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혐오 이슈 해결 위해 남아 있는 과제는?

문원빈 기자 2023. 12. 5.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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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와 낭설이 난무한 현 시점에서 매듭지어야 할 5가지 아젠다

넥슨 '메이플스토리' 엔젤릭버스터 리마스터 뮤직비디오로 불거진 게임 내 혐오 표현 이슈가 젠더 갈등 및 사상 대립, 정치적 이익을 위한 용도로 일파만파 확장되고 있다.

이 과정 속에서 새로운 사실은 물론 사실무근 낭설이 난무하고 있다. 명확한 사실이어야 할 정보도 사실이 아니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대중 입장에선 어떤 것이 옳은지도 판단하기 힘든 상황에 이르렀다. 

대표적인 예시가 뿌리 스튜디오 2차 입장문이다. 11월 27일 장선영 스튜디오 뿌리 대표는 사건과 연관된 직원이 과거 SNS 글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퇴사했다고 밝혔다.

장 대표는 1주일 후 입장을 바꿨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장 대표는 김창섭 넥슨 메이플스토리 디렉터의 라이브 방송에서 강경 대응과 법무팀을 보내겠다는 메시지를 보고 직원의 신변 보호를 위해 퇴사시켰다는 입장을 전했다.

만약 보도가 사실이라면 대중들이 가장 믿고 볼 수 있는 공지도 거짓이었다는 의미다. 직원의 신변 보호를 위해 퇴사를 위장할 계획으로 2차 입장문을 게재했다면 왜 1시간도 지나지 않아 비공개로 전환했으며 이후 경위를 공식적으로 알리지 않았던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이외에도 의문점은 수두룩하다. 무엇보다 입장 변화에 따라 사건의 본질이 계속 희미해 진다는 것이다. 엔젤릭버스터 뮤직비디오 이슈는 하청 업체의 작업 결과물에서 혐오 표현으로 의심되는 장면이 포착됐고 심증만 있는 상황에서 '은근슬쩍 스리슬쩍'이라는 SNS 게시물이 방아쇠가 됐다는 사실이다.

이에 김창섭, 이원만, 금강선, 김용하, 김유하 등 국내 대표 게임 수장들은 게이머 불편을 조금이라도 일으킨다면 수정하는 것이 맞다고 선언했다. 설령 그것이 혐오 의도가 아니었어도 의미가 없으니까 수정해도 상관 없다는 의미다. 이 때 디렉터들은 그 불편을 남성 혐오 표현만이라고 지칭하지 않았다. 젠더 갈등, 정치적 성향, 이념, 사상 등 게임과 관계 없는 모든 것이 포함된다. 

넥슨은 사실 파악을 위해 확인 중으로 알려졌다. 이후 어떠한 결과로 흘러갈 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스튜디오 뿌리 2차 입장문 번복 보도로 진실은 더욱더 멀어진 가운데 증명해야 할 의혹들은 점점 쌓여가고 있다.

 

■ 최초 콘티 제작한 40대 남성 애니메이터

넥슨의 검수 과정에 어떤 문제가 있었을까?



지난 11월 30일 엔젤릭버스터 리마스터 뮤직 비디오 최초 콘티를 스튜디오 뿌리 측이 아닌 타 업체 40대 남성 애니메이터가 제작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보도에 따르면 이는 김 모 감독과 최 모 감독으로 알려졌다.

김 모 감독은 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작업 과정에서만 최소 4번의 검수 작업이 이뤄졌다. 넥슨 측도 8차례 이상 검사와 확인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소식이 전파되자 비난의 화살이 넥슨으로 향했다. 초기 주장했던 사실과 다르다는 의견이다.

한 익명의 애니메이터는 "당연히 넣을 수는 있다. 하지만 수많은 검수 과정을 거쳐야 하기에 통과하기가 까다롭다. 또한 집게 손은 워낙 자연스러운 손모양이라 프레임 단위로 캡처해서 확인하는 것도 큰 의미가 없다. 당사자가 그런 의도로 넣었다는 것을 자진해서 신고하지 않는다면 작업물만으로 판단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 모 감독 설명에 따르면 논란이 된 작업물의 담당자는 남성 애니메이터이며 넥슨 측의 검수를 통과했기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검수 통과가 만만치 않다는 것은 다른 애니메이터의 답변에서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넥슨이 밝혀야 할 것은 하나다. 현재 비공개로 전환된 수많은 영상에서의 문제점을 왜 검수 과정에서 왜 발견하지 못했는지 여부다. 그 과정에서 관리자가 검수를 소홀히 한 사실이 드러난다면 징계 절차로 해결할 수 있다.

