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人] 통가죽에 새긴 40년…가죽공예 명장 김영우
[KBS 창원]소가죽 원피에 밑그림 없이 철필로 그림을 새기고 음양각의 입체감을 더합니다.
[김영우/대한민국 전통가죽공예 명장 : "이게 내 캔버스인데 내가 40년 동안 여기 푹 빠진 겁니다. 그거 해서 뭘 먹고 살 거라고 그 길로 가냐고 하는 사람도 많이 있었지만 누가 무슨 소리를 해도 한길로 왔습니다."]
손때 묻은 가죽이 좋아 무두질을 지킨 김영우 씨는 대한민국 전통가죽공예 명장입니다.
밋밋한 피혁이 작품으로 거듭나는 통가죽공예 산실.
바지부터 재킷, 모자까지 가죽으로 뽐낸 김영우 씨는 가죽으로 못 만드는 게 없습니다.
22단계 공정을 거쳐 가공한 소가죽 원피는 그의 작품이 시작되는 캔버스죠.
[김영우/대한민국 전통가죽공예 명장 : "가죽을 볼 때마다 딱 쥐면 여기다 무슨 그림을 그려야 되겠다 하는 것이 내 머릿속에서 탁 나옵니다. 여기에 각을 하고 염색을 하고…."]
순수 창작한 문양을 그리고 한 치 망설임 없이 새기는 손놀림이 놀라운데요.
라운드커터가 춤을 추듯, 커팅과 타각으로 입체감을 표현하는 카빙 솜씨는 기계로 찍어내는 데 비할 수 없는 내공이 필요합니다.
[김영우/대한민국 전통가죽공예 명장 : "카빙을 잘하는 게 (가죽공예의) 꽃입니다. 수작업으로 직접 두드려가지고 이렇게 해야 이게 진짜 작품입니다."]
작업 시간이 쌓이면서 오래된 가죽처럼 편안해진 연장은 그를 돕는 든든한 일꾼입니다.
100살을 넘긴 손때 묻은 프레스,
화석처럼 반들반들한 돌판 작업대도 40년 세월을 같이 걸어왔죠.
[김영우/대한민국 전통가죽공예 명장 : "내 손이 하루에도 몇 백 번 올라갔다가 내려갔다 하는 거예요. 나하고 동고동락을 같이한 물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여기에 내 히스토리가 다 담겨 있습니다. 내 밥상입니다. 때로는 염색도 하고 아까 조각할 때도 여기 얹어놓고 하고…."]
그가 자유롭게 표현하고 정확하게 재단한 결과물을 바느질하는 김분석 씨와는 바늘과 실 같은 사이.
30년 넘게 호흡을 맞춘 최고의 동료입니다.
[김분석/김영우 명장 부인 : "(저 사람은) 가죽을 많이 좋아해요. 겨울에는 거의 옷을 가죽을 많이 입고 다니거든요. 좋으니까 갖바치를 여태 지키고 있는 거지. 가죽에 빠져있으니까."]
말에 필요한 장비를 만들기 위해 20대에 뛰어든 가죽공예.
일흔을 앞두기까지 숱한 무두질을 했지만 문지를수록 깊어지는 광택에 반해 이 일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김영우/대한민국 전통가죽공예 명장 : "통가죽의 묘미가 바로 이겁니다. 라스트. 염색하는 것도 다 중요하지만 무두질을 빡빡 잘 문질러야 이 작품이 삽니다."]
낡아서 보수가 필요한 안장이 명장의 손끝에서 감쪽같이 살아났는데요.
울림이 제대로 된 북을 위해 소리를 익힌 그는 뭐든 대충 만드는 법이 없습니다.
[김영우/대한민국 전통가죽공예 명장 : "이거는 소가죽이고 이거는 개가죽이라. 그냥 북을 둥둥 치면 되는 줄 알지만 좌편 우편 이걸 잘 맞춰야 됩니다."]
실용성에 멋을 더한 삼발이 의자부터 세상에 하나뿐인 수제가방, 근사한 신발과 모자, 가죽에 새긴 글과 그림까지.
명장을 만난 가죽은 회화가 되기도 하고 공예품, 생활소품이 되기도 합니다.
[김영우/대한민국 전통가죽공예 명장 : "내구성이 좋고 관리만 잘하면 쓰면 쓸수록 좋습니다. 거기다 화구도 되고 생명을 불러일으키지요. 그래서 보람 있고 항상 기쁩니다."]
하고 싶은 일을 쫓아온 40년.
그에겐 바람이 하나 있습니다.
[김영우/대한민국 전통가죽공예 명장 : "장인은 돈을 버는 게 아닙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그게 장인의 덕목입니다. 경남의 가죽장으로서 후진을 많이 양성하고 싶습니다. 내 지극한 소원입니다."]
시간의 더께로 빛나는 가죽공예를 위해 김영우 명장은 뚜벅뚜벅 갖바치의 길을 걸어갈 겁니다.
KBS 지역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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