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경영권 ‘형제의 난’ 재점화
사모펀드와 손잡고 주식 공개매수
조현범 회장 ‘사법 리스크’ 파장 속
한국앤컴퍼니 “경영권 문제없어”
한국타이어 경영권을 놓고 ‘형제의 난’이 다시 불거졌다. 조양래 명예회장(86)이 자신의 지분을 차남인 조현범 회장(51)에게 넘기면서 시작된 형제간 지분 다툼은 2년 전 사실상 일단락됐지만, 장남인 조현식 고문(53)이 5일 지분 공개매수에 나서면서 재점화한 모양새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특수목적법인(SPC) 벤튜라는 이날 조 고문 등과 함께 한국앤컴퍼니그룹의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 지분을 공개매수한다고 공시했다. 조 명예회장의 차녀이자 조 고문의 누나인 조희원씨(56)도 벤튜라에 합류했다.
현재 벤튜라가 보유한 한국앤컴퍼니 지분율은 29.54%(조현식 18.93%, 조희원 10.61%)에 이른다. 벤튜라는 이날부터 오는 24일까지 공개매수를 통해 20.35~27.32%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성공할 경우 자사주를 제외한 발행주식의 50.0~57.0%를 확보해 조현범 회장(42.03%)을 뛰어넘게 된다.
공개매수 가격은 주당 2만원으로, 지난달 월평균 주가 1만3722원을 훌쩍 넘어서는 수준으로 책정됐다.
앞서 한국타이어의 형제간 지분 다툼은 2020년 6월 조 명예회장이 자신이 보유한 한국앤컴퍼니 지분 전량(23.59%)을 차남이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위인 조 회장에게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형태로 넘기면서 시작됐다. 당시 장남 조 고문과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57)이 반발하면서 법정과 주주총회 등에서 양측 간 공방이 벌어졌다. ‘1차 형제의 난’은 조 고문이 2021년 말 물러나는 방식으로 마무리됐다.
경영권 다툼에서 진 형제들이 다시 지분 확보에 나선 것은 최근 조 회장이 횡령·배임·계열사 부당지원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되는 등 ‘사법 리스크’가 불거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조 회장은 2014~2017년 한국타이어가 계열사인 MKT(한국프리시전웍스)의 타이어몰드를 비싼 값에 구매하도록 해 MKT에 이익을 몰아준 혐의를 받는다. 개인 주거지 가구비와 이사비를 회삿돈으로 대납하고 회사 명의로 빌리거나 사들인 수입차를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도 있다. 조 회장은 지난달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다만 재계에서는 ‘2차 형제의 난’이 실패할 것으로 보는 분위기가 강하다. 현재 조 회장의 지분이 42%를 넘다보니 추가 주식을 사들이거나 우호 지분을 얻는 방식으로 8%만 확보해도 과반수로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다. 경영권 분쟁 재발 소식에 한국앤컴퍼니 주가가 이날 공개매수 가격 2만원을 넘어선 2만1850원으로 마감하면서 일반 주주들이 벤튜라 측에 주식을 팔 유인도 사라진 상태다. 장녀 조 이사장(0.81%)이 벤튜라에 합류한다 하더라도 조 회장의 지분을 넘어서기 어렵다.
한국앤컴퍼니 관계자는 “조 회장 보유 지분과 우호 지분이면 경영권 방어에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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