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남부 칸유니스 조여 오는 이스라엘…병원선 '고아 부상자' 용어까지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로의 진격이 임박한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 지역에 공습이 집중됐다. 민간인 사상자가 늘며 가자지구 병원에선 부모를 잃은 다친 아이를 지칭하는 별도의 용어까지 사용되고 있다.
4일(이하 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민간 위성업체 플래닛 랩스가 3일 촬영한 위성 이미지를 분석한 결과 수십 대의 이스라엘군 장갑차가 칸유니스에서 북쪽으로 2.7km 떨어진 지점까지 접근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사진에서 칸유니스 인근 가자지구 남부 국경에서 시작해 4km 가량 이어진 이스라엘군 차량 궤적이 관찰됐고 이는 가자지구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주요 도로인 살라알딘 도로 인근에서 끝나 해당 도로 서쪽에 이 장갑차들이 주차돼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NYT)도 3일 오전 9시 촬영된 플래닛 랩스 위성 사진 분석 결과 이스라엘군이 칸유니스에서 북쪽으로 4.8km 가량 떨어진 지점에 도달한 것으로 보이며 수십 대의 장갑차와 활동 모습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북부 작전과 매우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칸유니스 인근에서 이스라엘군 전차(탱크)에 대한 목격 증언도 나온다. 4일 <워싱턴포스트>는 칸유니스와 맞닿은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 알발라의 살라알딘 도로 인근 학교에 피난 중인 손도스 달룰(25)이 최근 며칠간 전차가 이 지역에 자리를 잡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쉼터의 열악한 환경 탓에 피난을 망설이던 칸유니스 북쪽 주민인 하니 아부 무스타파(39)도 2일 아침 이스라엘군 전차를 목격한 뒤 피난길에 올랐다고 매체에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4일 그간 가자지구 북부 주민들을 남부로 대피시키기 위해 개방했던 살라알딘 도로의 칸유니스 인근 구간이 "전장"이라며 민간인이 접근하지 말 것을 경고하기도 했다. 영국 BBC 방송은 이스라엘이 하마스 지도자 야히아 신와르를 포함해 하마스 최고 지도자들이 칸유니스에 은신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4일 가자지구 전체의 통신이 또다시 두절된 것도 지상 작전이 임박했다는 추측을 강화했다. 팔레스타인 통신회사 팔텔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날 "가자지구의 모든 통신 서비스가 주요 광섬유 경로 단절로 인해 중단됐다"고 발표했다.
인터넷 모니터링 업체 넷블록스도 같은 날 "가자지구는 거의 전면적인 인터넷 두절 상태"라며 "대부분의 주민들은 완전한 통신 두절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10월 말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북부에 지상군을 투입할 당시 가자지구 전체가 통신 두절을 경험했다. 외신은 당시 미국 당국자를 인용해 미국이 해당 통신 두절을 이스라엘 책임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1일 임시 휴전 종료 뒤 칸유니스에 대한 공습도 강화됐다. 4일 영국 일간 <가디언>은 안전을 이유로 성을 밝히기를 거부한 칸유니스 피난민 바툴(23)이 "지난 이틀간 칸유니스에 이스라엘의 공습과 포격이 가차 없이 이어졌고 특히 어젯밤 심했다"며 "맹공격이 잠시도 멈추지 않았고 집이 흔들렸으며 문과 창문은 산산조각 났다"고 증언했다고 보도했다.
분쟁 초기인 10월 중순 칸유니스로 대피한 바툴은 가족 30명과 함께 작은 집에서 피난 중이다. 그는 상황이 "재앙적"이라며 폭격이 이웃집을 강타했고 여성와 아이들이 밤새 두려움에 비명을 질렀다고 말했다.
칸유니스 북쪽에 거주했던 아부 무스타파는 <워싱턴포스트>에 1일부터 이 지역에 대한 전투기의 격렬한 폭격이 시작됐다며 "오늘이 우리의 마지막 밤"이라고 생각될 정도였다고 말했다.
