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전쟁 중인 나라보다 낮은 출생률, 우리가 해야 할 고민은

심영구 기자 입력 2023. 12. 6.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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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퍼민트] (글: 나종호 예일대학교 정신의학과 교수)

뉴스페퍼민트 NewsPeppermint

"한국에는 없지만, 한국인에게 필요한 뉴스"를 엄선해 전하는 외신 큐레이션 매체 '뉴스페퍼민트'입니다. 뉴스페퍼민트는 스프에서 뉴욕타임스 칼럼을 번역하고, 그 배경과 맥락에 관한 자세한 해설을 함께 제공합니다. 그동안 미국을 비롯해 한국 밖의 사건, 소식, 논의를 열심히 읽고 풀어 전달해 온 경험을 살려, 먼 곳에서 일어난 일이라도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도록 부지런히 글을 쓰겠습니다. (글: 나종호 예일대학교 정신의학과 교수)
 


"대한민국은 '집단 자살 사회'다(South Korea is a collective suicide society)."

지난 2017년,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가 방한했을 때 한국의 저출생 문제에 관해 한 말입니다. 현재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인 라가르드 박사는 당시 기준으로 최근 통계를 참고했을 텐데, 2016년 한국의 출산율이 1.17이었습니다. 1.17이란 숫자도 이미 저출생 문제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만한데, 2017년 이후 한국의 출산율은 다들 아시다시피 더 급격히 내려갔습니다. 결국, 5년 만에 2/3나 줄어 지난해 출산율은 0.78에 그쳤죠. 전문가들은 올해 합계출산율이 지난해보다 10%가량 더 감소한 0.7 정도에 머물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5년 사이에 이토록 더 심각해진 한국의 저출생 문제를 접하면, 라가르드 총재는 무슨 생각을 할까요?

2017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바뀐 수치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20대의 자살률입니다. 한국이 OECD 자살률 1위 국가인 것은 지난 20년간 수없이 들어왔기 때문에 별로 새롭지 않은 뉴스입니다. 그렇지만 한국은 늘 노인 자살률이 특히 높은 나라였습니다. 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의 자살률이 1위였던 가장 큰 원인은 높은 노인 자살률 때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지난 몇 년 사이 한국의 청년 자살률도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2017년 10만 명당 16.4명이던 20대 자살률은 2021년이 되면 23.5명으로 늘어납니다. 불과 4년 만에 40%나 늘어난 겁니다. 같은 시기 10대 자살률은 51%, 30대 자살률도 11% 증가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자살은 한국의 10대, 20대, 30대에서 모두 사망 원인 1위가 됐습니다.


[ https://premium.sbs.co.kr/article/zB30l-eZ7gA ]
▶ 뉴욕타임스 칼럼 보기 : 대한민국은 사라지고 있는가?
[ https://premium.sbs.co.kr/article/Cc_ojpulCwV ]
 

뉴욕타임스의 "대한민국이 사라지고 있는가?" 칼럼이 화제입니다. 우선 눈길을 사로잡는 건 한국의 저출생 문제를 중세 유럽의 흑사병에 비유한 대목입니다. 글을 쓴 로스 더우댓은 한국이 2023년 3분기 출산율인 0.7에서 반등하지 못하면 한 세대 만에 인구 200명이 70명으로 줄어들 거라며, 이는 흑사병이 창궐했을 때와 같은 인구 감소 추세라고 썼습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지만, 사실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국가의 미래에 끼치는 영향만 놓고 본다면 저출생 문제는 흑사병보다도 더 큰 재앙이 될 수 있습니다. 흑사병은 어린이, 노인 할 것 없이 인구가 고루 빠르게 줄어듭니다. 그러나 저출생은 노인 인구는 그대로 유지되면서 청년, 유소년 인구만 줄어듭니다. 인구 구조가 피라미드를 뒤집어놓은 꼴로 바뀌는 과정이 급격히 진행되는 겁니다.

더우댓은 저출생이 지속되는 한국 사회에 관해 상상하기도 싫은 비관적인 시나리오를 그립니다.

"노인을 온전히 부양할 수 없게 되고, 곳곳에 유령 도시와 폐허로 변한 고층 빌딩이 속출한다. 노인들을 부양하는 일을 빼면, 경제 전반에 제대로 된 생산 부문이 어느 하나 굴러가지 않는 상황에서 몇 안 되는 젊은이들은 사회를 등지고 다른 나라로 떠나려 할 것이다."

물론 남의 나라 미래를 두고 너무 비관적인 전망만 하기 미안했는지 자신은 낙관주의자라고 강조하기도 하고, 글 곳곳에 낙관적인 전망을 끼워넣기도 했지만, 오히려 근거는 빈약해 보입니다. 실제로 우리는 지난 몇 년간 저출생 문제에 관해 우리가 품고 있던 막연한 낙관론이 얼마나 큰 착각이었는지 똑똑히 경험했습니다. 저출생 문제에 안이하게 대처한 결과, 1~2년 뒤 출생률을 예측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지표라 할 수 있는 혼인 건수는 지난 3분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2%나 감소하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보다도 낮은 한국의 출산율

어쩌면 한국의 저출생 문제와 청년층의 자살률이 급격히 오른 건 뿌리가 같은 문제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문제 모두 청년 세대가 전반적으로 경험하는 불행과 그 세대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는 사회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쉽사리 믿기 어려운 통계를 하나 더 소개하겠습니다. 지난해와 올해 한국의 출산율은 러시아의 침공을 받아 2년 가까이 전쟁을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출산율보다도 낮습니다.
[ https://www.theguardian.com/world/2023/aug/02/ukraines-birth-rate-plummets-in-aftermath-of-russian-invasion-data-shows ]

사실 우크라이나는 원래 유럽 내에서 저출생 문제가 심각한 축에 드는 나라였습니다. 한국에는 아직 저출생 문제가 없던 1990년대부터 낮은 출산율이 국가 차원의 고민이었습니다. 1993년부터 매년 평균 30만 명씩 인구가 줄었고, 러시아의 전면적인 침공 이전에 2050년이면 인구가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UN의 경고를 받기도 했죠. 그런 우크라이나의 2021년 출산율은 1.16이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한국의 2016년 출산율 1.17과 공교롭게도 거의 같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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