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243] ‘탄핵의힘’

마녀로 고발되고 심문을 받는 데는 별다른 요건이 필요치 않았다. 증거 없는 의심은 희생 제물에게 고통스러운 결과를 초래했다. 진짜 마녀인지 아닌지 확신이 서지 않으면 사람들은 죄인을 묶어 물속에 던졌다. 어떻게든 물 위로 올라오면 그것은 그녀가 마녀라는 증거였고, 따라서 화형에 처했다. 마녀가 아니라면 물속에 빠져 익사해야 했다. 한스가 그녀를 고발한 동기는 너무도 뻔했다. 희생자의 소유물에서 자기 몫을 확보하려 했고, 비밀 제조법도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한스 트랙슬러 ‘황홀한 사기극’ 중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또다시 탄핵 정국을 주도하고 있다. 표결 전 사의를 표명한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은 무산되었지만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 야당 대표를 수사한 검사를 포함한 탄핵 소추안은 야당이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법무부 장관과 대통령 탄핵의 필요성을 주장한 지도 오래다. 당명을 ‘탄핵의힘’으로 바꿔야 할 것 같다.
정권이 바뀌었다지만 정부 뜻대로 되는 게 없다. 잼버리 대회 파행 후 정부가 삭감한 내년도 새만금 사업 예산안 1472억원도 야당이 복원했다.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도 수용하지 않는다. 궁지에 몰렸다고 여당이 야당을 탓할 순 없다. 현 야당을 다수당으로 만드는 데 가장 큰 힘을 보탠 것도 국회, 그들 자신이다.
‘황홀한 사기극’은 부모에게 버려졌던 남매가 마녀를 죽이고 집으로 돌아가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그림 형제의 동화 ‘헨젤과 그레텔’이 제빵사 남매의 범죄를 미화한 사기극이라고 주장하는 풍자소설이다. 궁정 제빵사는 카타리나의 과자 비법을 훔치려다 실패하자 마녀로 몰아 고발한다. 혐의를 벗고 석방된 그녀를 여동생 그레텔과 함께 살해, 화덕에 시신을 유기한다. 이 소설로 사건의 양면성에 눈뜬 독자도 적지 않지만, 대중은 억울한 죽음을 파헤치는 진실 게임보다 못된 마녀를 물리치는 남매의 모험담을 더 좋아한다.
다수당은 법의 장막 안에서 당리당략을 위해 누구라도 탄핵할 수 있다. 대중은 골치 아픈 시시비비는 외면하고 반복해서 크게 외치는 주장에 쉽게 동조한다. “그 사람, 탄핵당했잖아”라는 수군거림과 함께 탄핵은 사실로 남고 내막은 역사에서 잊힌다. 모래가 다 쏟아지고 시계가 뒤집히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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