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기의 과학풍경] 온실가스 줄이려면 미생물 관리가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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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학술지 '네이처' 사이트에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다.
몇몇 미생물학자들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리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목소리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지난 8월 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에는 메탄을 먹는 효율이 뛰어난 미생물을 찾아 매립지나 논, 유전 등에 존재하는 메탄의 농도와 비슷한 수준에서 작용함을 보인 논문이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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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기의 과학풍경]
강석기 | 과학칼럼니스트
며칠 전 학술지 ‘네이처’ 사이트에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다. 몇몇 미생물학자들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리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목소리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미생물이 기후 변화에 미치는 영향이 큰데도 그동안 정책입안자들은 대기과학자나 지구물리학자 등과 달리 미생물학자의 목소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 결과 온실가스 정책은 연료를 태울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거나 포집하는 쪽에 집중돼 있다. 이번에도 재생에너지를 3배로 늘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자는 서약에 118개 나라가 참여 의사를 밝혔다는 게 가장 큰 뉴스다.
배출량은 이산화탄소보다 비교가 안 되게 적지만 온실 효과가 85배나 강력해(2020년 기준) 지구온난화의 30%를 차지하는 메탄은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하다. 둘 다 인류 활동으로 나오는 온실가스이지만 이산화탄소는 대부분 연소라는 비생물적 과정으로 나오는 반면 메탄은 미생물이 만들어 내보내는 게 더 많다. 논과 소의 장, 쓰레기 매립장 등은 곳곳에 메탄생성미생물이 살고 있다.
메탄 배출량을 줄이려면, 이들 미생물의 활동을 억제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지구촌 10억마리가 넘는 소가 장내미생물이 만든 메탄을 트림이나 방귀로 내뿜는 양은 인류 활동으로 나오는 전체 메탄의 30%를 차지한다. 놀랍게도 해조류인 아스파라곱시스를 사료에 0.5% 첨가하면 메탄생성미생물의 대사에 영향을 줘 메탄 발생을 68%나 줄이는데다 사료 전환 효율을 14% 높일 수 있다. 그리고 소의 건강이나 고기 맛에는 영향이 없다.
그럼에도 아직은 오스트레일리아 등 몇몇 나라에서만 막 적용하는 단계다. 만일 당사국총회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한다면 해조류 양식 기술이 뛰어난 우리나라가 아스파라곱시스를 대량 양식해 지구촌에 공급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배출된 메탄을 미생물이 먹어 없애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미생물은 종류가 워낙 다양해 메탄을 배설물로 내보내는 종류도 있지만 메탄을 먹이로 삼는 메탄영양미생물도 있다. 지난 8월 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에는 메탄을 먹는 효율이 뛰어난 미생물을 찾아 매립지나 논, 유전 등에 존재하는 메탄의 농도와 비슷한 수준에서 작용함을 보인 논문이 실렸다.
전형적인 메탄영양미생물은 메탄 농도가 5000ppm은 돼야 증식하지만 매립지 등의 농도는 10분의 1 수준이다. 따라서 이 정도만 돼도 흡수해 대사할 수 있는 미생물이 있어야 하는데 미국 워싱턴대 연구자들이 선별 과정을 거쳐 그런 균주를 찾았다. 5GB1C라는 이름이 붙은 이 박테리아는 메탄 500ppm 농도, 121㎥ 표준 설비에서 1년에 2~14톤을 없앨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정도로는 경제성이 없고 균주 개량과 배양기술 개발 등으로 메탄 제거 능력을 20배 늘린 설비를 만들어 지구촌 곳곳에 짓는다면 약 2억4000만톤의 메탄을 없앨 수 있다는 예측이다. 이는 지구 온도 상승 폭을 0.2℃ 가까이 줄일 수 있는 양이다. 물론 이 시나리오가 실현되려면 28차 총회 수준의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 미생물학자들이 목소리를 내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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