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 기부 선행 방해 시도까지 등장했다

문원빈 기자 2023. 12. 5.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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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본질 호도하는 일부 매체 향한 넥슨 직원의 일침도 나와
- 기부 인증 게시물 [출처: 메이플스토리 커뮤니티]

게이머들이 게임 내 혐오 표현 근절을 위해 '기부'라는 선행으로 목소리를 내는 가운데 한 커뮤니티에서 기부 행렬을 방해하자는 어이없는 의견이 나왔다. 

지난 2일 메이플스토리 유저들은 최근 일파만파 확대된 게임 내 혐오 표현 이슈를 대응하기 위해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대상 기부 릴레이로 응원을 시작했다. 시위, 커피 트럭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응원할 수 있지만 기부 릴레이가 현 시점에서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의견이 지지를 받은 것이다.

기부 릴레이는 메이플스토리를 초월해 블루 아카이브, 마비노기 등 다양한 게임에 전파됐다. 눈에 띄지 않았지만 메이플스토리를 응원하기 위해 기부 행렬에 동참한 다른 게임 유저들도 다수 보이고 있다.

기부금은 하루 만에 3000만 원을 돌파했다. 3일이 지난 현재 각 커뮤니티 기부금 집계 현황을 살펴보면 약 6000만 원 정도 모였다.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측은 "메이플스토리 및 여러 게임 유저들의 기부 릴레이에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후원자 번호는 후원 신규 가입에 따라 자동으로 부여되는 번호다. 개인 정보인 만큼 외부 노출에 주의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기부 릴레이가 시작되자 특정 커뮤니티 한 유저는 "모든 혐오 반대라고 하지 않았는가. 보니까 현재 게이머들의 기부 행위가 일부 유저 집단의 악성 민원, 혐오라고 읽는 사상 검증이다. 기부 거부 (종용)이 가능할 지 모르겠지만 해당 게이머 커뮤니티 기부 릴레이 운동 의도와 악성 민원에 대한 이야기를 첨가해서 문의 메일을 보내면 좋을 것 같다"는 게시물을 작성했다.

- 기부 거부를 종용하는 게시물 [출처: 메이플스토리 커뮤니티]

타인의 기부 내역을 마치 자신이 기부한 것처럼 조작하는 사례도 발견됐다. 대표적인 예시가 메이플스토리 유저 '주황ㅇㅇㅇ'의 기부 내역이다. 해당 유저는 기부 릴레이가 아닌 메이플스토리 운영 관련 불만을 1억 원 기부로 표출했다. 메이플스토리 유저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사건이었다. 하지만 그가 게재한 인증 내역을 그대로 SNS로 도용한 것이다.  

해당 사례와 관련 게시물이 올라오자 조금씩 사그러들었던 기부 행렬에 다시금 불이 붙었다. 그 결과 메이플스토리, 블루 아카이브 커뮤니티에서는 기부 인증 게시물이 꾸준하게 올라오는 중이다.

게이머들은 "선행을 비난할 줄은 몰랐네", "도용할 거라고 예상했는데 정말 할 줄은 몰랐다", "조작이 일상이라 이제 놀랍지도 않다", "기부금 환불 받을 생각 없으니까 괜한 트집 잡지 마라", "게임을 아끼니까 기부로 응원하는 것이다", "이 사건은 반드시 게임사들이 이기길 바란다", "덕분에 선행이라는 것도 경험하네" 등 비판의 목소리를 던졌다.

- 12월 5일 오후 10시경 트래픽 초과로 마비된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홈페이지

한편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넥슨 직원으로 추정되는 유저가 현 상황에 분노하는 게시물을 게재해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는 "본인이 메이플스토리 제작진을 대표할 자격 따윈 없다. 그러나 최소한 일조하고 있다. 모 매체에 공개적으로 글을 남긴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공동 창작물에 자기애를 부여하는 것은 민폐다. 애니메이션은 회사의 예술이기 전에 메이플스토리 세계관의 일부다. 열심히 만든 작업물 내리라고 하면 화는 나겠지만 그 정도까지다. 유저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혐오 없는 세계를 만들기 위해 블럭 하나씩 쌓는 걸로 만족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사이버 불링 관련해선 표현의 자유는 존중하나 표현의 대가를 감수하라고 당부했다. 공식 계정으로 회사를 욕하는 행위에는 "(본인도) 다른 계정을 만들어 회사를 욕한 적은 있다. 하지만 공식 계정으로는 하지 않는다. 회사가 무서워서 그런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어느 팀 누군가가 이렇게 욕한다는 사실이 유저들에게 보여지면 그것이 팀의 의견이 되고 동료들에게 민폐가 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2차 사과문을 거짓으로 게재한 스튜디오 뿌리 대표에게는 "넥슨은 법무팀을 보내지 않았다. 즉시 고소도 하지 않았다. 넥슨이 콘티와 최종 결과물을 제대로 검수했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거라고 말한 덕분에 이제부터 정말 프레임 단위로 검수하게 됐다. 컴퓨터를 주문해서 받아 사용했는데 추후 부품 하나가 달라서 제조사에 클레임을 걸었더니 분해해서 확인했어야 한다는 답변을 받는 느낌이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애니메이션 감독들의 인터뷰를 봤다. 게임업계에서 지속적으로 논란이 됐던 혐오 표현을 모른다면 개인은 용서할 수 있겠으나 회사로서는 그렇지 않다. 인터뷰 답변에서 그 표현을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만약 알았다면 최소한 드로잉 과정에서 부자연스러운 프레임 전환 정도는 캐치해야 했다"고 명시했다.

글이 공개되자 게이머들은 "분노가 느껴진다", "얼마나 화가 났으면 공개 저격을 하지", "덕분에 고생한다는 말이 너무 슬프다", "원화가가 프로답지 못한 것에 공감한다", "진짜 피해자들은 주말 밤 늦게까지 일하는 직원들이지", "제발 이 글까지 이상하게 해석해서 보도하지 말자" 등 응원을 전했다.

moon@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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