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슈된 한국산 ‘155mm 포탄’···지난 4월 美행정부, 韓과 50만발 대여계약 체결[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이현호 기자 2023. 12. 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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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하루에 3천발 사용
미군, 작년도 한국에서 10만발 구매
韓포탄, 지속적 훈련 덕에 품질 높아
155㎜ 곡사포 포탄. 사진 제공=육군
[서울경제]

전 세계적으로 한국산 155mm 포탄이 인기다.

온라인에 유출된 미국 행정부의 비밀 문건이 공개되면서 논란도 불거졌다. 문건에는 미국이 우리나라에 155mm 포탄을 요청하면 어떻게 대응할지를 놓고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전 외교비서관이 논의한 내용이 담겼다. 문건에는 33만 발이라는 구체적 숫자도 적혀 있다. 미국의 포탄 판매 요청은 지난해 10만 발에 이어 두 번째. 미국은 155mm 포탄을 한국에게 자꾸 요청하는 걸까.

155mm 포탄은 곡사포 등 각종 재래식 무기에 쓰이는 주요 포탄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특히 K-방산의 핵심 무기로 꼽히는 K-9 자주포 경우에도 155mm 포탄을 사용한다. 이런 것처럼 장기화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155mm 포탄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지역에서 포격전이 이어지면서, 하루에 약 3000 발의 155mm 포탄이 사용 중이다. 1년간 백만 발 이상 쐈다는 계산도 나오고 있다.

미국은 백만 발 이상의 155mm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무기고에 비축된 포탄의 수도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미국 입장에선 무기고를 채워줘야 하는 상황이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의원 시절 한 방송에 출연해 국내 업체가 미국에 10만 발을 수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우크라이나에는 살상 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한국의 원칙 속에서 일종의 우회지원인 셈이다. 주한미군이 갖고 있는 포탄 일부를 우크라이나 또는 미국에 보내고 국내 업체는 주한미군에 포탄을 판매하는 형식이다.

“한국 155mm 포탄은 가성비 뛰어나”

유출된 미국 행정부 비밀 문건은 미국이 한국에 추가 요청한 155mm 포탄 양은 33만 발에 달한다. 또 33만발을 한국에서 유럽으로 이송하는 데 72일이 걸린다는 구체적인 시간표까지 나온다.

유럽 방산업체들은 화력이 강한 탄약에 대한 수요가 적어 주문량이 줄어든 상태다. 관련 생산라인 가동도 중됐다. 이 때문에 유럽 내 연간 포탄 생산량이 30만 발 수준이다. 우크라이나에서 사용되는 155mm 포탄만 계산해도 전체 생산량을 훌쩍 뛰어넘는 것이다.

한국에게 포탄 지원을 요청하는 이유다. 남한과 북한이 대치 중인 한국은 K-9 비롯해 155mm 포 운용 비중이 높다. 국내 방산업체가 많은 양의 155mm 포탄을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다. 지속적인 소비 덕분에 품질도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장은 “미국은 최첨단 무기 정책이 중심으로 재래식 무기와 여기에 소모되는 (155mm) 탄약을 적정 수요만 유지하려고 한다”며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이란 요인으로 포탄 공장 수를 늘리기보단 우리나라에서 그 수요를 채우고 지원을 요청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병사들이 곡사포를 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4월에 미국 행정부가 한국산 155mm 포탄 50만 발을 대여 형식으로 제공받는다는 내용의 계약을 한국 정부·방위산업 업체와 체결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소모성 무기인 포탄을 타국에 판매가 아닌 대여 형태로 제공하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 미국이 한국산 포탄을 비축탄으로 관리하고, 기존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우크라 우회 지원’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다.

50만 발은 우리 정부가 미국에 판매한 155mm 포탄 10만 발보다 5배 많은 수치다. 특히 미국이 지난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약 100만 발의 절반에 달하는 양이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미 행정부는 지난해 한국 정부로부터 155mm 포탄 10만 발을 구매한 데 이어 올해 2월에도 10만 발 이상을 추가로 판매해 달라고 요청했다.미국에 50만 발을 제공하되 대여해 주는 방식이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정부 원칙을 지키면서 혈맹인 미국의 요구에 성의 있게 응할 방법을 찾은 끝에 포탄 제공 물량을 대폭 늘리는 대신 대여 방식으로 제공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국방부 관계자 역시 “한미 정부는 우크라이나의 자유 수호를 위한 지원 방안에 대해 협의해오고 있다”며 “다만 구체적인 협의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정부는 50만 발을 곧바로 우크라이나로 보내는 것이 아니다. 일단 미군 비축분으로 채워 넣은 뒤 미군의 기존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국이 지난해 한국에서 구매한 10만 발을 활용한 방식과 같다. 사실상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간접적으로 무기 지원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우크라이나에 간접 지원하는 ‘우회 지원’

SNS를 통해 공유되고 있는 유출 문건 중 ‘대한민국 155 운송 일정표(33만)’(ROK 155 Delivery Timeline(330K)) 제하의 문건에는 포탄의 운송 계획이 나온다. 미국 정부의 2급 비밀인 ‘비밀’(secret)로 표기돼 있는 해당 문서는 올해 2월 27일 작성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한국산 155㎜ 포탄 33만발을 유럽 등지로 옮길 경우 사용될 동선과 소요 시간 등이 적혀 있다.

문서에는 시행명령(EXORD·execute order) 발령 후 10일째 항공편으로 첫 이송을 개시하며 45일째까지 하루 4700여발씩을 옮긴다고 나온다. 또 이스라엘에 보관 중인 미군 전시비축 포탄 8만8000발을 더해 시행명령으로부터 한달 이내에 약 18만3000발을 목적지에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시행명령후 27일과 37일째에는 한국 경남 진해항에서 독일 노르덴함항으로 수송선 한 척씩이 출항한다. 이후 72일차 전후까지 해상운송도 마무리짓는다는 일정이다. 해당 문건은 포탄 운송의 최종 목적지가 어디인지는 적시하지 않았다.

또 다른 보도에 따르면 올해 3월초 작성됐다는 별개의 유출 문서에 ‘한국산 155㎜ 포탄 133만발’이란 표현이 등장하기도 한다. 앞서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번에 유출된 미국 정부 기밀 문건에 미국이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해달라고 압박하자 한국 정부가 해법을 고심하는 내부논의 과정이 고스란히 담겼다고 보도했다.

이현호 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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