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고대 문명과 콜로니얼 문화가 공존하는 멕시코 여행 에세이] 18-⑥ 수백년 세월, 프레스코 성화 간직한 '지붕 없는 교회'

경기일보 2023. 12. 6.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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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없는 교회’(앞)와 수도원 단지(뒤). 박태수 수필가

 

몬테 알반을 뒤로하고 쿠일라판 데 게레로에 있는 산티아고 아포스톨 수도원 단지로 간다. 쿠일라판 계곡은 기원전 500년부터 사포과 믹스텍족의 오래된 도시이자 원주민 종교에서 신성시하던 장소였다.

기록에 따르면 정복자 코르테스는 원주민을 가톨릭으로 개종시키기 위해 수도원을 세웠는데, 이 단지는 그들이 파괴한 석조 건축 재료와 원주민의 노동력을 동원해 지었다. 하지만 수도사는 어디론가 떠났고 수도원 건물은 국립 인류학 및 역사 연구소가 관리하는 국가기념물로 남아 있다.

수도원 단지로 들어선다. 먼저 ‘지붕 없는 교회’가 눈에 들어오는데, 전면은 르네상스 양식이 혼합된 플레터레스크 건축으로 아치형 입구가 세 곳에 있다. 중앙 상단 박공판 부분에는 도미니크 수도원 문장이 새겨 있고 정면 좌우 측면 꼭대기에는 뾰족한 원뿔 모양의 종탑이 있다. 교회는 16세기에 짓기 시작했으나 아직도 지붕이 없는 미완성 상태로 남아 있다.

지붕 없는 교회로 들어서자 오랜 세월의 무게가 느껴진다. 텅 빈 교회 내부 좌우에는 천장을 받쳤던 돌기둥과 기단석이 줄지어 서 있다. 마치 고대 그리스 신전에 온 듯한 느낌이 들지만 기둥과 벽면 아치에 흐릿하게 남아 있는 중세 프레스코 성화가 이곳이 교회였다고 알려준다.

벽체 한 곳은 고대 믹스텍족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비문이 있는데, 이곳에 살던 원주민을 달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세월이 흐르면 모든 것이 변하기 마련이지만 기둥과 외벽 아치는 수백 년 지난 세월의 고뇌(프레스코 성화)를 간직한 채 한마디 말도 없다. 박태수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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