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관 "불의와 싸우던 이재명 어디갔나…병립형 회귀 안돼"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이 선거제도 개편 문제와 관련, 민주당 지도부가 병립형 회귀 또는 위성정당 우회 창당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불의와 끝까지 싸우고 '이재명은 합니다'라던 그 이재명은 어디로 간 것인가"라고 직격했다. 김 의원은 친명계로 분류되지만, 선거제도 문제에 대해서는 꾸준히 소신 발언을 이어오고 있다.
김 의원은 6일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정치개혁을 위해 다당제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국민 앞에 선언했던 그 모습은 오로지 '위성정당을 반대'하고 다른 세력의 정치적 진출을 돕는 모습하고만 연동될 수 있다"며 "정치개혁 약속을 어긴다면 당의 운명은 통합이 아니라 분열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의원은 "이 대표께서 통합이 아닌 분열의 길을 가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며 "현행 연동형을 유지하고 민주당 의원 75명이 발의한 위성정당 방지법을 제정하겠다는 결심을 기다리겠다"고 했다.
김 의원은 특히 전날 홍익표 원내대표가 라디오 인터뷰에서 '모든 약속을 다 지켜야 되느냐'며 연동형 비례제 확대 약속 파기를 시사한 데 대해 "과연 공당의 지도부가 할 수 있는 말인지 제 귀를 의심했다"며 "그만큼 우리는 대중과의 약속 지킴에 무뎌져 있다. 어찌보면 그것이 지난 대선 패배의 결정적 요인이었기도 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물론 약속을 못 지킬 수 있다. 하지만 약속에도 무게의 다름이 있다"며 "이 결정이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 알아야 한다. 퇴행이라는 비판을 감수하고도 병립형의 길을 간다면 그 후과는 민주당 모두가 안아야 할 역사의 책임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했다.
그는 "많은 분들이 지금 선거제도에 관한 우려와 비판을 하고 있다"며 "(이는) 아직 민주당을 신뢰하기 때문이다. 신뢰가 없으면 비판도 없다. 다른 약속은 몰라도 이런 정도로 약속한 사항을 함부로 걷어차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국민의힘처럼 다른 정치세력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식의 태도는 민주당의 태도가 아닐 거라는 믿음이 아직 있는 것"이라며 "이런 믿음이 무너지면 대책이 있기 어렵다.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은 이탈할 것이고 오랜 세월 민주당을 사랑한 분들의 신뢰가 무너질까 제일 걱정"이라고 호소했다.
현재 민주당 지도부는 병립형 회귀 내지 우회적 방식의 위성정당 창당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달 28일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 있겠나"라는 발언을 해 병립형 회귀를 시사했고, 홍익표 원내대표는 지난 4일 "어떠한 형태든 연합 비례정당을 만들 필요성은 있다"고 했다.
이 대표 핵심 측근으로 꼽히는 김영진 정무조정실장은 연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대통령제 나라에서 다수당제를 가져가게 되면 정치의 불안정성이 구조화되고 더 많은 패악과 혼란이 올 것", "권역별 비례대표를 통한 병립형이 지금 여야가 최소한 합의할 수 있는 안"이라며 "(이런 방향으로) 이 대표에게 건의를 드리고 있다"(6일 MBC 라디오)라고 하기도 했다.
다만 이같은 지도부 핵심을 제외하면 당 안팎에서 병립형 회귀를 지지하는 목소리는 찾기 어렵다. 당장 친명계에서도 김 의원뿐 아니라 지난달 29일 이학영·민병덕·장철민·송재호·강민정·민형배 의원도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의 약속대로 위성정당을 막고 연동형 비례제의 취지를 지켜야 한다"고 했다. 위성정당 방지법은 김상희 전 국회부의장이 대표발의했고 민주당 친명-비명계를 망라한 75명의 의원들이 연서명해 발의됐다. 위성정당 방지법 발의에 참여한 이들 가운데는 황운하·이수진·우원식·양이원영 의원 등 친명 색이 뚜렷한 이들도 포함됐다.
비주류에서는 이미 '원칙과 상식'(김종민·윤영찬·이원욱·조응천 의원) 등이 연일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고, 이낙연·김부겸 전 총리, 손학규 전 대표 등 민주당 중진·원로들도 반대 입장을 뚜렷하게 밝히고 있다. 시민사회에서도 이부영·김상근·함세웅 등 범진보진영 원로들이 연동형 유지를 주장하며 이 대표를 설득하려 시도하고 있다.
박지현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 비참하게 지면 어쩌려고…"
한편 박지현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이 대표에게 쓴 편지글 형식의 SNS 글에서 "국민들께서는 대표님의 단식 말고 민주당의 혁신에 대해 기억하는 것이 없다. 심지어 대표께서는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 하셨다"라며 "우리가 부끄럽게 이기면 뭐 하나. 그러다 설혹 비참하게 지면 어쩌려고 그러시나"라고 꼬집었다. "민주당의 승리도 중요하지만, 민주당의 승리는 곧 국민의 승리가 되어야 한다. 민주당의 승리가 곧 국민의 패배라면 그 승리가 과연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그는 지적했다.
박 전 비대위원장은 "지난 대선, 저는 이 대표님의 당선을 돕기 위해 민주당에 들어왔다. 당시 후보님께서는 국민과 수많은 약속을 하셨고, 대표님께서 수없이 반복했던 약속은 바로 '정치개혁'이었다"며 "제3·4의 선택이 가능한 정치구조를 만들려는 건 이번 선거에서 도움받기 위해 하는 전략이 아니라 이재명이 평생 가진 꿈"(2022.03.04), "정치교체와 통합정부의 꿈은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일" (2022.03.04) 등 이 대표의 지난 발언들을 소환헀다.
그는 "단식 이후 건강은 회복하셨는지 궁금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 대표의 단식농성 당시 이 대표를 찾아와 눈물을 흘리며 '단식이 끝나면 회복식을 만들어드리겠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이날은 "대표님은 왜 정치를 하시나. 제가 대표님을 도왔던 것은 대표님이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정치인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라며 "대표님 주변에서 '원칙 없는 승리'를 속삭이는 아첨꾼들이 국민의힘과 야합해 선거제도를 과거로 되돌리려 하고 있다. 대표님께서 대선 때 수없이 반복했던 정치개혁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대표님의 정치적 미래도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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