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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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비즈니스 협상이 성공하려면 마지막 단계에 상대에게 꼭 들어야 하는 두 마디가 있다.
이번 2030 세계박람회(EXPO·엑스포) 유치도 회원국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협상 과정이었다.
성공적인 협상을 위해서는 먼저 주요 협상대상 인물을 분석하고, 상대에게 필요한 것과 희망사항을 파악해야 한다.
이번 엑스포 유치전에서 우리의 협상 상대는 두 그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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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비즈니스 협상이 성공하려면 마지막 단계에 상대에게 꼭 들어야 하는 두 마디가 있다. ‘That’s good(좋습니다)’과 ‘Thank you(고맙습니다)’다. 협상 테이블에서 상대는 오로지 자신의 이익에만 관심이 있다. 상대의 관점과 입장에서 준비해 상대가 원하는 걸 갖도록 만들어야 협상이 잘 풀린다.
이번 2030 세계박람회(EXPO·엑스포) 유치도 회원국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협상 과정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119표 대 29표. 사우디아라비아의 압승이었다. 결과 발표 전 우리 언론을 통해 전달된 정부 측의 ‘박빙 예상’, ‘전세 역전 가능’ 등 발언을 돌이켜 본다면, 참패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도 유치단에는 근거없는 낙관론이 팽배했던 것으로 보인다.
애초에 엑스포 개최지로 유력한 후보는 부산이 아닌 사우디의 수도 리야드였다. 사우디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 2016년 사우디를 석유와 가스에 의존하는 국가가 아닌, 최첨단 IT기술과 글로벌투자의 메카로 탈바꿈시키는 ‘비전 2030′을 발표했다. 이번 엑스포를 전세계에 사우디의 변화를 과시할 수 있는 최적의 홍보수단으로 인식한 것은 당연하다.
유치 논리도 간단하고 분명했다. 우리에게 표를 주면 석유를 안정적으로 공급해주고, 약 780조 규모인 사우디 아라비아 국부 펀드를 통해 투자 유치를 지원하며, 경쟁국보다 좋은 조건에 다양한 사업기회를 갖도록 도와주겠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가 사우디의 오일머니를 상대로 유치권을 따 오기가 쉽지 않았다는 걸 이해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불리한 상황에 놓인 한국이 사우디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회원국의 관점으로 협상에 임했어야 한다. 성공적인 협상을 위해서는 먼저 주요 협상대상 인물을 분석하고, 상대에게 필요한 것과 희망사항을 파악해야 한다. 다음으로 상대의 강점과 약점, 상대의 협상 패턴을 알아야 한다. 분석이 미흡하거나 실패할 경우, 현대 협상에서 성공을 장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번 엑스포 유치전에서 우리의 협상 상대는 두 그룹이었다. 하나는 세계박람회기구(BIE)에 속한 182개국 정부이고, 또 하나는 투표권을 가진 국가별 투표 위원이다. 우선 회원국에는 한국에 투표해주는 대가로 경제·외교·국방 등 분야의 지원책을 제시해야 했다. 오일머니의 힘이 막강하지만, 사우디에는 석유·가스 이외에 산업기반이 전무하다. 이를 공략해 한국의 주요 기업과 비즈니스 투자 및 협력방안을 제시했다면 강력한 효과를 냈을 것이다.
투표위원에게는 산업 협력과 더불어 상대의 성향에 맞춘 선물을 제공해야 했다. 로비스트가 없는 한국에서는 각 기업들이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지난 1988년 우리나라가 올림픽을 개최했을 때도 투표권을 가진 위원들이 개최한 행사에 국내 기업들의 후원이 쏟아진 바 있다. 설사 투표권을 얻지 못하더라도 이런 노력은 기업들이 향후 사업을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한국은 회원국에 강력한 당근을 제시하지 못했고, 투표 위원도 공략하지 못했다. 그 결과 29표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도 얻을 수 있는 고정표만 확보한 수준이었다. 비단 엑스포 유치 실패를 넘어 정부의 외교 활동 전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초래할 수 있는 결과였다.
외교협상을 수행하는 모든 국가기관에 변화가 필요하다. 외교부를 비롯해 국가외교협상교육기관인 외교연수원, 외교정책의 수립과 진행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국정원 등의 총체적 역량 부족을 해결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문책성 개각을 넘어 국가 시스템 정비가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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