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족했던 제주에 영리한 ‘범’ 내려왔다
오랜만에 복귀? 현장 경기 챙겨와
상대팀 분석하라면 다 할 수 있어
광주FC 이후 U-23 이끌며 ‘성과’
어떤 팀이든 처음부터 우승 목표
하나로 뭉치게 하는 게 주요 과제
한동안 K리그 현장을 떠나 있었던 호랑이 감독이 6시즌 만에 돌아왔다. ‘학범슨’ 김학범 감독(63)이 제주 유나이티드 지휘봉을 잡고 내년 시즌 다시 한 번 불꽃을 태울 준비에 나섰다.
제주는 5일 “김학범 감독을 제17대 사령탑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제주는 “김 감독은 선수들과 교감하며 마음을 헤아리고, 믿음의 로테이션으로 우승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게 만드는 강력한 동기부여를 일으킨다. 현대 축구의 흐름을 끊임없이 연구하는 김 감독은 제주의 전력을 더욱 극대화하고 리빌딩도 이끌 적임자”라고 선임 이유를 설명했다.
김 감독은 이날 기자와 통화하며 “남들은 오랜만에 현장에 복귀한다고 하는데, 난 계속 현장을 돌아다니며 경기를 봤다. 지금이라도 상대팀 분석을 하라면 다 할 수 있다”며 껄껄 웃었다.
2006년 ‘델파이 방법을 활용한 축구 훈련방법에 관한 내용 분석’이라는 논문으로 운동생리학 박사 학위를 따 ‘공부하는 지도자’로 널리 알려진 김 감독은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명장 중 한 명이다. 자신의 경험과 축구 이론을 적절히 조합, 현장에 적용해 효과를 내면서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에 빗대 학범슨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2017년 광주FC 감독을 끝으로 K리그를 떠나 있었던 김 감독은 그사이 한국 남자 23세 이하(U-23) 대표팀 사령탑을 맡아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냈고, 2020년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올림픽 9회 연속 본선 진출과 함께 전승 우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비록 이듬해 열린 도쿄 올림픽에서는 8강에서 탈락하며 고배를 마셨지만, 감독에서 물러난 후에도 꾸준히 K리그 현장을 찾아다니며 각 팀의 경기들을 관전하고 분석했다.
6시즌 만에 다시 K리그로 돌아오는 김 감독은 “내게는 또 하나의 도전이다. 도전은 늘 설렌다. 설레는 마음이 있기에 도전하는 맛이 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구단인 제주는 최근 몇년간 늘 다크호스로 꼽혔다. 모기업의 투자가 그리 인색한 것도 아니었다. 지난해 제주보다 더 많은 선수 연봉을 지출한 팀은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뿐이었다. 하지만 투자에 비해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위에 오른 2017년을 끝으로 단 한 번도 K리그1에서 3위 이내에 들어본 적이 없다. 2019년에는 최하위에 그쳐 강등 수모까지 당했다.
김 감독은 밖에서 본 제주는 어땠냐는 질문에 “항상 2%가 부족한 느낌이었다”는 말로 정리했다. 김 감독은 “솔직히 나도 이상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선수 구성도 괜찮고, 가능성도 충분히 있어 보이는데 항상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순위로 마무리를 해서 그 사정이 궁금했다”며 “이제 내가 감독이 돼서 (제주로) 들어가게 됐으니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살펴보고, 있다면 그걸 뜯어 고치겠다”고 강조했다. 축구적인 측면에 대해서는 “경기 내내 응집력이 떨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전술적으로도 어느 한 곳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그게 해결이 되면 또 다른 곳에서 문제가 생기는 장면들이 자주 나왔다”며 “팀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게 가장 큰 과제”라고 설명했다.
“제주 선수들 모두가 다 기대된다. 제주는 도전할 가치가 있는 팀”이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은 김 감독은 향후 목표에 대해 “난 어떤 팀에 가든 처음부터 우승을 목표로 뛰었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학범슨의 눈이 벌써 내년을 향하고 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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