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모든 것이 연결되는 초고립사회

최연구 (과학문화칼럼니스트·필로 스페이스 고문) 입력 2023. 12. 6.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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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구 과학문화칼럼니스트

항간에 떠도는 이미지 중 두 장면을 대비해 보여주는 재미있는 그림 시리즈가 있다. 하나는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멀리 있는 친지와 웃으며 통화하는 장면과 식탁에 같이 앉아 있지만 말 없이 각자 스마트폰만 쳐다보는 장면을 대비하는데 그 설명문구가 촌철살인이다. '유선전화는 가족을 모으고 모바일전화는 가족을 분리한다.'(Landline united the family, Mobile divided the family) 또 다른 그림을 보면 놀이터에서 놀던 아이를 찾아 집으로 데려가는 엄마와 집에서 게임만 하는 아이를 밖으로 떠밀고 있는 엄마의 모습을 대비시킨다. 예전에는 놀이터에서 흙을 만지며 놀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친구를 만나러 온라인 게임에 접속한다. 전자는 20세기 아날로그 사회, 후자는 21세기 디지털 사회다.

약 150년 전에 발명된 전화기는 이역만리 떨어진 곳에서도 목소리를 들으며 대화할 수 있게 해줬다. 전화통은 가족을 모이게 했고 수화기를 주고받으며 함께 통화하는 것은 행복한 일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유선전화는 무선전화로 진화했다. 이제 똑똑한 무선 스마트폰은 일상이 됐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다른 사람과 연결된다. 하지만 같은 공간에서도 가족, 동료들이 고개 숙여 스마트폰만 보는 풍경 또한 이젠 낯설지 않다. 디지털 기술 덕분에 밖에 나가지 않아도 가상공간에서 친구를 만날 수 있고 사물인터넷 기술 덕분에 사람의 개입 없이도 사물과 사물이 데이터를 주고받고 사람과 사물간 소통도 가능하다. 반면 사람간 대화는 줄고 컴퓨터나 앱, 인공지능과 대화하는 시간은 늘고 있다. 디지털로 더 많이 연결되지만 눈을 마주치며 하는 소통은 줄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디지털 격차를 수반하고 디지털화는 가족간, 세대간 소통을 오히려 소원하게 만들고 있다. 디지털 네이티브인 청소년은 문자, 대화보다 디지털 영상에 더 익숙하다. 연령대별로 디지털 이용 정도와 방식도 다르고 세대별로 활용하는 애플리케이션도 서로 달라 끼리끼리 소통한다. 86세대는 네이버 밴드, X세대는 페이스북, MZ세대는 게임메신저 디스코드를 주로 이용한다. 40대 이상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소셜미디어는 네이버 밴드, 10~30대는 인스타그램과 틱톡을 주로 이용하기에 세대간 단절도 두드러진다. 언론진흥재단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대 청소년의 인스타그램 이용비중은 82%, 네이버 밴드는 겨우 9.9%다. 첨단 디지털 기술은 서로서로 연결해주지만 정작 디지털 사회의 개인은 각자 고립된 섬에서 살고 있다. 대면모임보다 온라인 커뮤니티, 직접 대화하기보다 메신저 소통을 선호하고 미래세대 청소년은 물리적 공간보다 사이버 공간이나 메타버스에서 노는 걸 좋아한다. 모든 것이 연결되는 초연결 사회의 미래는 어쩌면 자신만의 사이버 세계에 갇혀 각자도생하는 초고립 사회일 수 있다. 디지털화가 가속화할수록 디지털 격차는 더 커지고 단절, 고립, 갈등도 격화한다. 여기에 더해 우리 사회는 복잡한 갈등의 실타래들을 안고 있다. 연금문제를 둘러싼 세대갈등, 고질적 지역갈등, 남녀간 반목, 정치적 남북갈등까지 산 넘어 산이다. 1인가구, 독거노인, 은둔·고립청년도 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은 거리제약을 극복하게 해주는 혁신 기술이고 스마트폰은 상시 소통을 위한 편리한 도구다. 하지만 정작 현실은 역설적이다. 디지털 기술과 스마트폰 때문에 대면소통은 줄고 고립이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만남과 소통, 물리적 인간관계로부터 점점 멀어진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타인과의 소통, 사회적 관계 없이는 살 수 없다. 디지털 초연결이 정서와 감성까지 이어주진 않는다. 정말 중요한 것은 기계적 연결의 기술이 아니라 관계와 소통의 깊이다. 여차하면 고립되는 디지털 시대엔 더 많은 만남과 소통, 정서적 교감과 공감이 필요하다.

최연구 (과학문화칼럼니스트·필로 스페이스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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