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판·소파서 납 검출…‘초등학교 괜찮나’
PVC 많아 비품 81% 안전기준 초과…“관리 규정 필요”
초등학교의 칠판이나 소파 같은 비품에서 유해물질이 다량 검출됐다. 학교 내 유해물질에 관한 관리 기준을 별도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지부와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국민행동)은 5일 서울 서대문구 전교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 소재 초등학교 비품의 유해물질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교조와 국민행동이 지난 10월11~18일 서울 5개 권역에서 15개 초등학교의 비품 81개를 조사한 결과 ‘위험’ 수준이 38.3%(31개), ‘주의’가 43.2%(35개)로 나타났다. ‘안전’ 수준은 18.5%(15개)에 불과했다. ‘위험’은 어린이제품안전특별법의 공통안전기준을 초과한 사례다. 주로 납이 고농도로 함유됐거나 유해 플라스틱인 폴리염화비닐(PVC) 재질이 쓰인 비품이 해당한다. 위험 판정을 가장 많이 받은 제품은 칠판이다.
조사 대상인 총 14개 칠판 중 9개(64.3%)에서 기준치(100PPM) 이상의 납이 검출됐다. 기준치의 501배가 넘는 납 5만100PPM이 나온 칠판도 있었다. 체육관에 설치된 충격보호대 14개 중 8개(57.1%)에서도 고농도 납이 검출됐다. 도서관의 소파는 33개 중 5개가 납 기준치를 벗어났다. 최인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바이오모니터링센터장은 “납은 어린이의 신경독성, 발달독성과 관련돼 있고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자폐와도 관련성이 있는 굉장히 유해한 물질”이라고 말했다.
‘주의’ 비품은 PVC 재질로 만들어진 것이 많았다. 특히 체육관 충격보호대는 모든 제품이 PVC 재질이었다. PVC는 제품을 부드럽게 하려고 유해물질인 프탈레이트 가소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아직 학교에만 특정해 적용하는 유해물질 관리 기준은 없다. 어린이제품안전특별법은 만 13세 이하의 어린이가 사용하는 제품에만 적용된다. 사무용 칠판이나 게시판 등이 유해물질 기준치를 초과하더라도 규제하기 어렵다. 박수미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 사무국장은 “용도에 관계없이 학교에서 사용되는 모든 비품류에 대한 관리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서울시교육청이 2021년 제정한 ‘학교 교육환경 유해물질 예방 및 관리 조례’의 후속 대책을 조속히 시행하라고 요구했다. 이 조례는 교육감이 3년마다 유해물질 실태조사를 하고, 관리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학교장은 유해물질 점검 결과를 보고해야 하고, 학교 구성원들은 유해물질 연수를 받는다.
김한민 전교조 서울지부 정책실장은 “교사들조차도 교내 비품의 유해성을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교내 비품들에 대한 총체적인 실태 점검과 함께 유해물질의 심각성을 안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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