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올 국토부 장관님은 좀 다를까요" [이미연의 발로 뛰는 부동산]
국토부 장관 후보자에 '역대급 기대' 쏠리는 중
"아파트만 주택이 아니지요. 빌라,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에서도 충분히 가정 꾸릴 수 있는 정책이 나오길 희망합니다."
"규제를 아파트만 완화해주고 대출도 쉽게 만들어주니 점점 더 '아파트공화국'이 되어간다. 서민과 젊은층의 주거사다리가 끊긴 이유를 고민해달라."
"정치적인 규제가 아닌 친시장주의 정책을 부탁드립니다. 거래라도 되게 해주세요."(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기사에 달린 목소리들)
안녕하세요. 금융부동산부 이미연입니다. 요즘 이 코너 출석률이 좋다?라고 느끼셨다면, 흐? 맞습니다!! 나름 열심모드로 가동(?) 중입니다.
이번 시간엔 지난 4일 전격 국토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당하신(?) 분이 주인공입니다. 지명 다음날이었죠. 5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 첫 출근 길에 나온 박상우 후보자의 발언에 부동산 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웠습니다.
우선 중요 단어 2개가 먼저 포착됐는데요. '시장 규제완화 정책'과 '비아파트 중심 주택 공급확대'입니다.
박 후보자는 주택공급 부족 우려에 대해 3기 신도시 조기 착수와 지체되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를 언급하면서 공급을 '아파트'에만 집중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했습니다.
도심에서 소규모로 다양한 형태의 주택들이 빠른 시간 내에 공급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협력해 방안을 찾아볼 의사를 밝혔습니다.
'주택'에 대한 본인의 소신도 공개했는데요. 그는 "과거 오랫동안 갖고 있던 아파트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지난 30~40년 동안 대한민국 국민들은 아파트 중심으로 내 집을 가져야 한다는 공통적인 정서를 갖고 있는데, 사실 집은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곳이면 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 다음 발언에 혼자 심쿵(?)했는데요. 박 후보자는 "내 소득에 너무 지나치지 않은 지출 범위 내에서 가족이 단란하게 살 수 있는 터전이 집"이라며 "그런 집들이 많이 공급돼 누구나 자기 형편에 맞는 튼튼하고 좋은 집에서 살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들을 개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그러게나 말입니다. 집은 언제부터 사는(live) 것보다 사는(buy) 개념에 더 치중되어버렸을까요. 자 이 논의는 차후에 따로 하기로 하고 다시 박 후보자께로 초점을 되돌리겠습니다.
박 후보자는 미국 조지워싱턴대 도시·지역계획학 석사를 거쳐 가천대에서 도시계획 전공으로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고 합니다. 1983년 행정고시(27회) 합격으로 공직에 입문했으며, 주택정책과장과 토지기획관, 건설정책관, 주택토지실장, 기획조정실장 등 국토부 내 요직을 두루 거친 전문가로 평가받습니다.
큰 잡음없이 박 후보자가 임명된다면 이명박 정부 당시 권도엽 장관 이후 10년 만에 국토부 출신 장관이 나오게 되는 터라 국토부 직원들도 살짝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박 후보자의 국토부 근무 당시에는 명확한 정책 방향 제시와 합리적인 일 처리 스타일로 내부 신망도 높은 편이었다고 하네요.
이후에는 전문건설협회 산하 건설정책연구원장을 거쳐 박근혜 정부 후반기인 2016년 3월 LH 사장이 됐습니다. 정권 교체기에는 부처 산하기관들의 수장들도 바뀌곤 하는데요, 이듬해인 2017년 정권이 교체 후에도 주택 분야 전문성을 인정받은 당시 박 전 LH 사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3년 임기를 정상적으로 마치기도 했습니다.
우선 국회 인사청문 절차를 통과해야하지만, 이 관문을 통과해도 △주택공급 부족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문제 △서울~양평고속도로 백지화 등의 굵직한 국토부 현안이 산적해 있어 '산너머 산'이 준비된 상황입니다.
그나마 4일 원희룡 현 국토부 장관이 LH 혁신안과 층간소음 추가 대책을 매듭짓고 가겠다고 강조하긴 했지만, 혁신안이 가동된 이후의 LH의 역할에 대해서는 오롯이 박 후보자의 국토부가 직면해야할 현안이라 여전히 부담이 클 전망입니다.
물론 박 후보자가 LH 사장 재임 당시에는 주택공사·토지공사 통합 이후 악화된 LH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문 정부 국정과제인 '주거복지 강화'를 무리없이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습니다. 재임 당시 주거복지로드맵 등을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우수 공공기관장에 뽑히기도 했다는데요. 퇴임 후 LH에 내부 정보를 악용한 투기 사태가 불거진 부분에 대해서는 인사청문회의 공격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때문에라도 더더욱 LH 혁신안을 밀어붙일 수 있는 적임자이지 않을까라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일부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서는 생활형 숙박시설의 준주택 인정, 오피스텔의 주택수 제외, 종합부동산세 폐지 등이 시끌시끌한 이슈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앗 최근이 아니죠. 정정합니다. 꾸준한 이슈입니다.
아예 거의 매일 사회면에 등장하고 있는 전세사기 이슈도 중요 숙제(?) 중 하나입니다. 바로 어제도 LH를 속여 전세 임대차보증금 159억원을 챙긴 부동산법인회사 건에 대해 피해자들이 법원에 탄원서를 내기도 했고,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대책위원회는 전세사기 특별법의 실효성이 낮다며 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앗 SNS 스레드에는 한 사용자가 "오늘 이사나가는 날인데 전세사기 당했다. 전부 취소하고 지금 전세피해지원센터 상담하러 간다"는 글에 많은 이들이 위로의 댓글을 남기기도 하며 '전세사기'가 현재진행형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장 많은 분들이 차기 국토부 장관께 기대하는 부분은 '집값 안정'일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물론 부처 장관 한명이 바뀐다고 바로 정상화까지는 너무 큰 바람이라는 것, 모두가 알고 계실겁니다. 전 정권은 무려 27번에 달하는 부동산 정책을 발표하며 집값을 잡으려 했지만, 쉽지 않았었다는 것 기억하고 계시죠. 그래도 부처 현안에 대해 빠삭한 전문가가 올 가능성이 있다는 부분에 시장은 적지않은 기대와 응원을 함께 보내고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듭니다. 그럼 이번 시간은 여기까지. 꾸벅.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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