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간다] 찬바람 속 다시 10.29km‥이태원 참사 유족들은 왜 다시 거리로?
[뉴스데스크]
◀ 기자 ▶
바로간다, 사회팀 송재원 기자입니다.
한여름 땡볕에도, 폭우가 쏟아져도, 간절한 소망 하나를 품고 거리에 나섰던 사람들이 있습니다.
지난 주말로 400일을 넘긴 10.29 이태원 참사 유족들인데요.
이들은 왜, 칼바람이 옷깃을 파고드는 이 계절에, 다시 길 위에 설 수밖에 없었는지 함께 걸으며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 리포트 ▶
다시 신발끈을 동여맸습니다.
서울광장에서 국회 앞까지 10.29km.
얼굴을 할퀴는 찬바람 속을 또 걷습니다.
돌이켜 보면, 1년 전 이태원이 더 추웠습니다.
[김희정/고 최민석 씨 어머니] "사실은 이거보다 녹사평에서의 날씨가 더 추웠었거든요. 그때도 견뎠고 그때보다 더 춥다고 해도 할 수 있어요."
먼저 간 딸의 운동화.
깔창을 덧대고 신어 보니 모녀가 한 몸이 된 듯합니다.
딸이 다니던 대학교 앞을 지나자 함께했던 추억이 되살아납니다.
[김영남/고 최혜리 씨 어머니] "이사 다니면서 왔다갔다하고 짐도 옮겨주고 일상생활을 누렸던 길을 지나가니까 한번 신고 싶었어요. 걔를 생각하면서."
한여름 뙤약볕 아래 나섰던 길을, 한겨울에 다시 밟게 될 줄, 그때는 짐작조차 못 했습니다.
2시간 정도를 걸어 상수역 인근을 지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무더위 속에서 땀 흘리며 걸었던 유족들은 지금 이렇게 두터운 외투를 입고 행진하고 있습니다.
유족들은 무엇보다, 잊히는 게 두렵다고 합니다.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이, 그래서 애를 태웁니다.
[김희정/고 최민석 씨 어머니] "이거는 행진이지만 저희 다 아시겠지만 행진도 하고 단식도 하고 삼보일배도 하고 다 했잖아요. 우리가 뭘 잘못했는데 이렇게까지 해야 되는지… 제일 더울 때 제일 추울 때 이렇게 또 겨울에 하게 되는 건데."
지켜보는 시민들이라고 남의 일 같지만은 않습니다.
[김연옥/행진 참여 시민] "제가 직업이 간호사인데 그 상황을 보면서 병원에서도 환자 CPR하고 이런 상황에서도 느낄 수 없었을 만큼 정말 그런 너무너무 처참함을 봤거든요."
여름엔 왜 그리 길었는지 모를 해가, 이제는 야속하리만치 짧아졌습니다.
꼬박 3시간 걸려 도착한 국회 앞 천막.
이들의 구호와 절규는 한결같습니다.
참사 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
어젯밤 철야 농성에 참여한 유족들은 오늘도 분향소에 모여 새로운 행진을 시작했습니다.
[오영교/고 오지연 씨 아버지] "6월에 행진하면서 그 행진이 마지막이기를 바라고 간절히 기도를 했는데…"
21대 정기국회는 사흘 뒤 문을 닫습니다.
아직 본회의 상정도 안 된 법안이 총선 정국의 소용돌이에 떠내려가지 않을까, 유족들은 바람 앞의 촛불처럼 서 있습니다.
바로간다, 송재원입니다.
영상취재: 김승우, 임지환, 이원석 / 영상편집: 남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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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김승우, 임지환, 이원석 / 영상편집: 남은주
송재원 기자(jwon@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550275_3619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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