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엔젤..김호영 “‘렌트’ 연출로 돌아올게요”[인터뷰 종합]
[OSEN=김나연 기자] 뮤지컬 배우 김호영이 ‘렌트’ 속 엔젤을 떠나보내는 소회를 전했다.
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카페에서는 뮤지컬 ‘렌트’에서 엔젤 역을 맡은 배우 김호영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김호영은 지난 2002년 ‘렌트’로 데뷔해 21년간 5번의 시즌에 엔젤 역으로 함께했다. 하지만 이번 ‘렌트’를 끝으로 엔젤 역에서 하차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아쉬움을 자아내기도 했던 바. 그는 이번 공연을 스스로의 ‘마지막 시즌’이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물론 배우의 실제 나이와 배역이 안 맞을 수 있지 않나. 나이가 어릴 수도 있고, 많을 수도 있다. 그런데 ‘맘마미아’의 엄마, 아빠 같은 역은 거동에 문제가 없으면 쭉 할수있지만 ‘렌트’의 엔젤은 제가 생각했을때 작품에서 상징성이 있는 인물이다 보니 그 배우의 실제 나이와는 무관하게 사랑스러움과 풋풋함, 젊은 에너지가 있어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21살 첫 데뷔때 맡은 역할이기도 했고, 21년차 뮤지컬 배우로서 스스로 생각했을 때 내공이 생기는 게 작품 전체에서 필요한 에너지가 생기는 것도 맞지만 어떤 부분에는 그 역할로서 잘 맞지 않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민등록상 나이와 별개로 피부 나이는 괜찮으니까 더 하려면 더 할수도 있겠는데 좋은 배우들도 많고 엔젤 역할을 하고싶은 배우들도 많으니 좋은 선배로서 자리를 물러나는것도 선배의 덕목 중 하나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다.
이어 “40대가 되면서 일반 사무직에 있는 친구들도 비슷하겠지만, 지금의 나이와 위치가 후배 보다는 선배에 속해있는 경우가 더 많다 보니 어른이 돼 가는 과정, 선배가 돼 가는 과정에서도 놓을 때는 놓을 줄도 알고 다른 것들을 도전하는 것도 필요하단 얘기를 했었다”고 전했다.
특히 김호영은 “엔젤 역할을 하면서 ‘렌트’에 참여한 많은 배우들을 만났는데, 어떤 순간 자꾸 과거로 소환이 되더라. 사람들이 달라졌고 저도 달라져서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느낌을 끄집어 내야하는데 어떤 장면을 할때 ‘여기서 이 정도의 어떤게 터져야하는데’, ‘저기서 저런 리액션이 나와야하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경험에 의해서 나의 추억의 수치에 맞춰서 어떨 때는 배우를 평가하기도 하고 마음이 조급해지기도 했다. 저 스스로한테도 ‘예전에는 이런 소리가 금방났는데’라고 생각하거나, 추억에서 어떤것들을 소환하려는 걸 보면서 좋은 방향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차를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21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함께해온 엔젤이지만, 김호영은 엔젤을 표현하는 데 있어 변함없이 중점을 둔 부분으로 콜린과의 관계를 꼽았다. 처음 엔젤 역을 맡게 됐을 당시 “본질적 내용보다는 그 당시 정선아 씨와 저를 제외한 대부분의 배우들이 ‘렌트’를 해봤던 선배들이다 보니 따라가기에 바빴다. 엔젤에 대한 느낌보다 폐를 끼치면 안 된다고 생각했고, 진도를 빨리 나가는 데 급급했다”면서도 “단 하나, 21년간 엔젤을 하며 중요하게 생각하는건 콜린과의 끈끈한 관계”라고 답했다.
그는 “그게 연인으로서 보여지는 모습일수 있지만, 그걸 떠나 사람과 사람으로서 ‘저 둘이 정말 좋아하고 사랑하는구나. 아끼는구나’라는걸 느끼게끔 해야한다는게 저의 주된 목적이었다. 본의아니게 여러 명의 콜린들을 만나서 호흡을 맞췄는데, 그 때마다 엔젤로서 저의 개인적인 기량도 중요했지만 엔젤과 콜린은 함께 있음으로써 빛이 나기때문에 서로 의존하려고 노력 많이 했다. 그런 과정을 무대에서만 한 게 아니라 아예 실생활에서도 콜린을 다른 후배들이 질투할 정도로 티나게 챙기고 항상 함께하려 했다. 음료가 됐든 도시락이 됐든 콜린 배우것만 챙겨 누구도 뭐라하지 못하고, 대놓고 편애하니 재밌어하고 좋아했다”고 털어놨다.
