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국 자생식물 이야기〈16〉동백나무(Camellia japonica L.)

2023. 12. 6.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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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색 통꽃이 통으로 떨어지는 겨울꽃, 동백나무
이동준(국립백두대간수목원)


동일한 식물이 지역에 따라 달리 불리는 경우가 많다
.
그래서 혼동의 여지도 많다. 울릉도에서는 섬말나리를 먹을 수 있는 나리라 하여 나리라 부르고, 참나리를 맛이 없다 하여 나리라 부른다.

동백나무(Camellia japonica)는 겨울에 피는 꽃나무라는 뜻에서 동백(冬柏 : 겨울동, 나무이름백)이라 부른다.

동백나무 또한 혼동이 많이 생기는 나무이다. 강원도 지역에서는 이른 봄에 노랗게 피는 생강나무를 동백이라 부른다.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에 나오는 노랑동백이 생강나무다.

피마자라 부르는 한해살이 아주까리도 아주까리 동백이라 부른다
. 동백나무에 비해 열매가 작게 달리는 쪽동백나무 또한 동백이라는 이름을 포함하고 있다.

예로부터 전기나 석유가 귀한 시절에 등잔불을 밝히는 등잔유로 식물성 기름(동물성 기름에 비해 그을음이 덜하다)을 활용해왔다. 동백나무, 생강나무, 아주까리, 쪽동백나무, 때죽나무 열매 기름을 등잔유로 써왔다.

눈에덮힌 울릉도 동백(백두대간 수목원 제공)


한편
, 동백이라 부르는 여러 기름을 머리에 발라 윤기나는 머리를 유지하는 데 활용해왔다. 동백나무는 남쪽지역과 해안지역에 분포하므로, 동백나무가 분포하지 않는 중부나 북부 산간지역에선 동백나무 대신 다른 나무의 열매를 동백 대용으로 이용해왔던 것이다.

동백나무는 차나무과 동백나무속에 속하는 상록성 큰키나무이다. 국내 동백나무속에는 자생종인 동백나무와 일본에서 도입된 애기동백, 중국에서 도입된 차나무 등이 있다.

전세계적으로 중국
, 대만, 일본에 분포하며, 우리나라에서는 황해도, 충청남도, 전라남북도, 경상남북도, 제주도, 울릉도 등지에 분포한다.

잎은 어긋나고
, 타원형의 두꺼운 가죽질로 광택이 난다, 잎 끝이 뾰족하며 가장자리에 물결 모양의 잔 톱니가 있다.

꽃은 가지 끝이나 잎 겨드랑이에 하나에서 여러 개가 달린다
. 꽃의 구조는 꽃받침이 5개 이상이고, 꽃잎이 5~7, 수술이 90~100, 암술대가 세 갈래로 찢어져 세 개처럼 보인다.

꽃잎은 비스듬히 펴지고
, 많은 수술은 꽃잎에 붙어서 꽃잎이 떨어질 때 함께 떨어진다. 꽃받침은 꽃이 핀 뒤 떨어진다. 꽃자루는 없다. 꽃은 양성화로 이르면 10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 피지만, 개화 절정기는 3~4월이다. 꽃잎은 붉고, 수술대는 여러 개고 흰색이다. 꽃밥은 노란색이다.

아름다운 동백꽃(국립백두대간 수목원 제공)


꽃의 밑부분에 꿀이 많이 나오고, 동박새가 이 꿀을 빨아먹는 과정에서 꽃가루받이가 이루어진다. 곤충이 활동을 멈춘 겨울철에, 겨울꽃 동백은 수정을 위해서 꿀을 내주고 곤충 대신 동백새를 선택한 것이다.

열매는 둥글고, 딱딱하며, 과피가 두껍다. 열매는 삭과로 9~10월에 익으며, 종자는 검은색을 띤 갈색이다.

