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약속 다 지켜야하냐’는 민주당 원내대표 무책임하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5일 선거제 개혁과 관련해 “의원들에게 ‘모든 약속을 다 지켜야 되느냐’라고 한 적이 있다”며 “약속을 못 지키면 상황을 설명하고 사과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와 위성정당 창당까지 열어놓은 걸로 풀이된다. 정치 불신부터 키울 무책임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민주당은 21대 총선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놓고 위성정당 창당으로 무력화시켰다. 이런 과오를 성찰하며 대선에선 선거제 개혁을 약속했고 위성정당 방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천명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선거제 당론조차 확정하지 못한 채 갑론을박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고 한 이재명 대표 발언으로 야권이 시끌벅적해지더니, 홍 원내대표는 ‘약속을 다 지켜야 하느냐’고 한술 더뜬 것이다. 위성정당 창당을 불사하며 개혁과 엇가는 국민의힘과 야합하겠다는 건가. 홍 원내대표는 약속 파기와 정치 퇴행이 불러올 ‘공당의 신뢰 위기’를 결코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설상가상으로, 민주당은 이낙연 전 대표 출당 문제까지 내홍에 휩싸였다. 연일 이 대표와 팬덤 정치를 비판한 이 전 대표를 향해 강성 당원 약 2만명이 출당을 요구하자, 이 전 대표는 “당이 몰아내면 (그 요구를) 받아야 한다”며 신당 창당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친이낙연계 모임 ‘민주주의실천행동’도 오는 10일 비주류 의원 모임인 ‘원칙과 상식’ 토론회에 참여키로 했다고 한다. ‘이낙연발 신당’의 현실화 여부는 지켜봐야 하지만, 주류·비주류의 감정적 충돌과 당 내분이 격화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이 맞닥뜨린 신뢰·분열의 위기는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 위기로 직결된다.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승리 후 이 대표의 정치력이 도마에 올랐다. 의원총회에서 선거제 이견을 주도적으로 조정하지 못했고, 당 지도부와 비주류 간 소통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내년 총선은 민주당과 이 대표의 명운이 달려 있는 중대 분기점이다. 이 대표가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개혁과 통합을 주도하는 리더십을 보여야 당도, ‘이재명 정치’도 미래를 열 수 있다. 최소한 현재의 비례대표제와 연동형제를 합친 준연동형 비례제 이상의 후퇴는 없어야 한다. 선거제·당 문제를 제기한 이 전 대표나 김부겸 전 총리와의 만남이 이 대표 리더십의 시험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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