또 “2020년도 공연부터는 콜린이 저보다 나이가 적었다. 그 전에는 저보다 나이가 많아서 형들을 많이 챙기려고 했제가 형 입장이 됐을때는 더 많이 더 티나게. 다른 후배들이 질투할 정도로 티나게 챙기고 항상 자리 함께하려 했다. 엔젤로서 ‘Today For You’ 같은 혼자 책임져야하는 장면은 테크니컬한 쪽으로 보여주지만 작품 자체에서 엔젤은 사랑을 대표하는 상징적 인물이지 않나. 모든걸 수용하고 그 가운데 콜린과 함께있음으로써 빛나는 인물이다 보니 둘의 관계를 배우들한테도 많이 주입하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뮤지컬 배우로서의 인생을 ‘렌트’와 함께 하면서 달라진 신념에 대해서도 전했다. 김호영은 “‘렌트’로 데뷔 하면서부터 나름의 삶의 철학이 생긴것 같다. 첫 데뷔작이고 이 작품이 가진 메시지가 많이 체화되다 보니 ‘렌트’의 영향을 받은거다.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누군가는 하루하루 잃어가기때문에 더욱 소중함을 느끼는 사람도 있지만, 반대로 잃어감이 없는 사람이라고 해서 하루하루가 소중하지 않을 수는 없다. 저 역시 그 당시에는 배우로서 이 공연을 하고있는 것이 너무 소중하고 좋았다. 그게 무대 위에서뿐아니라 ‘오직 오늘 뿐’이라는 말을 대사로서 뱉다 보니 어느순간 저도 ‘그렇지. 오직 오늘 뿐이지’라고 생각하게 되더라”라고 털어놨다.
공교롭게도 대학생 시절부터 김호영의 별명이었던 ‘HOY’는 스페인어로 ‘오늘’을 뜻한다. 김호영은 “‘렌트’로 데뷔하기 전부터 다들 저를 ‘HOY’라고 불렀고, 같이 ‘렌트’를 하는 선배, 동료들도 저를 ‘HOY’라고 불렀다. ‘오늘’이라는 것에 제가 운명처럼 맞닿는 게 있더라. 결국 내일도 오늘이 되는거니까, 오늘 하루를 행복하고 소중하게, 되도록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나름 엔젤의 대표적인 대사가 ‘Today for you, tommorow for me’인데, 내일이 되면 또 오늘이지 않나. 오늘을 살아가는게 얼마나 중요한지, 오늘을 어떻게 남들에게 하느냐에 따라 내가 받는것이 있구나 라는걸 알게 되면서 ‘렌트’라는 작품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다만 배우로서 맡는 배역이 한정적인 점에 대해 우려가 뒤따르진 않았냐는 질문에 김호영은 “사람 마음이 하루에도 몇번씩 왔다갔다 할수 있지 않나. 저도 예전에 남자 주연으로서 꼭 흔히 생각하는 ‘남자 배우들이 선호하는’ 역할, ‘남자 주인공’ 같은 역할만 하는게 성공은 아닌 것 같다고 얘기했다. 제가 가고있는 행보가 타이틀롤 역할도 했지만, 그 이후에 사람들이 생각하지 않는 그런 빛나는 조연 역할도 마다하지 않고 다 했다. 그게 저의 장점이라고 생각 했는데 어떤 한 시점에는 ‘내가 장점이라 생각한 이 부분이 오히려 내 위치를 애매하게 만든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더라”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보통 한번 주연을 맡으면 계속 주연을 하는데, ‘주연도 했다가 조연도 하고 일사분란한 모습이 나를 애매하게 만들었나?’, ‘엔젤처럼 여장남자 역할은 임팩트가 있다 보니 그쪽으로 포커스가 맞춰진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안 한건 거짓말이다. 하지만 예전에 ‘킹키부츠’ 찰리 역할에 나름 도전장을 내밀었을때 ‘잘 하겠구나’라는 기대를 많이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그렇지 않았다. 뮤지컬의 한 역할이 내 인생을 바꿀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는걸 느꼈다. 무대가 가진 힘이라는게 결코 단박에 뭔가를 이뤄내게끔 하지 않을수 있단 생각이 들더라”라며 “뮤지컬을 계속 하려면 마냥 콧대만 높아서는 될 수 있는게 아닌것 같다. 