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환의 과학세상] 예견된 중국발 요소 부족 사태…농업용 비료 걱정해야

이덕환 서강대학교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 입력 2023. 12. 6.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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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 세관이 한국으로의 요소 수출 통관을 보류한 가운데 5일 오후 서울 한 주유소에 요소수를 1통씩만 제한해 판매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제공

2021년 11월 ‘요소수 대란’을 촉발했던 중국산 요소(尿素, urea)가 또 말썽이다. 우리 기업이 국내로 반입하기 위해 확보해 놓았던 요소의 선적을 중국 세관이 갑자기 중단해 버렸다고 한다. 사전에 양해를 구하거나 통보를 해주지도 않았던 거친 조치였다. 

한 달 남짓 만에 끝나버린 2년 전의 요소수 대란과 달리 이번 중국의 요소 수출 제한 조치는 상당 기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내년 1분기까지 계속된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우울한 전망이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중국산이 90%를 차지하고 있는 요소의 원활한 수급은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중국의 요소수출 중단 보도 관련해 설명하는 강종석 부단장. 연합뉴스 제공

● 부실한 대응과 묘한 관심

사실 중국의 요소 수출 제한은 이미 징조가 나타나고 있었다. 블룸버그통신이 요소의 주요 생산국인 중국의 은밀한 요소 수출 제한 가능성을 처음 보도한 것은 지난 9월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종식으로 경기가 살아나면서 중국 내수 시장에서 요소 비료의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것이 문제였다.

이미 베트남에서는 요소 비료의 가격이 7월보다 최대 30%나 급등했다는 소식도 있었다. 실제로 10월 초에는 일부 대형 비료 제조업체가 우리 기업과의 계약을 거부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정부의 실질적인 대응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요소 수출 시도를 그냥 두고 본 셈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이번 조치가 공식적인 것도 아니고 정치적 의도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정부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중국과 같은 권위주의 국가에서는 공식과 비공식의 구분이 쉽지 않고 정치적 의도가 없는 정책은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이다.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수입선 다변화’와 같은 선문답(禪問答) 수준의 대책도 절망적이다. 톤당 400달러로 값이 싸면서 비중(比重)이 1.3으로 부피가 큰 범용 소재인 요소의 경우에는 운송비 부담을 무시할 수 없다.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카타르와 같은 나라에서 요소를 수입하려면 최대 톤당 150달러의 운송비를 부담해야 한다. 수입선 다변화는 값이 비싸면서 부피가 작아서 운송비 부담이 적은 제품에나 적용되는 대책이다.

정부와 언론의 관심이 묘하다. 온통 ‘차량용 요소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런데 2020년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가 수입하는 요소 중 경유차의 오염 저감을 위해 필요한 ‘차량용’ 요소수 생산에 사용되는 물량은 고작 8만 톤 수준으로 전체 수입 물량 83만 톤의 10%에도 미치지 않는다.

절반이 넘는 46만 톤은 ‘농업용’ 비료로 사용된다. 멜라민과 같은 요소 수지 합성이나 발전소 등에서 사용하는 요소수 생산에 사용되는 ‘산업용’ 요소의 비중도 35%나 된다. 결국 중국이 요소 수출을 제한하면 가장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는 것은 차량용 요소수가 아니라 농업용 비료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미 요소의 가격은 크게 올라버린 상태다. 2년 전 요소의 국제 가격은 톤당 300달러 수준이었다. 우리나라의 수입 가격도 이미 30%나 뛰어버린 상황이다. 중국산 요소의 수입이 계속 막혀버리면 비료의 소비자 가격은 앞으로도 더 크게 오를 수밖에 없다. 비료값이 오르면 모든 작물의 재배에 심각한 원가 상승 요인이 발생하게 된다. 그마저도 수급이 원활한 경우의 이야기다. 정부와 언론이 비룟값과 비료의 수급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만 한다.

'요소수 부족 사태' 농사 차질 걱정하는 농민들. 연합뉴스 제공

● ‘비료용’과 ‘차량용’의 화학적 차이

농작물의 재배에 꼭 필요한 ‘질소비료’로 사용하는 ‘농업용’ 요소와 SUV‧버스‧트럭과 같은 경유 자동차에 필요한 ‘요소수’ 생산에 사용하는 ‘차량용’ 요소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은 아니다. 순도나 품질에도 큰 차이가 없다. 다만 농업용 요소는 과립의 알갱이가 서로 달라붙는 것을 막아주기 위해 고결(固結) 방지제로 코팅해놓은 것이 다를 뿐이다.

요소수는 2015년부터 적용하기 시작한 유로6 배출가스 기준이 적용되는 경유 차량에 사용한다. 경유 차량에서 많이 배출되는 질소산화물(NOx)을 질소와 물로 분해해 주는 ‘선택적 촉매환원장치’(SCR)에 필요한 제품이다. 대형 공장과 발전소의 대형 보일러에도 같은 목적으로 요소수를 사용한다.

요소수는 정교한 품질이 필요한 정밀화학제품이 아니다. 요소수 제조에 사용한 요소의 ‘순도’에 지나치게 신경을 쓸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다만 과립이 서로 달라붙지 않도록 해주는 고결 방지의 목적으로 황(sulfur)가 포함된 화합물을 코팅하지 않은 ‘산업용’ 요소를 물에 녹이기만 하면 누구나 만들 수 있다. 물 1리터에 요소 325그램을 녹이기만 하면 32.5% 농도의 차량용 요소수가 된다. 누구라도 어디에서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다. 특별한 기술이나 장비가 필요한 일이 아니다. 

