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푸바오는 퇴근을 싫어해

송영관, ‘전지적 푸바오 시점’ 저자·에버랜드 사육사 2023. 12. 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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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와중에 태어난 푸바오는 벌써 세 살 반이 넘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나 역시 푸바오의 탄생과 성장을 함께한 사육사 중 한 명으로 ‘송바오’라는 별명과 함께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푸바오는 관람객들과의 만남이 끝난 ‘퇴근 시간’에 내실로 들어가는 것을 싫어했다. 해가 지는 걸 아쉬워하며 밖에서 더 놀고 싶어 하는 아이 같았다. 엄마 아이바오는 그런 푸바오를 다그치거나 재촉하지 않고 먼저 들어가곤 했다. 그러면 사육사 ‘할부지’들이 번갈아가며 푸바오를 어르고 달랜 다음에 번쩍 안아 들어 내실로 옮겼다. 아이바오도 할부지들을 믿었고, 푸바오는 할부지들과 함께하는 ‘퇴근 전쟁’을 마냥 즐겼던 것 같다.

퇴근 시간이 다가오면 푸바오는 이미 내실로 들어가야 한다는 걸 감지한다. 자는 척하며 사육사가 언제 나타날지 긴장하며 경계한다. 사육사와 푸바오의 눈치 게임이 시작되는 것이다. 노련한 사육사가 푸바오 눈앞에 나타나면 그때부터 퇴근 전쟁이 펼쳐진다. 아기 판다와 사육사가 실랑이하는 모습이 재밌었는지 많은 관람객이 그 시간에 맞추어 입장하기도 했다. 푸바오와의 퇴근 전쟁은 푸바오가 55㎏ 가까이 될 때까지 매일 계속됐다. 우리는 점점 무거워지는 푸바오를 계속 안아 내실로 옮겨줘야 했다.

관람객들이 묻곤 했다. “고생이 너무 많으세요. 힘들지 않으세요?” 점점 무거워지는 푸바오를 안아 나르는 건 분명 힘들었지만 허리가 아픈 줄 모르고 그 시간을 보냈다. 하루 중 유일하게 아이바오로부터 허락받아 사랑스러운 푸바오를 품에 가득 안을 수 있는 시간이었으니까. 실제로 허리에 무리가 갔지만, 통증의 이유를 나중에야 깨달았을 정도였다.

사육사 일은 어찌 보면 내게 밥벌이고, 밥벌이는 대개 고달프다. 그렇지만 푸바오와 함께한 순간만은 달랐다. 힘들지만 힘들지 않았다. 그래서 행복한 추억이 될 수 있었다. 확실히 푸바오는 이름 뜻대로 ‘행복을 주는 보물’이 맞는다. 삶의 힘든 순간을 행복으로 끌어안을 수 있게 해줬다. 힘든 것보다 소중한 걸 더 크게 바라볼 수 있게 해줘서 참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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