·브라비나 앙코르 등을 구분해 외치는 제법 유식한 관객도 심심치 않게 본다. 또 장르나 공연 특성에 맞는 관객 행동 요령을 관객 간에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정보를 공유한다. 자신이 관람하는 공연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소통하고 즐기려는 이런 자세는 긍정적으로 보인다.
반면 최근 공연계에선 지나치게 형식에 치우친 관람 태도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공연장에서 몰입을 깰 수 있는 그 어떤 소음도 용납하지 않는 미동도, 반응도 없는 죽은 객석을 의미하는 시체 관극이란 말이 있다. 이는 극단의 매너를 강조하는 태도가 만들어낸 다소 기형적인 관람 형태로 이러한 관람 방식의 강요가 많은 공연 초심자들에게 트라우마를 남긴다고 한다. 내 돈 내며 즐기러 갔다가 긴장한 상태로 눈치만 보다 나와 다시는 공연장을 찾지 않는다고 한다.
음향에 극도로 민감한 클래식 공연의 경우 연주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관객 소음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더 나아가 관객과 호흡하고 반응이 드러나야 할 공연에서마저 이런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경직된 관객 행동양식이 지배하고 확산하며 발생하는 또 하나의 문제로 공연 질과 무관한 커튼콜 행태를 들 수 있다. 분명 좋지 않은 연주였음에도 공연이 끝나자 객석에서 과도한 브라보나 앙코르 콜이 이어지는 것을 보며 눈살을 찌푸린 경험이 있다. 유명 연주자들의 공연에서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이쯤 되면 좋은 공연을 보기 위해 극장을 찾는 것인지 아니면 일종의 관극 의식을 행하기 위해 관객 행세를 하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관객은 공연을 구성하는 세 가지 요소 중 하나다. 관객이 없는 예술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관객 또한 작품 완성에 기여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형편없는 공연에는 강하게 저항하고 좋은 공연에는 아낌없이 찬사를 보낼 수 있는 비판적 사고와 시선을 가진 관객이 늘어날 때 공연을 만드는 창작자와 실연자도 비로소 긴장하고 발전할 수 있다. 그래서 공연장을 찾은 나의 발걸음이, 오늘 내가 보낸 갈채가 공허하게 휘발되는 신기루 같은 것이 아닌, 누군가에게 소중한 공연으로 발전하기 위한 한 줌 자양분이 되기를 바란다.
[박인건 국립중앙극장 극장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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