4일 영국 BBC 방송은 하마스가 운영하는 지역 당국이 밤새 가자지구에 가해진 200회 가량의 공습 중 60%가 칸유니스에 집중됐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강화된 공습으로 인한 부상자와 난민이 몰려들며 칸유니스에 위치한 나세르 병원은 한계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4일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이 보도했다. 칸유니스의 국경없는의사회(MSF) 의료 코디네이터인 크리스 후크는 방송에 "병원에 거의 매 시간 다수의 중상 환자가 들어오고 있다"며 "병원에 더 이상 가용 공간이 없는 현 상황은 정말 끔찍하다. 모두가 진심으로 향후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지역 또 다른 병원인 유럽 병원 정형외과 의사 폴 레이도 BBC에 "더 이상 환자를 받을 수 없는데 환자가 계속 들어온다"며 수술 대기자가 360명이 넘고 피난민이 넘쳐 병원 안팎에 6000~7000명 가량이 몰려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1일부터 가자지구를 거의 2400곳으로 쪼갠 지도를 온라인에 게시하며 구역 번호를 통해 칸유니스 주민 대피를 촉구하고 있지만 가자지구의 통신이 두절된 상태에서 소셜미디어 및 전단지에 적힌 큐알(QR) 코드 등을 통한 대피령은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스라엘이 대피를 요구하는 구역은 점차 넓어져 4일 기준 칸유니스 전체의 20%에 이른다.
BBC는 이스라엘의 대피령 고지 방법은 "작동하는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한 것"이라며 "가자지구의 혼란스러운 상황 아래 실행 가능한 해결책이 되기엔 너무 복잡하다"고 꼬집었다. 방송은 이스라엘이 안전 구역으로 제시한 가자지구 남서쪽 해안 알마와시 지역에 사람이 넘쳐 시설 부족으로 주민들이 다른 곳으로 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 필립 라짜리니 집행위원장은 4일 성명을 내 "대피령은 가자지구의 3분의 1도 안 되는 지역에 사람들을 몰아 넣는다"며 "가자지구에는 남쪽이든, 남서쪽이든, 라파든 일방적으로 '안전 구역'이라고 칭해지는 곳이든 안전한 곳이 없다"고 비판했다.
분쟁 시작 뒤 현 시점까지 가자지구 인구의 80%에 해당하는 180만 명이 난민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 린 헤이스팅스 유엔 팔레스타인점령지구 인도주의 조정관도 이날 성명에서 향후 가자지구에서 "인도주의적 활동이 대응할 수 없는 지옥 같은 시나리오가 펼쳐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민간인 사상자가 늘며 가자지구 병원에서는 '가족을 모두 잃고 혼자 살아 남은 부상당한 어린이'를 뜻하는 약어 'WCNSF'(wounded child, no surviving family)까지 사용되고 있다고 BBC가 4일 보도했다. 방송은 11월 중순 가자지구 북부 인도네시아 병원에 3살 어린이 아흐메드 샤바트가 도착했을 때 그가 WCNSF로 지칭됐다고 설명했다.
방송에 따르면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 하눈의 집이 폭격 당한 뒤 그의 부모와 형이 사망했고 아흐메드는 경미한 부상만 입고 살아 남았다. 이후 동생 오마르(2)도 생존한 것으로 밝혀졌다. 삼촌 이브라힘 아부 암샤 가족과 함께 북부 셰이크 라드완으로, 그 다음엔 누세이라트 난민촌으로 피난한 아흐메드는 그곳에서 폭격 탓에 두 다리를 잃었다.
아부 암샤는 아흐메드가 "꿈이 많았다"며 "축구 경기를 보러 갔을 땐 유명한 축구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고 말했다. 방송은 WCNSF가 "많은 가자지구 어린이들이 처한 끔찍한 상황을 보여준다. 이들의 삶은 한순간에 바뀌었고 부모, 형제, 조부모는 죽고 예전과 같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전했다.
[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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