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오랏 vs 리오하 … 스페인 와인 양대 산지, 당신의 선택은 [김기정 컨슈머전문기자의 와인 이야기]

김기정 전문기자(kim.kijung@mk.co.kr) 2023. 12. 6.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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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정반대의 길을 걷는 스페인 와인
프리오랏 '클로 모가도르'
스페인 토착 품종의 재발견
가르나차·카리네라로 승부
카베르네 소비뇽 비중 낮춰
리오하 '마르케스 데 무리에타'
이탈리아 슈퍼 투스칸처럼
카베르네 소비뇽 혼합 특징
템프라니뇨 소울은 안 잃어

한국 와인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받고 있는 와인이 스페인 와인입니다. 스페인의 포도밭 면적은 세계 1위지만 띄엄띄엄 심는 '고블렛' 방식으로 재배하는 곳이 많아 단위면적당 생산량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그래도 프랑스, 이탈리아에 이어 세계 3위 와인 생산국입니다.

스페인에는 원산지 등급 분류 중 가장 높은 등급인 DOCa 등급을 보유한 지역이 두 곳뿐입니다. 하나는 1991년 승급된 리오하(Rioja), 다른 하나는 2009년 승급된 프리오랏(Priorat)입니다. 스페인은 DOCa 등급과 별개로 2003년부터 단일 포도밭에서 생산되는 최고급 와인에 비노 데 파고(Vino de Pago)를 승인하고 있습니다.스페인 최고 와인 산지로 불리는 리오하와 프리오랏의 대표적인 와이너리 관계자들이 최근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프리오랏의 클로 모가도르는 스페인의 지역 특색을 잘 나타낼 수 있는 토착 포도품종에 대한 관심이 높았습니다. 기존에 사용했던 카베르네 소비뇽의 비중을 점점 낮추는 추세라고 합니다. '슈퍼 프리오랏'이 되길 원하지 않는다면서요.

반면 리오하의 무리에타 와인은 카베르네 소비뇽을 넣어 '슈퍼 리오한'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마치 이탈리아의 '슈퍼 투스칸'이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토착 포도품종인 산지오베제 대신, 카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로 글로벌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과 같습니다.

한국 소비자들은 고기와 함께 '카베르네 소비뇽'을 마시는 것을 유독 좋아합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위스키의 '싱글 몰트', 커피의 '싱글 오리진'처럼 와인도 여러 품종을 블렌딩한 것보다는 단일 품종, 특히 와인 생산지의 토착 품종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어떤 전략이 한국 소비자들에게 먹힐지 흥미롭습니다.

스페인 카탈루냐의 프리오랏은 12세기 수도사들이 수도원을 짓고 살던 지역입니다. 수도사들은 이곳에 포도를 재배하고 와인을 만들었는데 스페인 정부가 1835년 수도원 땅을 수용해 농부들에게 불하합니다.

하지만 1860년대 진딧물 필록세라로 포도밭이 망가지고 농부들도 도시로 떠나며 프리오랏은 황무지로 변했습니다.

이 황무지를 스페인 최고의 명품 와인 생산지로 부활시킨 사람이 클로 모가도르(Clos Mogador)의 생산자인 르네 바비에르(Rene Barbier)입니다. 한국을 방문한 사람은 같은 이름을 쓰는 아들 르네 바비에르입니다. 그는 "제 아들을 포함해 4대가 르네 바비에르라는 같은 이름을 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바비에르 집안은 프랑스에서 와인양조를 하다 필록세라 때 스페인으로 이주합니다. 할아버지 바비에르까지는 스페인에서 네고시앙으로 일했고, 아버지 바비에르가 1989년부터 척박한 황무지 프리오랏에서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합니다.

아버지 바비에르는 프리오랏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싱글빈야드를 고집하며 프리미엄 와인을 추구했는데 그 결과가 '클로 모가도르'입니다. 클로 모가도르는 여러 평론가들로부터 현대 프리오랏의 부활이라며 찬사를 받습니다. '죽기 전에 꼭 마셔봐야 할 와인 1001'에도 이름이 올라갔습니다. '클로 모가도르'는 비노 데 파고 등급을 받은 와인입니다.

아들 바비에르는 '변화'도 추구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스페인 포도품종인 가르나차, 카리네라의 재발견입니다. 프랑스 남부 론 지역에서 각각 그르나슈와 카리냥으로 알려진 포도품종으로 사실은 스페인 토착 포도품종입니다. 교황의 와인으로 알려진 프랑스 '샤토뇌프 뒤 파프'의 주 포도품종이 그르나슈입니다.

바비에르 씨는 "모든 것이 완벽한 와인이 아니라 '개성'이 있는 와인을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와인이 아니라 이탈리아 아마로네처럼 개성이 분명한 와인을 추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클로 모가도르에서도 카베르네 소비뇽의 사용 비중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바비에르 씨는 "아버지 때는 카베르네 소비뇽과 시라를 많이 사용했다. 하지만 지금은 가르나차와 카리네라에 좀 더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클로 모가도르'가 아버지의 와인이었다면 '콤투'는 아들 바비에르 씨가 추구하는 와인입니다. 기존에는 오크를 사용해 타닌과 구조감을 강화했지만 이제는 포도품종 본연의 맛을 내는 것을 원한다고 했습니다.

바비에르 씨는 "콤투는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만든 와인이다. 클로 모가도르와 전혀 다른 가볍고 상쾌한 와인을 만들고 싶었다. 대신 장기침용을 해서 복합미를 부여한다. 부드럽고 실키하면서 산도와 밸러스도 좋다"고 설명했습니다.

여성적 이가이, 남성적 달마우 … 서로 다른 매력에 반하실걸요?

리오하의 대표 와이너리 중 한 곳인 마르케스 데 무리에타(Marques de Murrieta)는 이가이(Ygay)로 글로벌 슈퍼스타로 떠올랐습니다. 와인 전문지 와인 스펙테이터는 2020년 와인 스펙테이터 톱100에서 이가이 2010년 빈티지를 1위에 올려놓았습니다. 이 와인은 템프라니뇨 85%, 마수엘로 15%로 만들었습니다. 템프라니뇨는 가르나차처럼 스페인 토착 품종입니다.

이번 한국 방문에서 무리에타는 달마우 2019빈티지, 마르케스 데 무리에타 2018빈티지, 2019빈티지 등 3가지 종류의 레드와인을 선보였습니다. 달마우(Dalmau)는 무리에타의 소유주 이름을 딴 와인입니다. 무리에타 와인 관계자는 "이가이가 여성적인 와인이라면 달마우는 남성적인 매력의 와인"이라며 "이탈리아에 슈퍼 투스칸이 있는 것처럼 달마우는 스페인 리오하의 '슈퍼 리오한'으로 불리는 와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슈퍼 리오한'이란 뉘앙스에서 보듯 달마우는 '카베르네 소비뇽'을 혼합한 게 특징입니다. 템프라니뇨 86%, 카베르네 소비뇽 10%, 그라시아노 10%를 혼합해 만들었습니다. 카베르네 소비뇽을 넣기는 했지만 템프라니뇨의 솔(soul)은 잃고 싶지 않았다고 합니다.

무리에타의 레드 와인도 좋지만 알바리뇨와 비우라로 만든 화이트 와인들도 무척 매력적입니다. 독특한 풍미와 스파이시함이 특징입니다.

한편 마르케스 데 무리에타 신규 빈티지는 2024년 초 전국의 에노테카 매장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김기정 컨슈머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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