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플러스] 무효인 유언을 사인증여로 볼 수 있을까
민법 제1067조는 ‘녹음에 의한 유언’을 유언 방식의 하나로 인정하면서 이때 “유언자가 유언의 취지, 그 성명과 연월일을 구술하고 이에 참여한 증인이 유언의 정확함과 그 성명을 구술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A는 배우자와 아들 2명, 딸 3명을 두고 있는데 차남이 동영상을 촬영하는 상황에서 먼저 “유언자는 다음과 같이 유언한다”라고 말한 뒤, “자신 소유의 부동산을 아들 2명에게 일부씩 분배하고, 딸들에게는 돈으로 일부씩 주라.”는 취지로 말하고, 마지막에 “유언자 망인”이라고 끝맺음을 한 뒤 녹화를 종료했다. 이때 다른 상속인 없이 차남만이 현장에 있었다. 그 후 A가 사망했다.
그러나 유언은 민법이 정한 방식에 의하지 아니하면 효력이 생기지 않는데, 위 촬영본에는 참여한 증인이 유언의 정확함과 그 성명 등을 구술한 사실이 없어, 유언으로서의 효력이 없다. 그러자 차남은 A가 구술한 내용이 민법상 ‘사인증여(死因贈與)’로서의 효력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A가 자신에게 분배하기로 한 부동산에 대하여 다른 상속인들을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증여(贈與)’는 당사자 일방이 무상으로 재산을 상대방에 수여하는 의사를 표시하고 상대방이 이를 승낙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기는 것에 비해, ‘유증(遺贈)’은 유언으로 수증자에게 일정한 재산을 무상으로 주기로 하는 일방적 행위로서 상대방 없는 단독행위이다. 따라서 ‘사인증여(死因贈與)’는 증여자가 생전에 무상으로 재산의 수여를 약속하고 증여자의 사망으로 그 약속의 효력이 발생하는 ‘증여계약’의 일종으로 수증자와의 의사의 합치가 있어야 하는 점에서 단독행위인 유증과 구별된다.
이에 대해 최근 대법원(2023년 9월 27일 선고 2022다302237 판결)은 “유언자인 망인이 자신의 상속인인 여러 명의 자녀들에게 재산을 분배하는 내용의 유언을 했으나 민법상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유언의 효력이 부정되는 경우 유언을 하는 자리에 동석하였던 일부 자녀와 사이에서만 ‘청약’과 ‘승낙’이 있다고 보아 사인증여로서의 효력을 인정한다면, 자신의 재산을 배우자와 자녀들에게 모두 배분하고자 하는 망인의 의사에 부합하지 않고 그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던 나머지 상속인들과의 형평에도 맞지 않는 결과가 초래되므로, 이러한 경우 유언자인 망인과 일부 상속인 사이에서만 사인증여로서의 효력을 인정하여야 할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그와 같은 효력을 인정하는 판단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라고 판시했다.
결국 위 사례에서 A가 동영상으로 구술한 내용은 ‘유언’일 뿐 이를 A와 차남 사이에서만 유독 청약과 승낙이 이뤄진 ‘사인증여계약’으로 볼 수는 없지만, 다만 위 유언은 유언으로서 효력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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