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엑스포 유치 실패, 윤 정부의 '뒤죽박죽' 외교 보여줬다"

이재호 기자 2023. 12. 6.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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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플로매트> "미국과 일본에만 집중하며 고립 자초한 윤석열 정부 외교 결과"

2030년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와 전략이 모두 뒤죽박죽이었다는 것을 보여준 결과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4일(이하 현지시각) 외교 전문매체 <디플로매트>는 부산 엑스포 유치에 실패에 한국 국민이 화가 난 이유는 "부산이 크게 패한 것 보다 이번 결과가 윤석열 정부의 자만심과 잘못된 확신의 결과로 벌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매체는 "사실 (부산의) 패배는 그리 놀라운 건 아니었다. 한국 경제 규모가 사우디아라비아보다는 크지만 실제 원하는 것을 달성하기 위한 실질적 힘과 의지를 가진 것은 후자(사우디)였다"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리야드가 (다음 엑스포 개최지로) 선택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뉴스나 언론 매체의 기사 등도 리야드가 유리하다고 봤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매체는 "그러나 한국 정부와 언론만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한국인들이 이걸 믿었다"며 "집단적 편견, 확증편향에 빠져 있었다"고 진단했다.

매체는 "(사우디 리야드 119표, 부산 29표) 이렇게 큰 표차를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접근 방식을 정리할 때다. 세계 엑스포 유치 투표는 한국의 외교, 전략, 정보가 모두 뒤죽박죽이었다는 점을 드러냈다"고 혹평했다.

매체는 "윤석열 대통령에 따르면 그는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 96개국(의 지도자)을 만났고 정부는 4억 달러가 넘는 예산을 부산 유치 홍보를 위해 집행했다. 외교부 전체는 부산 홍보에 집중했고, 장관과 관리들은 세계를 돌아다녔다. 영부인은 부산 엑스포 상품을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하여 정상회담에 착용했다"면서도 "그러나 이러한 엑스포 외교는 완전히 빗나갔다"고 분석했다.

매체는 윤 대통령이 '글로벌 중추 외교'를 목표로 하고 있으나 "그의 외교적 관심은 약간의 유명인사와 만남 및 무기 거래를 제외하고 대부분 미국과 일본에 집중되어 있다"며 정부의 외교 방향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문가들은 오래전부터 그의 외교가 포용적이지 않고 오히려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고 설명해 왔다"고 평가했다.

중국과 관계 문제도 실패의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매체는 "윤 대통령과 중국 간 충돌은 중국이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지역인 아프리카 지역을 소외시켰다"며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중국은 아프리카와 라틴 아메리카의 일부 국가들에게 부산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도록 강요했다"고 전했다.

매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엑스포 유치 실패를 통해 윤 대통령이 외교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 외교는 구체적인 청사진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한국과 중국이 적대적이지 않고 개발도상국들이 그들이 가진 것을 잃을 두려움 없이 (양쪽을)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비전을 제시했어야 했다"고 보도했다.

다른 나라를 끌어들이기 위한 한국의 전략에 문제가 있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매체는 "한국 관리들은 그들의 전략을 '물고기를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말했다"며 "그들의 제안은 구체적으로 실재하는 것이 아니었고 기후변화, 어업, 식량 안보, 그리고 재생 에너지와 같은 분야에서의 기술 협력 약속과 같은 이념적인 것이었다"고 전했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지지를 받을 만한 구체적인 제안들이 있었다. 매체는 "사우디는 수출품에 수십억 달러를 지원하고 아프리카 국가들을 위한 개발 계획을 제안했다. 또 250억 달러 상당의 투자와 함께 아프리카 대륙의 부채 탕감과 분쟁 해결책을 제시했다"며 "경제적 혼란과 테러가 만연한 시기에 사우디의 계획은 거절하기 힘들다. 한국 정부의 연설은 좋았지만 사우디의 제안에 비하면 저렴하다"고 평가했다.

정부가 선거 당시 마지막 발표에서 상영한 영상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11년 전인 2012년 발표된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배경음악으로 깔리면서 케이팝 가수를 비롯한 연예인들이 주로 등장하는 영상이었는데, 부산이나 엑스포와 연결고리를 찾기가 어렵다는 지적이었다.

매체는 "강남은 서울의 부촌으로 분위기와 건축 모두에서 부산과 전혀 관련이 없다"며 "정부는 일본과 가깝고 활기찬 휴가지인 부산의 독특한 매력과 분위기를 강조하는데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매체는 "윤 대통령과 여당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아무리 총선용이라고 해도 잠재적으로 그들의 통치 방식이 어느 정도 바뀌었다는 신호"라면서도 "그럼에도 정부 내 많은 사람들은 이전 정부가 일찍부터 부산 유치에 전념하지 않았다고 비판하는데, 이렇게 외부적 요인에 대해 말하는 것은 옳지도 않고 너무 늦었다"고 일갈했다.

매체는 "부산의 실패를 표를 매수한 사우디의 '오일 머니'와 사우디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의 철권통치 때문이라고 보기도 한다"며 "이는 외교적 결례다. 이제 정부는 낡은 습관을 버리고 윤 대통령의 남은 임기에 대비해야 할 때"라고 꼬집었다.

▲ 윤석열 대통령이 11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2030 엑스포 부산 유치 불발과 관련해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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