다만 이는 사건의 근본적 원인이 아니다. 근본적 원인은 특정 혐오 표현을 마음만 먹으면 넣을 수 있고 당사자가 자진 신고하지 않을 경우 작업물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자진 신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최초 장본인으로 지목된 뿌리 직원은 "은근슬쩍 스리슬쩍 몰래 페미 해줄게"라는 내용을 자신의 SNS에 게재했다. 이 또한 의도가 어찌 됐던 간에 애니메이터가 말한 자진 신고에 엮을 수 있는 발언이며 이것이 게이머들의 불편을 야기하는 방아쇠가 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남성을 혐오하는 트윗 관련해 공감을 눌렀다는 것도 사실이다.

추가로 엔젤릭버스터 리마스터 뮤직 비디오 외 수많은 영상이 문제로 떠올랐고 게임사는 이를 수정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을 김 모 감독과 최 모 감독이 담당하지 않았다. 두 감독의 커리어가 대단할 순 있어도 각 제작물 담당자의 마음을 정확하게 꿰뚫어 볼 순 없다.

즉 게임사가 현 상황을 남녀 갈등 이슈로 유도한다는 주장 자체가 넌센스다. 그 어떤 혐오 표현과 무엇이든 혐오를 유추할 수 있는 표현 자체를 게임 속에 넣지 말자는 것이 본질이다. 

 

■ 기자회견 전 칼부림 예고 게시물

조회수 4로 보도될 수 있을 만큼 주목 받은 게시물 정체는?



28일 양대 노총과 여러 시민단체는 판교 넥슨 사옥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한국여성민우회는 "넥슨이 부적절한 표현이 포함된 이미지를 두고 게이머들에게 사과하자 게임 문화 속 페미니즘 혐오몰이다"고 규탄했다. 

해당 기자회견이 원활하게 진행되진 않았다. 자신들의 주장을 내세운 이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영상을 촬영하는 게임 전문 유튜버 G식백과 김성회에게는 이상한 사람이라고 지칭하며 경찰 측에 제지를 요청했다.

이 때 기자회견보다 초점을 맞춰야 할 사건이 한 가지 있다. 경기북부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따르면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집회 참가자들에게 칼부림하겠다고 위협하는 내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물은 신속히 삭제됐다.

당시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특공대를 비롯한 경찰관들이 배치됐다. 다행히 우려한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게시글 게재 이후 마치 기다렸다는 듯 보도됐다. 최근 묻지마 칼부림 사건이 많았으니까 언론에서도 주시했을 가능성이 없진 않다. 하지만 익명 커뮤니티에서의 게시물이다. 지금껏 비슷한 유형의 게시물이 수없이 화제가 됐고 조작 사례도 많다.

언론에서 보도된 내용의 증빙 스크린샷을 보면 조회수가 단 4다. 조작이 아니라면 수많은 이용자가 열람하는 익명 사이트에서 우연히 게시물을 발견해 보도했다는 것 외에는 설명이 안 된다.

우연이든, 조작이든 해당 게시물은 인력적 손실, 공포감 조성과 연계된다. 수사 기관은 매번 따라다녀야 하며 사람들이 대거 모일 때마다 혹여나 들이닥칠 수 있는 상황에 긴장하고 있어야 한다.

지난 11월 9일 검찰은 최근 6개월 동안 지자체 공무원들을 해치겠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인터넷에 게재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40대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익명 커뮤니티에 작성된 게시물이라 판별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이번 건도 작성자를 색출해 처벌할 필요가 있다.

 

■ 위기 모면 위한 스튜디오 뿌리 2차 입장문

스튜디오 뿌리 측의 확실한 입장 표명은 언제?



지난 11월 27일 장선영 스튜디오 뿌리 대표는 사건과 연관된 원화가가 잘못을 인정하고 퇴사했다고 밝혔다.

장 대표는 얼마 지나지 않아 2차 입장문의 내용을 180도 번복했다. 그는 "뿌리 전체 매출 80%가 넥슨과 넥슨 계열사에서 창출된다. (김창섭) 디렉터가 강경 대응 메시지를 내고 법무팀을 보내겠다고 하는 상황에서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었다. 칼부림과 같은 끔찍한 사건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안전을 위해 당사자와 합의한 뒤 2차 입장문을 올렸다"고 했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왜 1차 입장문에서 앞서 언급된 40대 애니메이터를 언급하지 않았을까. 2차 입장문에서도 40대 애니메이터 관련 내용은 없었다. 게다가 뿌리 스튜디오 1차 입장문에서는 마치 원화가에게 잘못이 있다는 듯 모든 영상 작업에 참여하지 않을 거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IT 노조 김 모 부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매출 비중을 공개하지 않겠지만 스튜디오 뿌리 재무 구조가 악화되지는 않을까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전했다. 이 또한 장 대표 코멘트의 보도 내용과 다르다.

