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과일도 아니고 특판예금 또 사라졌네”…곳간 잠그는 저축은행들

양세호 기자(yang.seiho@mk.co.kr), 박인혜 기자(inhyeplove@mk.co.kr) 2023. 12. 5.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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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형사들, 수신영업 사실상 중단
어려운 경기상황에 연체율까지 상승
저축은행들, 내년 상반기까지 ‘졸라매기’
[사진 = 연합뉴스]
자금 조달 위기를 겪으며 올 상반기 반기기준으로 9년만에 적자를 기록한 저축은행들이 내년 상반기까지 여신과 수신을 모두 대폭 줄이며 자체 구조조정에 들어간다.

5일 한국은행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말 저축은행 수신잔액이 역대 최대인 121조3572억까지 늘어났다가 올 9월말(117조8504억원)까지 3조5000억원가량 줄어들었다. 앞서 5월(114조5260억원)까진 수신 잔액이 7조원 가까이 빠지면서 올해 최저를 기록했지만 4개월새 다시 3조5000억원 가량 늘어난 게 위안이다.

여신 잔액은 지난해 11월말 116조2238억원에서 올 9월말 108조1741억원으로 8조원 이상 줄어들었다. 올 1월부터 9개월 연속 감소했다.

이런 현상은 상반기 이후 중소형사들 상당수가 적극적인 수신 영업을 멈추고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나타났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중소형사는 신규 예적금 상품 유치를 안한지 좀 됐다”면서 “대형사는 그나마 유지하거나 소폭 늘리는 정도인데, 적자가 워낙 심하고 자금조달이 어렵다보니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런 상태가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금리로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지는 등 경영환경이 나빠지면서 작년에 벌였던 수신경쟁을 사실상 포기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올 3·4분기 연체율도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저축은행들의 이 같은 ‘졸라매기’ 전략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저축은행업권이 정기예금 금리 1%포인트 낮추면 이자비용 1조원을 아낄 수 있다”며 “올해 저축은행들이 수신규모가 줄었는데도 예·적금 금리를 낮추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수신 규모를 줄여 이자비용을 조금이라도 아끼자는 생존 전략인 셈이다.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지난해 11월말 5.53%에서 올 11월말 4.08%로 1년새 1.45%포인트 떨어졌다.

수신을 줄이면 자연스럽게 여신도 감소한다. 자금조달이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연체율까지 올라가니 여신 영업도 사실상 어려워졌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저축은행들이 수신금리를 올리게 되면 대출금리까지 올라가게 되니까 전체적으로 규모를 줄이며 긴축에 들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의 대출 줄이기가 서민들에게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신용등급이 낮아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람들이 저축은행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 이자부담이 더 큰 대부업이나 사채시장으로 내몰릴 가능성도 있다.서민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사금융 시장으로 이동한 저신용자는 최대 7만1000명으로 추정된다.

실제 저축은행들은 중·저신용자를 위한 중금리 대출 규모를 1년새 절반 가까이 줄였다.

경기 악화에 취약차주의 부실 위험도 커지면서 대출을 늘릴 유인이 없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저축은행이 취급한 민간 중금리대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3%(4조2934억원) 줄어든 4조9819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3분기까지 대출건수도 32만1567건으로 지난해(53만4168건)보다 20만건 이상 줄어들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연체율에 민감하고, 선제적으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과거 저축은행 사태가 터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법정최고이자율이 지속적으로 낮아져 연 20%까지 내려온데다가, 저신용자들의 높은 연체율까지 반영하면 저축은행 입장에선 ‘역마진’ 부담까지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0월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16.58%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경기 상황이 좋지 않아 기업대출 비중이 높은 저축은행은 기업들의 성과 부진으로 연체율이 올라갈 수 있다”며 “저축은행들이 수익성뿐만 아니라 건전성 악화 때문에 위험관리 비용, 대손발생 등에 부담 느끼고 있기 때문에 어쨌든 내년 상반기까진 대출 공급을 상당히 줄여나가지 않을까 판단한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전반적으로 어려움이 커지면서 지분을 매각하려는 저축은행도 늘고 있다.

올해 초부터 조은저축은행은 인수 후보기업을 찾고 있고, 지난 7월부턴 한화저축은행도 매각을 추진 중이다. 지난 2019년 사모펀드에 인수된 애큐온저축은행도 내년부턴 매각 절차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일엔 우리금융지주가 상상인저축은행의 인수를 검토를 잠정 중단했다. 기존 금융 계열사와의 시너지, 부동산PF 부실규모 등을 고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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