자신감, 자만감만 있어서 되는게 아니라 무대 위에서 배우도 희로애락이 다 있어야 한다. 일확천금으로 로또처럼 단박 되는게 없고 같은 역할을 반복적으로 한다고 해서 쉽게 되지 않는다. 매번 다르고, 매번 어렵다. 무대에서 연기하는 배우들은 우리가 감내해야할 부분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호영은 자신의 배우 인생에 있어서 ‘렌트’와 엔젤에 대해 “천운”이라고 표현했다. 첫날 첫 공연을 본 어머니가 기뻐했던 모습을 떠올리며 “‘렌트’의 엔젤은 엄마한테도 저한테도 저를 정말 슈퍼스타로 만들어준 작품”이라고 밝힌 그는 “엔젤 덕에 지금까지 좋은 배우로 알려질수 있었다. 과분한 사랑을 많이 받고 같이 했던 선배들이 너무 좋은 선배들이어서 어떻게 해야 좋은 선배인지 본의아니게 스며들게 한것도 ‘렌트’와 엔젤이었다. ‘렌트’에서 ‘오직 오늘뿐’이라는 말이 가슴속 어딘가에 새겨지며 오늘 하루를 나답게 살기위해 노력하는 김호영이 됐다”고 전했다.
이어 마지막 시즌을 보내며 “어떻게 시간이 빨리 지났지?”라는 생각을 했다는 그는 “내가 21년전에 어떻게 이 역할을 했을까 싶다”며 “신시컴퍼니는 모르고 있는데 저 혼자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저는 ‘렌트’라는 작품의 한국 협력 연출로 복귀할거다. 20년도 공연때 처음 앤디 세뇨르 연출과 같이 작업을 하면서 더 많이 느꼈다. 그분이 엔젤 출신이었다. 그러다 보니 저랑 작품 하는데 통역사 거치지 않는데도 내면을 알아 듣겠더라. 엔젤로서뿐아니라 다른 배우 장면을 할때도 엔젤의 시선으로 봤을때 이해되면서 배우들한테 풀어주고싶은 게 있더라. 물론 당연히 신시컴퍼니에 이재은 연출이 있지만, 자리를 뺏는 걸 떠나 액팅코치 처럼 배우로서는 참여하지 않지만 프로덕션 스태프로 무조건 참여해서 한국 연출도 외국 연출도 둘다 내가 서포트 해야겠다, 연출부로 들어가서 이 작품을 더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예전에 했던 ‘렌트’와는 다르게 약간 스파이의 마음으로, 배우로서도 당연히 배우들에게 영감 주려 했지만 조금 더 나무보다 숲을 보려고 많이 노력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내년에 더 잘될 것 같냐”는 질문에 김호영은 “당연하다. 내년에 더 잘된다. 늘 바라는게 그거다. 연말엔 ‘내년에 더 유명하고 잘 되게 해달라’고 하고, 연초가 되면 ‘올해 더 잘 되게 해달라’고 한다. 여태까지 그게 엄청난 수직선은 아닐지 몰라도 항상 저는 순차적으로 잘 밟아왔던 것 같다. 잘 된다라는 개념이 제가 느끼는것과 남들이 느끼는게 다를수 있지 않나. 매체에 더 많이 노출되는게 더 잘 되는거라 생각할 수 있고, 드러난건 아니지만 뭔가 준비하는게 있다면 그게 무대든 배우로서 모습이든 비즈니스적으로든 그 역시 새로운 분야에서 잘 되는거니까 늘상 ‘더 잘된다’는 걸 박아 놓고 시작을 한다. 또 내년에는 ‘렌트’ 엔젤로 한해를 시작하기때문에 잘 안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일이 데뷔 기념일인데, 21년간 했던 이 역할을 마무리한다는건 어떤 부분에서는 저한테나 의미가 있지, 다른 공연을 많이 보신 분들한테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굿바이 엔젤’이라는 타이틀로 해서 오늘 자리를 마련해준 제작사에 너무 감사드리고, 별거 아닌 것 같은 걸 별거 있게끔 해주셔서 감사드린다”며 “나중에 한국 연출로 다시 만나뵙겠다”고 재치있는 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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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신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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