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가짜뉴스’로 본 윤석열 정부의 언론통제

기자 입력 2023. 12. 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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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라는 용어는 2016년 미국 대선 기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빈번히 사용하며 유명해졌다. 그는 자신에게 비판적인 기사를 낸다는 이유로 양질의 저널리즘 수행으로 정평이 난 뉴욕타임스, CNN의 보도를 가짜뉴스라 낙인찍고, 심지어는 ‘미국 국민의 적’이라고 비난했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필리핀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 등 많은 권위주의 국가 지도자도 정권에 불리한 언론 보도 억제를 위해 가짜뉴스라는 용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비단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부 비판 보도에 주저 없이 가짜뉴스라는 낙인을 찍어 억압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여당에서 가짜뉴스로 지목한 사례들을 하나씩 뜯어보면, 이를 가짜뉴스라 부를 수 있는지 의문이다. 가짜뉴스는 단순히 ‘정확하지 않은 정보’ 또는 ‘아직 진실인지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아니라 ‘뉴스 형태를 가장한’ ‘의도적으로 조작된 허위정보’를 의미한다.

우선 정부가 대표적으로 가짜뉴스로 지목한 ‘바이든-날리면’ 발언 논란을 살펴보자. 지난해 9월 윤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회담 후 뱉은 말을 두고 MBC는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해석해 보도했다. 대통령실은 ‘XX’는 한국 국회, ‘바이든’ 부분은 ‘날리면’을 의미한다며 MBC 사장과 기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 장면을 찍은 순방 영상 기자단 전체는 당일 상황에 따른 맥락을 최대한 고려해 문제의 단어를 ‘한국 국회’와 ‘날리면’이 아닌 ‘미국 국회’와 ‘바이든’으로 해석했을 뿐, ‘의도적’으로 사건 진상을 왜곡·조작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 다른 사례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한 보도로, 정부는 이 같은 보도 일체를 가짜뉴스 혹은 괴담으로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전문가의 견해를 빌려 설명하는 대로 오염수가 인체에 미치는 위험이 ‘확률적으로’ 낮다 하더라도 언론이 국민 건강에 대한 우려를 멈춰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오염수 안전성에 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분명히 존중받아야 하지만 현시점의 상황을 고려해 내놓은 전문가 견해가 불변의 진리는 아닐 수도 있다. 전염병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미국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앤서니 파우치 소장은 코로나19 유행 초기에 마스크 착용이 필요 없다고 주장했지만, 이후 그 중요성을 인정하고 마스크 착용을 권장한 바 있다. 이처럼 전문가의 과학적 견해도 상황 변화에 따라 수정될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사고가 발생한 원전에서 오염수를 장기간에 걸쳐 대량 방류한 사례는 전무하기 때문에 오염수 안전성을 다각적으로 검증하는 것은 언론의 중요한 책임이다.

‘서울~양평 고속도로’와 관련한 김건희 여사 일가의 특혜 의혹 보도도 살펴보자. 원래 예비타당성조사(예타) 통과 때와 달리 고속도로 종점이 김 여사와 그 일가가 소유한 토지가 위치한 양평군 강상면으로 변경되면서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수사가 시작되지 않았고 양측 주장의 첨예한 대립 상황에서 이 사건이 권력형 게이트인지, 단지 우연의 일치인지 아직 명확히 결론 내리긴 어렵다. 그러나 예타안이 돌연 변경되었고, 이 과정에 석연치 않은 점들이 존재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런 의혹들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언론의 존재 이유다.

언론은 단순 사실을 기계적으로 보도하는 기관이 아니며 정부의 입장만 전달하는 국정홍보기관도 아니다. 언론의 책무는 살아 있는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데 있다. 자신의 선호에 맞지 않는 보도를 가짜뉴스라 지칭하고 법적 조치를 남발하는 것은, 윤 대통령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자유민주주의’의 근본원칙을 스스로 훼손하는 행위이다.

이상원 미국 뉴멕시코주립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이상원 미국 뉴멕시코주립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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