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준국 주유엔 대사 “韓, 2024년 안보리이사국… ‘북핵 대응’ 中·러 역할 압박 힘쓸 것” [세계초대석]

박영준 2023. 12. 5.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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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찰위성 쏜 김정은, 핵공격 의도 드러내
中·러 뒤에서 안보리 결의 위반 넘어 조롱
일각의 안보리 무용론, 개편으론 역부족
상임이사국 거부권 있는 한 달라질 것 없어
북한 주민 강제노동으로 ‘핵자금’ 마련
北 인권문제는 곧 안보문제… 해결 시급
강제북송 관련 고문방지협약 통과 눈앞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대해 ‘만리를 볼 수 있는 눈과 만리를 타격할 수 있는 주먹을 가지게 됐다’고 했다. 정찰위성이 눈이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타격 수단이라는 것이다. 결국 이 위성이라고 하는 것이 평화적 목적과는 관계없이 핵 공격을 하기 위한 것임을 스스로 밝힌 것이다.”

황준국 주유엔 대사는 최근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와 그 의도를 간명하게 설명했다. 황 대사는 “북한이 주장하듯이 ‘왜 다른 나라들은 모두 위성 쏘는데 우리만 못 쏘느냐’는 주장은 말이 안 된다”면서 “지금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위반하고 핵무기를 개발하면서 불법적인 핵 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위성을 쏘는 나라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황준국 주유엔 대사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주유엔대한민국대표부 집무실에서 가진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응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욕=박영준 특파원
외교부 북핵외교기획단장,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겸 6자회담 한국 수석대표를 지낸 대표적 북핵 전문가인 황 대사를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 있는 주유엔대한민국대표부 집무실에서 만났다. 인터뷰 이틀 전인 27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뉴욕 유엔본부에서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와 관련해 안보리 차원의 대응을 공식 논의했지만 중국, 러시아의 반대와 북한의 반발로 성과를 도출하지 못했다. 황 대사는 북한과 중국, 러시아에 맞서 “북한은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차원을 넘어 거의 조롱하는 수준”이라고 일갈했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황 대사는 차분하지만 단호하게 북한 문제와 유엔 안보리 내 현안과 안보리 개혁 문제 등에 대해 설명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점차 강력해지고 있다.

“지난해 북한이 새로운 핵무력 정책을 채택하고, 전술핵 사용을 공식화한 것이 특기할 만한 점이다. 전술핵 사용기준(threshold)을 낮추고 선제공격도 시사했다. 북한 김여정이 ‘대한민국’이라는 단어를 쓰면서 우리도 하나의 외국이고 적대국이며 핵 사용 타깃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수십년간 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을 3년 주기로 했다면 지난해부터 ICBM을 12차례나 발사했다. ICBM 개발이 상당한 수준에 올라갔고, 이제 실전 배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로서는 상황이 점점 더 악화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에서 북·중·러 밀착이 노골적이다.

“북한은 중국에만 의존하기보다 러시아까지 아우르는 외교를 해왔다. 다만 중국과 러시아는 조금 다르다. 러시아의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북한으로부터 탄약을 공급받는 대신 상당히 노골적으로 북한과 밀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중국은 러시아보다는 좀 더 일반적인 용어로 미국이 좀 더 북한과의 대화에 성의를 보이고, 긴장 완화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수준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적으로 고립이 되고, 많은 나라로부터 비난을 받는 상황에서 거리두기를 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행보나 북한과 러시아의 노골적 밀착이 중국으로서는 불편할 수도 있다.”

―안보리 무용론이 꾸준히 제기된다.

“최근 우크라이나 문제나 시리아 문제, 북한 문제, 이번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문제 등에 대한 안보리가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지난 30년 동안 이어져 온 안보리 개편, 확대 문제는 주로 대표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으로 결이 좀 다르다. 안보리를 개편한다고 하면 두 가지 측면, 즉 안보리의 효율성과 대표성을 모두 봐야 한다. 안보리를 확대·개편한다고 하더라도 안보리 상임이사국(P5)의 거부권이 있는 한 안보리 무용론이 본질적으로 달라진다는 보장은 없다.”

―한국은 비상임이사국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안보리 개혁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상임이사국 증설 여부다. 우리는 지난 30년 동안 비상임이사국만 확대하자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다만 그동안에는 주로 아프리카의 과소 대표 문제를 시정해야 한다는 것이 부각됐다. 아시아 역시 아프리카와 같이 회원국이 54개국인 반면 과소 대표 문제는 주목을 받고 있지 못하다. 이번에 한국이 처음으로 그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1963년 안보리 개편 이후 최근까지 유엔 회원국이 80개국이 늘었고, 그중 31개국이 아시아 국가이고 아프리카가 20개 국가다. 따지고 보면 아시아가 제일 과소 대표돼 있다. 물론 안보리 이사국 숫자를 늘릴 경우 효율성을 유지할 수 있는 안보리 전체 규모에 대한 고민은 필요하다.”

