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브릿지> 시대의 이야기꾼이 고른 우리 민담…"민담은 뿌리"
[EBS 뉴스]
서현아 앵커
세상을 연결하는 뉴스, 뉴스브릿지입니다.
그 이름만으로도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를 상징적으로 압축하고 있는 문단의 거장, 소설가 황석영 씨가 새로운 작품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번에는 민족의 옛 이야기를 추린 민담집인데, 등단 61년 만에 처음으로 어린이 독자를 위해 쓴 책이어서, 그 의미를 더하고 있습니다.
어떤 작품인지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황석영 작가
네, 반갑습니다.
서현아 앵커
등단 61년 만에 처음으로 어린이를 위한 책 그것도 이 옛 이야기를 모은 민담집을 내셨습니다.
어떤 이유에서 이렇게 결정하셨습니까?
황석영 작가
제가 이제 80이 넘어서 할아버지거든요.
명실공히 할아버지가 됐는데, 그 어렸을 때 생각을 해보면 할아버지하고 이제 화롯불가에서 이렇게 군밤 구우면서 옛날 얘기해 주던 거 또 할머니 무릎을 베고 멍석에 누워서 별 보면서 옛날 얘기하던 거 이런 생각이 나는데 이제 그런 시대가 아니잖아요.
요새는 또 아이들한테 부모님들이 책을 읽어줘요.
그래서 옛날에 그런 얘기하던 방식으로 책을 읽어줬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런 책을 내가 직접 해주지는 못하지만 책을 써서 새로운 어린 독자들에게 좀 남겨놓고 싶다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서현아 앵커
그렇다면 우리 민담의 어떤 특징이나 매력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황석영 작가
글쎄요, 그 서구의 동화나 민담 전선을 보면 대개는 이제 왕자니 공주니 뭐 귀족들이니 그래서 왕후장상들의 얘기가 주로 많이 나오는데 우리의 경우에는 그게 아마 사랑방이나 저 일하는 사람들의 이런 방에서 노동하는 틈틈이 얘기를 하고 그래서 그런지 무슨 등장 인물들도 소금 장사, 나뭇꾼, 뱃사공 뭐 이런 보통 계급이 낮은 계층의 백성들 얘기가 많이 나옵니다.
그리고 이제 뭐냐 하면 그 희노애락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도 매 고비마다 유머가 들어가 가지고 풍자 해학이 늘 끼어 있어요.
그래서 이야기가 말하자면 재미도 있으려니와 순하다고 그럴까, 사실 서구의 동화의 경우에는 백설공주의 경우나 이런 것들을 보더라도 굉장히 잔혹한 부분들이 들어있거든요.
물론 우리도 부분적으로는 그렇지만 대부분은 열려 있고 말하자면 순화돼 있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겠네요.
서현아 앵커
내년까지 50권 시리즈로 모두 150편의 이야기가 담길 예정입니다.
선생님께서 선정하신 민담 가운데서 특히 마음에 깊이 남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황석영 작가
글쎄 그 재미있는 거는 동서양의 얘기들을 이렇게 우리가 보면 공통되는 점이 많아요.
가령 '콩쥐팥쥐' 아니면 '신데렐라'라든가 이런 게 있는데 그 일례를 들면 식민지 시대 일제 강점기 시대에 방정환 선생이 어린이 운동을 하면서 사랑의 선물이라는 동화책을 냈는데 거기에 보면 '요술왕 아아'라는 동화가 나와요.
그 각 나라의 동화들을 소개한 건데 그게 아마 프랑스 동화로 나와 있지만 사실은 근원은 레바논 동화라고 돼 있는데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바로 그 비슷한 줄거리를 가진 동화가 양주 지역하고 강원도 지역 여기 이렇게 두 종류가 나와 있습니다.
그게 '지하 마왕과 한량'이라는 동화인데 그래서 그게 너무 스토리가 비슷해서 한편으로는 이게 일제강점기 시대에 그 동화가 뒤늦게 정착된 건지 아니면 신데렐라나 콩쥐팥쥐처럼 그전서부터 그런 공통점이 있었는지 뭐 그런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그렇군요.
그렇다면 이 아이들에게 민담을 들려줘야 하는 이유는 뭐라고 보십니까?
황석영 작가
글쎄요, 그 언제부턴가 어린이 책이나 이 어린이 출판계를 보면 대개 이제 5, 6세에서 이렇게 학년이 되기 전에 제일 먼저 접근이 되는 책들이 '그리스 로마 신화'가 주로 많고 그다음에 학교에 들어가고 나면 '안데르센'이라든가 '그림'이라든가 이런 서구동화 위주로 돼 있거든요.
게다가 이제 그 수많은 디즈니 콘텐츠들, 그래서 좀 아쉬운 게 우리는 체계적으로 모아놓은 우리식의 민담이나 동화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물론 산발적으로는 각 출판사마다 몇 권씩은 나와 있는데 이걸 좀 집대성해서 모아볼까 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하게 된 거죠.
서현아 앵커
네, 한 인터뷰에서 이 민담이 'K-콘텐츠의 근원이다' 이런 말씀도 하셨어요? 이건 어떤 의미입니?
황석영 작가
이건 상식이기도 하고 하도 오래전에 나와서 회자된 말이라 좀 상투적인 얘기이기도 한데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 이런 얘기가 있잖아요.
그런데 그게 거의 상식이 되어 있는 게 말하자면 우리가 세계에 나가서 남들하고 만나고 그랬을 때 자기 것을 알아야 되거든요.
자기 것을 사랑할 줄 알아야 남의 것도 사랑하고 이러는데 그래서 정체성을 가져야 되는데 그러니까 자기 나름의 자기 방식의 스토리텔링하는 방식 말하자면 세계 보편적 현실을 가지고 자기의 표현 방식으로 이야기하기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죠.
요새 한류라고 그래서 한참 회자되고 있는 우리 드라마라든가 여러 가지 콘텐츠들이 있는데 이것도 아마 그런 엇비슷한 개념을 가지고 있다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민담이 K-콘텐츠의 근원이다, 우리식 스토리텔링의 근원이다 이런 얘기를 하는 하고 싶은 거죠.
서현아 앵커
네, 그래서일까요? 이 민담들이 책만이 아니라 앞으로 또 다양한 콘텐츠로 제작될 예정이라고 들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을 좀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황석영 작가
예, 그래서 이게 제가 이제 해외에 에이전트 회사를 한 세 군데를 이제 파리하고 런던하고 뉴욕하고 이제 세 군데 회사하고 거래를 하는데 그쪽에서도 얘기가 지금 코리아 콘텐츠에 대해서 굉장히 관심이 많으니까 그 어린이 민담 어린이가 읽을 수 있는 민담에 대해서 굉장히 관심이 있다.
그런데 이거를 그냥 책으로도 나갈 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이나 또는 웹툰이나 이런 것들로 제작을 같이 해서 나가는 방법이 어떻겠느냐 해서 지금 이 출판사에서 미디어 회사를 따로 내가지고 지금 준비 중에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그렇군요, 이 디지털 시대에 더 반짝반짝 빛나는 이 옛 이야기의 힘을 통해서 어린이 독자들이 더 풍성한 즐거움을 느끼게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선생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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