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우크라 지원금 곧 바닥”…미 하원에 예산 승인 촉구
공화당 “국경 강화 먼저”…EU도 추가지원안 합의 못해
우크라이나가 ‘3중 교착상태’에 빠졌다고 미 매체 악시오스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쟁 피로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까지 터지자 우크라이나를 끝까지 지원하겠다고 했던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약속은 불투명해졌고, 러시아와의 전황도 갑갑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백악관은 미 하원이 예산안을 통과시켜주지 않으면 연말까지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장비를 지원할 재원이 바닥난다고 경고했다. 샬란다 영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은 이날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사진)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 “의회의 조치가 없다면 올해 말까지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장비를 조달할 자원이 고갈될 것”이라며 “우리는 돈도 부족하고 시간도 거의 다 떨어졌다”고 말했다.
앞서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10월 우크라이나(600억달러)와 이스라엘(140억달러) 군사원조가 포함된 1050억달러(약 142조원) 규모의 지원 패키지를 마련했으나 하원은 지난달 2일 이스라엘 지원 예산만 별도로 가결했다.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은 바이든 행정부가 이민자 유입을 막기 위해 국경 정책을 강화하지 않는 한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을 처리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몇주 동안 민주·공화당 일부 상원의원들은 국경 정책을 놓고 타협안을 모색했으나 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존슨 의장은 이날 영 국장의 서한과 관련해 엑스(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명확한 우크라이나 전략이 부재하고, 미국 납세자들의 지원이 책임 있게 사용되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데 대한 우리의 우려를 충분히 해소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NYT는 최근 존슨 의장이 공화당 상원의원들에게 공화당 하원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의 국경 정책이 부활하지 않는 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지원에 찬성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에 찬성하지 않는 의원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승리에 투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에서도 우크라이나 지원은 뒷전으로 밀릴 처지다.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오는 14~1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정상회의를 앞두고 회원국이 우크라이나에 4년간 500억유로(약 71조원)를 추가 지원하는 내용을 포함한 추가경정예산안에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전날 이번 EU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EU 회원국 확장 등의 안건을 제외할 것을 요구했다. 루멘 라데프 불가리아 대통령도 지난달 의회가 의결한, 우크라이나에 장갑차를 공급하는 내용의 비준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미국과 EU의 지원 약속이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러시아와의 싸움도 난항을 겪고 있다.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최근 이코노미스트 인터뷰에서 전쟁이 1차 세계대전 방식의 참호전으로 흐를 위험이 있으며, 이는 결국 러시아에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전쟁이 길어지면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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