요소의 농도가 40%인 ‘산업용 요소수’를 묽혀서 만들어도 된다. 요소수 탱크에 산업용 요소수 10리터를 넣고 생수 2리터를 더 넣어주면 된다. 요소 농도의 차이를 제외하면 차량용 요소수와 산업용 요소수는 근본적으로 똑같은 제품이다. ‘농도’와 ‘순도’가 다른 산업용을 차량에 사용하면 SCR의 성능이 떨어지거나 고장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는 근거를 찾기 어려운 억지다. 실제로 2년 전 환경과학원의 실험으로도 확인된 명백한 사실이다.

다만 황 성분이 포함된 고결 방지제로 코팅한 비료용 요소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 자칫하면 코팅제에 포함된 황이 SCR의 표면을 오염시켜서 성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료용 요소라도 황 성분이 포함되지 않은 유기물 코팅제를 사용한 비료용 요소는 차량용 요소수를 만들어도 된다.

사실 2년 전의 요소수 대란은 몹시 부끄러운 일이었다. 전 세계에서 요소수 때문에 온 나라가 요란하게 시끌벅적했던 것은 우리나라뿐이었다. 차량용 요소수를 정밀화학제품으로 착각한 정부와 일부 어설픈 전문가가 만들어 낸 어처구니없는 해프닝이었다.

산업용 요소수를 묽혀서 쓰면 SCR의 성능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당시 환경부와 전문가의 주장은 일반적인 화학 상식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억지였다. 사실 산업용 요소수를 차량에 사용하더라도 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당시 청와대가 대통령 전용기를 오스트레일리아까지 보내서 요소수를 실어 오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도 그런 착각 때문이었다.

요소수가 떨어졌다고 경유 차량을 무작정 세워둘 이유도 없다. 요소수 탱크에 생수를 넣으면 된다. 물론 어쩔 수 없는 경우에만 일시적으로 사용하는 긴급 처방이다. 요소수를 사용하지 않으면 대기 오염이 심각해진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SCR의 고장이 모두 요소수의 ‘품질’ 탓이라는 진단도 믿을 것이 아니다. 자동차의 다른 부품과 달리 온전하게 화학적 원리로 작동하는 낯선 SCR에 익숙하지 않은 자동차 전문가의 어설픈 진단일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SCR 장치에서 요소수를 공급해 주는 밸브의 누출 가능성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시동을 끈 후 SCR이 완전히 식은 상태에서 요소수가 계속 SCR 촉매 위로 흘러나오면 요소가 침착(沈着)되어 SCR을 막아버리는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SCR 촉매의 작은 구멍이 막혀버리면 차량의 배기가스가 원활하게 배출되지 못하기 때문에 엔진의 정상적인 가동이 불가능해진다. 차량의 머플러를 막아버리는 것과 같은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요소수. 위키피디아 제공

● 식량 안보와 직결되는 요소 생산

요소는 1910년 독일의 프리츠 하버가 개발한 ‘질소 고정법’과 1922년 역시 독일의 카를 보슈가 개발한 ‘요소 생산법’을 이용한다. 공기 중에서 분리한 질소와 천연가스의 개질로 생산한 수소를 섭씨 400도, 200기압의 조건에서 금속 촉매를 이용해서 합성한 암모니아를 섭씨 200도, 150기압에서 석탄‧천연가스의 연소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와 다시 반응시킨다.

두 공정이 모두 많은 양의 에너지를 소비하고 적지 않은 오염을 발생시키는 고온‧고압 공정이다. 실제로 전 세계적으로 생산되는 개질 수소의 90%가 암모니아‧요소 생산에 사용된다.

 요소의 생산에는 고도의 첨단 기술이 필요하지도 않고, 비싼 특허료를 내야 할 이유도 없다. 그래서 오늘날에는 개발도상국도 요소 생산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중국‧인도‧러시아‧인도네시아‧파키스탄‧미국이 요소의 주요 생산국이다. 특히 미국과 일본은 여전히 농업용 요소를 자급자족하고 있다. 의약품 제조에 사용하는 고순도의 요소도 있다.

우리도 중화학산업을 본격적으로 육성하기 시작한 1961년 충주비료를 시작으로 호남비료‧영남화학‧한국비료 등에서 상당한 양의 요소를 생산했다. 그러나 값싼 중국산 요소가 등장하면서 경제성을 상실한 탓에 2012년부터는 요소 생산을 완전히 포기해 버렸다.

우리가 값싼 중국산 요소를 안정적으로 공급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안이한 신자유주의적 인식으로 결정한 일이었다. 국제 무역 관행을 통째로 무시해버리는 중국 정부의 횡포로 값싼 중국산 요소의 확보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은 고려하지 않았다. 이제 우리의 식량 안보를 위해 요소 생산을 다시 시작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필자소개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2012년 대한화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과학기술, 교육, 에너지, 환경, 보건위생 등 사회문제에 관한 칼럼과 논문 2900편을 발표했다. 《같기도 하고, 아니 같기도 하고》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번역했고 주요 저서로 《이덕환의 과학세상》이 있다.

[이덕환 서강대학교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 duckhwan@sogang.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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