길이
2~3정도의 열매는 가을로 접어들면서 붉은색으로 변하면서 익는다. 익으면 열매가 세 갈래로 갈라지면서 속에 든 검은 갈색의 씨앗이 밖으로 드러난다.

지름 1.5정도의 종자는 딱딱한 껍질로 덮여 있다. 배와 배젖은 크고 희다. 배젖에는 다량의 지방이 저장되어 있는데, 이 기름을 짜서 동백기름으로 활용한다.

재배특성 및 번식방법

반그늘 내지 강광에서도 잘 자라지만, 상록성으로서 동절기 내한성은 낮은 편이다. 본래 남부지방에 주로 생육하는 식물이지만, 중북부지방에서도 찬 바람을 막아주고, 낙엽, 왕겨 등으로 피복을 해주면 월동을 어느 정도 기대할 수 있다.

배수가 잘 되는 사질토양에 부엽토를 섞어서 재배하는 것이 좋고, 강한 햇빛에서도 잘 자란다. 잎이 두꺼운 다육질로서 바닷가 해풍에도 잘 견딘다.

동백나무는 실생, 줄기 삽목 등으로 쉽게 증식할 수 있다. 9~10월 채종 즉시 직파하면 발아율이 높다. 동백나무 종자는 지나치게 말리면 발아율이 떨어진다.

삽목의 경우에도 발근율이 높다. 6~8월에 당년에 나온 가지를 삽수로 조제하여 삽목한다. 추위에 약하므로, 가을 또는 겨울철 이식은 피하도록 한다.

여수 오동도 의 동백나무 자생지(국립백두대간 수목원 제공)

원예·조경용

다육질에 광택이 나는 잎, 잔가지를 잘 내서 수형 및 수세가 좋은 특성, 척박한 환경에서도 강건하게 자라는 성질, 겨울에도 푸르른 상록성 형질, 꽃이 귀한 겨울철에 붉은색 통꽃을 주렁주렁 다는 특성 등, 동백나무의 관상가치는 널리 알려져있다. 실제로 남부지방의 가로수 조성이나, 공원 경관 조성 등에 두루 활용되고 있다.

식·약용

동백기름은 예로부터 등불을 밝히고 머리를 윤기나게 하는 데 이용되었다. 또한 동백나무는 재질이 단단하여 얼레빗(빗살이 성긴 빗으로 보통 얼레빗으로 대충 머리카락을 가지런히 한 후 참빗으로 마무리한다), 장기판, 가구 등 생활도구 재료로 사용되었다.

동백꽃은 꽃차로 이용하고, 동백기름은 식·약용, 화장품 등으로 이용한다. 동백기름은 여러 기름 중에서 불포화지방산을 많이 함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불포화지방산 중에서 특히 몸에 좋은 올레인산이 84% 정도 함유되어 있다고 한다.

올레인산은 강력한 항산화기능으로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를 감소시켜 고혈압, 뇌졸중, 심근경색, 동맥경화 등 심혈관계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백나무 열매(국립 백두대간 수목원)


동백기름은 화장품 원료로도 많이 이용되고 있다. 최근(202311) 아모레퍼시픽이 개발한 동백 유래 화장품 원료가 유기농·천연 화장품 국제인증(COSMOS) 표준성분으로 승인받았다. COSMOS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천연원료로 승인받은 성분을 사용해야 한다.

동백나무처럼 봄(), 여름(), 가을(열매), 겨울() 사계절에 걸쳐 볼거리를 제공하는 식물이 중북부지역에선 월동이 어렵다는 것이 무척 아쉽다.

울릉도를 고향으로 둔 필자에게는 겨울과 봄에 동백꽃을 따서 꿀을 쭉쭉 빨아먹은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 온 세상이 눈으로 뒤덮여도 붉은색 통꽃 동백꽃은 멀리서도 한 눈에 들어온다. 먹을거리가 부족한 시절에 동무들과 재미삼아 꿀을 빨아 먹던 때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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