―내년 한국이 비상임이사국을 수임한다.

“비상임이사국이 되면 우리가 그간 참여하지 못했던 안보리 비공식 협의, 문안 협상에도 참여하는 등 꼭 북한 문제뿐 아니라 세계의 모든 이슈에 대해서 목소리를 가지게 되고, 우리의 의사가 더 반영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 특히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중에 북한 문제에 대해 정보가 많이 있지 않고, 특별히 국익이 걸려 있지 않은 국가들을 규합해 중국과 러시아에 간접적인 압력이 되도록 하는 데 힘을 기울일 계획이다.”

―탈북민 강제북송 문제도 심각하다.

“중국 정부는 탈북민을 경제적인 이유로 불법 체류하고 있는 불법 체류자로 보고 난민협약에 따른 강제송환 금지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번에 우리가 유엔총회 결의에서 새롭게 ‘고문방지협약’을 지켜야 한다는 문구를 새로 집어넣었다. 난민 지위와 관계없이 고문을 당할 수 있는 곳으로 강제적으로 송환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으로 강제송환 금지 원칙 근거를 보강하기 위한 노력이다. 총회 3위원회에서는 이미 통과가 됐고, 12월 본회의만 통과하면 된다. 정부 차원에서 중국과도 대화하고 있고, 국제사회에서도 꾸준히 여론을 환기하는 노력을 해 나가는 수밖에 없다.”

―지난 정부는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에 4년 연속 불참했다.

“북한 인권 문제는 보편적 가치로서의 중요성이 있고, 같은 민족으로서 우리가 북한 주민의 복지나 인권에 관해서 관심을 가지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 우리가 평화통일을 말할 때 그것은 북한 정권과 통일한다는 뜻보다 북한 2500만 주민과 통일한다는 뜻이다. 북한이 해외나 국내에서 주민의 강제노동을 통해 핵무기 개발 자금을 조성하는 만큼 북한 인권 문제는 우리에게 국가안보 문제이기도 하다.”
―북한 핵실험이 늦어지는 이유는.

“김정은 결정에 달렸다. 준비가 다 안 됐을 수도 있고 또는 중국이 물밑에서 핵실험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의사를 전달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추측도 가능하지만 추측일 뿐이다. 다만 7차 핵실험에 대한 기술적 준비는 대체로 마무리되었다는 정보 평가가 있기 때문에 김정은의 정치적 결정에 달렸다고 보고 대처하고 있다.”

―북한 핵실험시 중국과 러시아가 제재 거부권을 행사할까.

“7차 핵실험의 경우에 두 나라가 모두 ICBM의 경우와 똑같이 거부권을 행사한다고 단정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두 나라가 다 거부권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도 없다. 앞서 말한 대로 중국이 러시아와 똑같은 입장이 아니기 때문에 두 나라가 어떤 입장을 보일지 주의 깊게 보면서 우리가 외교적 협상에 임해야 할 것으로 본다. 다만 중국과 러시아 모두 NPT 기득권자로서 이에 도전하는 북한의 핵실험에는 보다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겠다.”

―1995년을 처음으로 세번째 유엔 근무다.

“최근 국가보훈부와 함께 뉴욕 카네기홀 전체를 빌려 6·25전쟁 참전을 기념하고 유엔과 22개 참전국에 대한 감사를 표하기 위한 콘서트를 열었다. 그날 참석자들은 한국 전쟁 당시 22개국에서 200만명의 군인이 3년에 걸쳐서 참전했다는 소개에 대해 깜짝 놀랐다. 한국의 역사가 유엔의 역사와 함께한다는 말이 과장된 것이 아니다. 우리가 유엔의 도움을 받아서 성장했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기여를 하겠다는 것이 윤석열정부가 항상 이야기하는 글로벌 기여국가다. 지난 두 차례의 근무와 비교해 볼 때 미·중 경쟁 등 국제정세의 근본적 변화 외에 가장 큰 변화는 한국의 유엔에서의 위상이 크게 달라졌다는 것이다. 직원들과 함께 안보나 경제 등 여러 면에서 우리의 국익을 잘 챙기면서 새로운 외교 비전을 가지고 외교 지평을 확대하고,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우리 할 일을 해 나가려고 한다.”

◆황준국 주유엔 대한민국대표부 대사는…
 
●1960년 서울 출생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프린스턴대 대학원 정책학과 ●제16회 외무고시 합격, 외교부 입부(1982년) ●주영국 2등서기관 ●주유엔대표부 1등서기관 ●주사우디아라비아 참사관 ●외교통상부 의전1담당관 ●국제연합과장 ●주유엔대표부 참사관 ●북핵외교기획단장 겸 북핵담당대사 ●주미국 정무공사 ●한미방위비분담 협상 대사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겸 6자회담 수석대표 ●주영국 대사 ●한림대, 연세대 글로벌협력대학원 객원교수

뉴욕=박영준 특파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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