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동’ 하면 떠오르는 것들

김양진 기자 입력 2023. 12. 6.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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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젊은 필자의 ‘고향’을 찾아서 <구로동 헤리티지>

서울시 ‘구로동 토박이’인 20대 젊은 필자 박진서가 패기만만하게, 때론 더듬더듬 기억을 돌이키며 ‘고향’을 그려낸다. <구로동 헤리티지>(한겨레출판 펴냄)는 도전의 결과물이다.

시작부터 쉽지 않다. 저자의 ‘나의 구로동’과 행정구역상 ‘구로동’은 다르다. ‘지도상 구로동’인 대림역은 저자 마음속엔 대림동이고, 과거 구로공단 일부였던 가산디지털단지는 가산동이지만 ‘마음속 구로동’이다. 그가 대상으로 한 것은 ‘나의 구로동’이다.

‘구로동’이 다른 서울 동네와 차별되는 점은 뭘까. 영화제, 축제 등등에서 찾아보려는 시도가 이어진다. 그러던 중 서울남부구치소가 있던 터에서 중요한 단서를 찾는다. 지금은 고층 아파트와 쇼핑몰이 들어선 이 자리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한때 민주화운동의 상징이었던 기억을 품어본다’는 글귀가 쓰여 있다. 김근태 전 장관과 이부영 전 의원 등의 행적을 기록한 기념비였다. 다행일까. ‘자연물이 있던 자리조차 밀어버리고 건물과 도로를 만든 현대 도시’에도 인간이 남긴 족적만큼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던 것.

구로동 곳곳에 옛 ‘구로공단’의 흔적이 살아남았다. 1985년 ‘구로동맹파업’으로 최장기 여성 수배자라는 기록을 남긴 심상정(정의당 의원) 이야기는, 오늘도 6411번 버스를 타고 강남으로 향하는 저임금 청소노동자의 현실로, 또 구로디지털단지에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며 근골격계 질환을 호소하는 정보기술(IT) 노동자로 이어진다.

1981년 지은 구로구청도 또 다른 거대한 기념비다. 이름하여 ‘구로구청 점거 사건’의 무대였다. 1987년 12월 민주화운동의 결실이 군부 정권의 일원이던 노태우 대통령 당선으로 이어질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노태우 당선을 위해 투표함이 교체됐다”는 첩보를 근거로 민주화·노동 운동세력은 구로구청에서 투표함 개봉을 막았다.

외국인 비율이 서울에서 가장 높다는 점(2022년 구로구 주민 중 10.57%)도 ‘익숙하지만 낯선’ 구로동의 또 다른 특징이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마라탕의 원조라며 환호하고 유탸오(중국식 꽈배기), 푸주(건두부 껍질), 베이징덕 등 ‘구로동 음식’을 찬양한다. 그러면서도 이주민에 대한 차별과 혐오의 시선은 거둬들이지 않는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우리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과거 경제발전을 위해 ‘구로공단 노동자’를 소모품 취급했다면 지금은 이주민을 ‘쓸모의 관점’으로 바라본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21이 찜한 새 책

멸망한 세계에서 우리가 나비를 쫓는 이유

조나단 케이스 글·그림, 조은영 옮김, 원더박스 펴냄, 2만원

태양 대격변에 따른 ‘일광병’으로 인류를 비롯한 포유류 대부분이 멸종한 2101년. 살아남은 생물학자와 10살 소녀가 백신 원료물질인 제왕나비의 비늘을 찾아 여행을 떠나, 인간이 없는 평화 속에서 여러 동식물과 교감한다. 실제 캐나다 남부에서 멕시코까지 4세대에 걸쳐 9천㎞를 오가는 제왕나비는 한때 1천만 마리 이상 있었지만 막개발로 멸종위기에 내몰렸다.

몰락의 시간

문상철 지음, 메디치미디어 펴냄, 1만7천원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를 오랫동안 가까이에서 수행한 비서 문상철씨가 오랜 침묵을 깨고 안희정 몰락의 전말을 폭로했다. 안희정과 함께한 7년 동안의 기록은 촉망받는 정치인 안희정의 성장 과정과 권력의 맛에 취해 점차 변질되는 과정을 들려준다. ‘미투’는 하나의 결정적 사건이었을 뿐 몰락은 예견됐고, 정치권력을 쥔 누구라도 제2의 안희정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행동

로버트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문학동네 펴냄, 5만5천원

유전학과 행동학이 사회학과 만났다. 저자는 무고한 사람을 겨냥해 방아쇠를 당긴 사람의 행동을 설명하기 위해 1초 전의 뇌, 몇 초 또는 몇 시간 전의 호르몬, 몇 달 전의 신경계를 살펴 들어간다. 책 후반부에서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이분법에서 형성된 파벌과 이방인 혐오를 넘어설 희망이 있는지를 살핀다.

공원의 위로

배정한 지음, 김영사 펴냄, 1만7800원

모든 장소를 효율성·상업성의 눈으로만 바라보는 시대에 ‘빈 공간’인 공원은 어떤 의미일까. 미국 뉴욕 도미노 공원,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같은 외국 공원부터 경의선숲길공원·광교호수공원 등 국내 공원까지 조경미학자인 저자가 직접 살펴본 공원 40곳의 이야기를 보면 어느새 공원의 구조와 미학, 나아가 대안적 삶까지 고민하게 된다.

꽃은 무죄다

이성윤 지음, 아마존의나비 펴냄, 1만9800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임명됐을 때 검사 이성윤은 법무부 검찰국장이었다. 조 전 장관의 검찰개혁을 돕는 것을 두고 검찰 내부에선 비난이 쏟아졌지만 그는 ‘중꺽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의 각오로 개혁을 밀고 나갔다. 그때 혼란스러운 마음을 달래주는 것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개망초였다. 혼란의 시기 검찰국장을 거쳐 서울중앙지검장을 한 저자가 꽃을 매개로 그간의 소회를 풀어냈다.

나는 외식창업에 적합한 사람인가?

김상진 지음, 예미 펴냄, 1만8천원

인생 제2막으로 쉽게 외식산업을 생각하는 것과 달리, 외식산업은 재능과 희생이 두루 요구된다. 나는 음식에 관심과 흥미가 있나, 사람과 친화력 있는가, 건강한가. 제목에 있는 대로, 체크리스트를 통해 80점 이상이면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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