아직 공식적으로 공개된 내용은 아무 것도 없다. 확실한 정보 제공을 위해 스튜디오 뿌리 측이 새로운 입장문으로 상황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다만 공식 입장을 대변하는 게시물도 위기 모면을 위한 거짓이라고 보도된 상황에서 새로운 입장도 믿음을 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 외압으로 담당자 퇴사 조치

넥슨이 실제로 하청에 부당한 지시를 내렸는가?



담당자 퇴사는 거짓으로 밝혀졌지만 넥슨이 하청업체 직원을 해고하라고 압박했다면 그 또한 문제가 된다.

하지만 장 대표가 언급한 김창섭 넥슨 메이플스토리 디렉터 발언을 살펴보면 혐오 사상 자체가 게임에 녹아드는 것을 막고 필요하다면 회사 차원 조치를 하겠다고 명시했을 뿐이다.

이는 다른 게임 디렉터들도 마찬가지다. 게임에 악영향을 미치는 혐오 표현을 근절하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며 회사 차원 조치는 잘잘못이 명백히 가려졌을 경우 혹은 사건의 진실을 반드시 파헤쳐야 할 경우 진행하겠다는 의도다.

게임사가 고객의 피드백에 반응하는 것은 당연하다. 게임의 주인이 게임사일 수 있어도 그 주인을 만드는 주체는 게이머들이다. 법적 대응을 하지 않아도 고객들이 불편을 느끼니까 협업 관계를 끊을 수 있는 이유는 충분하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익명의 넥슨 직원은 "넥슨은 여성, 남성 혐오를 포함해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를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맹목적으로 타인을 혐오하고 그것을 드러내는 것에 부끄러움도 느끼지 못하며 몰래 표출하는 것에 희열을 느끼는 사람들을 단호히 반대한다. 누가 작업했는지가 왜 중요하는가. 넥슨이 언제 여성을 혐오한다고 했는가. 강압을 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해당 직원이 현직자인지, 퇴직자인지는 확인할 수 없으나 실제로 넥슨이 지금껏 게재한 공지문이나 라이브 방송에서의 발언들을 살펴보면 특정 성별을 노골적으로 혐오하거나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즉, 넥슨이 스튜디오 뿌리에게 입장문을 종용하거나 관련 원화가를 퇴사하라고 압박했다는 주장은 아직까지 사실무근이다. 사실 관계를 명확하게 구분하기 위해 넥슨의 공식 입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 블루 아카이브에서 제기된 형평성 이슈

새롭게 지적된 이슈에는 어떻게 대처할까? 



지난 11월 넥슨게임즈 '블루 아카이브' 이벤트 스토리 내 캐릭터 대사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아리스의 "무엇보다 지금은 새벽 5시 23분이니까요"라는 대사다. 

사실 일반인 입장에선 이것이 무슨 문제인지 알 수 없다. 기자도 제보를 받았을 때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알고 보니 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일인 5월 23일과 연관 지을 수 있다. 일베에서 자주 활용하는 주제라 논란으로 이어진 것이다.

해당 스토리에서 캐릭터들의 대화가 이뤄진 시간은 5시 20~27분 사이다. 이를 감안했을 때 5시 23분은 충분히 거론될 수 있는 시간이다. 단순히 우연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일본 내수판에는 없는 한국 내수판만의 내용이라는 사실을 문제삼았다. 확인 결과 일본 내수판에서는 시간 흐름 자체를 명시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대사 중 5시 23분이 제외됐다.

사실을 파악하기 위해 먼저 블루 아카이브 개발 프로세스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블루 아카이브는 일본 내수판 서비스를 먼저 시작했지만 한국어 스크립트를 우선 개발한다. 이를 요스타가 받아서 현지화 작업에 착수하는 구조다. 즉, 한국 내수용 스크립트가 원문이라는 의미다.

다만 시나리오 디렉터가 전혀 의도하지 않고 만들었어도 충분히 의심할 수 있는 표현이다. 스토리를 살펴보면 굳이 5시 23분으로 지정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의미가 없으니까 5시 24분으로만 수정해도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현재 게임사는 게임 내외 콘텐츠에서 조금이라도 의심되거나 불편을 초래하는 게 있다면 전면 수정 중이다. 해당 내용이 그대로 남아 있다면 블루 아카이브를 자세히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계속 와전될 수 있다. 게임톡이 문의한 결과 넥슨에서도 이를 방지하기 위해 수정을 논의하는 단계인 걸로 확인됐다.

moon@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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