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해·자살 위험군 160만명…“예방책 넘어 치료·병상 급선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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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응하기 위해선 정신질환 예방책 외에도 급성기 환자(급성·응급 환자)의 치료에 필요한 병상을 늘리는 조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계에선 정책 실효성을 위해 급성 정신질환자를 치료할 대형병원 병상 등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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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향후 5년간 7800억원이 투입되는 ‘정신건강 정책 혁신방안’을 5일 내놓은 건 최근 우울증·조현병 등 정신질환이 사회 문제로 떠오를 만큼 급증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선 정신질환 예방책 외에도 급성기 환자(급성·응급 환자)의 치료에 필요한 병상을 늘리는 조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가 5일 낸 자료를 보면, 국내에서 정신질환으로 진료받은 환자 수(치매 포함)는 2015년 289만명에서 2021년 411만명으로 6년 새 42.2% 늘었다. 관련 치료비도 같은 기간 4조1천억원에서 6조5천억원으로 58.5% 뛰었다. 복지부는 자해·자살 등의 가능성이 있는 정신건강 중·고위험군 규모를 160만명으로 추산한다.
특히 20·30대 청년층을 중심으로 정신질환이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20대 우울증 환자는 2018년 9만9696명에서 지난해 19만4322명으로 2배 가까이 불었다.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사회적 교류 없이 고립되거나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가구가 늘면서 우울·불안장애 등이 늘고 있다는 게 복지부 설명이다.
제때 치료되지 않은 정신질환은 자살이나 타인에 대한 위해 등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지난 8월 경기도 성남시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이나 대전의 한 고등학교에서 20대 남성이 40대 교사를 흉기로 찌른 사건이 대표적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정신질환 범죄자는 2012년 5302명(전체 범죄자의 0.3%)에서 지난해 9875명(전체의 0.8%)으로 86.3% 늘었다.
정부가 이번 정책의 초점을 정신질환의 조기 발견과 예방에 둔 배경이다. 복지부는 2025년부터 20~34살 청년층이 2년마다 국가 정신건강검진을 받게 하는 것 외에도, 중대산업재해 경험자나 감정노동자 등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트라우마)를 예방하는 직업트라우마센터를 현재 14곳에서 내년 23곳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내년 7월부턴 학생·직장인, 사회복지시설·의료기관 종사자 등 1600만명에게 정신건강 이상 징후와 도움 요청 방법 등을 안내하는 자살예방 교육을 의무화한다.
이형훈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관은 브리핑에서 “조현병은 25살, 우울장애는 30살 등에 가장 많이 발병한다는 정신건강의학계의 의견이 있다. 20·30대에 주로 시작되는 이런 질환을 조기 발견하고 상담·약물치료 등으로 회복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에선 정책 실효성을 위해 급성 정신질환자를 치료할 대형병원 병상 등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 따르면 정신과 입원 병상은 2017년 6만7천개에서 올해 5만3천개로 줄었다. 입원 일수 30일 이하의 급성기 정신과 환자의 하루 입원료가 18만2천원으로 미국(조현병 기준 54만원)의 3분의 1 수준이어서, 대형병원들이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병상을 줄인 결과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정신 응급 병상을 2배 늘려서 모든 시·군·구에 설치하고 입원 환경도 대폭 개선하겠다”고 발언했지만, 야간·휴일 등에 응급 환자를 수용할 병상 외에도 입원을 통한 집중적인 치료를 위한 병상이 확보돼야 한다는 얘기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는 “정신질환 입원의 국민건강보험 수가는 낮은 편인 반면, (의원 등에서 주로 하는) 상담진료 수가는 높아 대형병원 의료진의 개원가 유출 등도 심하다”며 “급성기 환자를 치료하는 대학병원·종합병원의 입원 수가를 올리는 한편, 정신건강의학과 등의 전공의 배분을 늘려 충분한 전문의가 배출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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