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빈, 못하는 걸 가장 못하는 배우..'우영우'→'무디바' 도장깨기 ing [인터뷰 종합]

박소영 2023. 12. 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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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박소영 기자] 31살 배우 박은빈의 연기 행보는 찬란하다. 아역으로 데뷔해 어려운 사극 연기도 척척 해냈고 성인으로 성장해서는 스포츠 드라마, 음악 드라마 장르를 가리지 않았다. 심지어 남장 여자 캐릭터,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변호사, 춤과 노래를 소화하는 가수 연기까지 해냈다.

하지만 스스로는 ‘도전의 아이콘’이 아니라고 한다. 그저 피로감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과 자신의 선택에 최선을 다할 뿐. 그럼 ‘성실의 아이콘’은 어떨까? 1996년 아동복 모델로 데뷔해 연기를 시작한 후 27년 동안 성실하게 쌓아온 필모그래피가 그 누구보다 화려하고 풍성하다.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매김한 박은빈은 ‘스토브리그’, ‘연모’,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전성기를 맞은 후 tvN ‘무인도의 디바’를 선택, 가수 지망생 서목하 역으로 다시 한번 자신의 진가를 발휘했다. 이번엔 가수 뺨치는 가창력까지 뽐내며 ‘역시 박은빈’이라는 찬사를 이끌어냈다. 못하는 걸 제일 못하는 배우, 박은빈을 OSEN이 만났다.

다음은 박은빈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후 ‘무인도의 디바’를 차기작으로 고른 이유?

작년은 제가 살아온 인생 중 가장 스펙타클한 한 해였어요. 많이 주목해 주신 만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부담을 스스로 짊어지기보다는 비워내고 가벼워지고 싶은 마음이 컸죠. 목하한테 힘을 얻고 싶어서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됐어요. 박은빈이 할 수 없었던 것들, 어려운 것들을 목하라면 좋은 에너지로 타파해 줄 것 같았거든요. 목하가 무인도에서 15년간 철저한 고립에서 얻은 지혜를 저도 얻고 싶었죠. 어떤 시간을 버텼는지, 어떤 디바가 될지, 디바가 될 수 있을지 궁금하기도 했어요. 목하가 우상인 란주(김효진 분)한테 한 얘기들이 저한테도 와닿았죠. 목하를 연기하면서 저도 목하한테 힘을 얻었답니다.

-가수 지망생 서목하를 연기하며 듣고 싶었던 반응이 있었다면?

목하는 노래를 잘하는 친구라 제가 제 목소리를 들려드려드리겠다고 한 이후엔 몰입을 깨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소박하지만 매우 큰 바람이 생겼어요. 많이 힘들었지만 다행히 제가 배울 때 습득력이 빠른 편이고 잘 알아듣는 편이라 어떻게 하면 빠른 길로 갈 수 있는지 배웠죠. 음악은 단기간에 좋아지기 참 어렵더라고요. 다시 돌아와도 이 이상은 못할 만큼의 최선을 다하자는 일념 하나로 저 포함 모든 음악팀이 최선을 다해 영혼을 갈아넣었어요.

-얼마나 연습을 했을까요?

1월 중순부터 하루에 3시간씩 6개월간 총 43번 레슨을 받았어요. 1월부터 3월까지는 촬영 시작 전이라 집중적으로 기타랑 노래 발성을 배웠고요. 4월부터는 촬영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없어져서 7월 말 녹음을 시작하며 프로듀싱을 받았는데 실력이 늘었더라고요. 그냥 노래할 때랑 작곡가들이 원하는 노래는 다르더라고요.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며 빠르게 지름길을 찾으며 시간을 거쳤죠. 짧게는 4시간, 길게는 7시간씩. 최대 10시간씩 녹음을 했어요. 녹음실에서 있었던 일들이 디바 도전기 아닌가 음악감독들이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였죠(웃음).

-가수 연기는 어땠나요?

고단했죠(웃음). 제가 직업적 체험을 위해 도장깨기를 하는 건 아니지만 가수는 재능 있는 분들이 발을 들이는 거잖아요. 저는 연기자라 그 영역을 잘 해내야 하니 어려웠어요. 가수들이 대단한 노력을 해서 데뷔했구나 싶더라고요. 어쨌든 제가 직접 하기로 했으니 제 결정에 최선을 다할 뿐이었어요. 실제로 제일 어려운  노래는 ‘그날 밤’이었어요. 어쿠스틱 노래는 감정을 가득 실어서 불러야 하고 기타랑 노래하기 어렵더라고요. 누구나 인정할 만한 결과가 돼야 하니 모두의 귀를 사로잡을 실력이 내가 될 수 있을까 좌절을 크게 했죠. 마지막으로 부른 ‘플라이 어웨이’ 곡도 쉽지 않았어요. 다른 곡들도 다 어려웠고요. ‘썸데이’는 무인도에서의 서사가 스쳐지나갈 만한 노래였는데 역시나 그걸 표현하며 노래하기 어렵더라고요.

-심지어 사투리 연기까지 소화해야 했어요.

사투리 연기 자체를 처음 해봤는데 어떻게 말을 하는 게 좋을지, 어떻게 시작하는 게 좋을지, 동향인들에게 물어봤어요. 생각보다 동향인들끼리도 말투가 다 다르다고 세부적으로 지역, 나이, 성향마다 다르다더라고요. 관대하게 말해줘서 힘을 얻었어요. 사투리 또한 사람과의 소통이니까 목하만의 정서를 담아서 편하게 목하의 마음을 담아 보낸다는 마음으로 입을 떼었죠. 사투리가 아닌 서울말을 썼다면 구수함이 덜했을 듯해요. 다만 본질은 놓치지 않으려고 했죠. 내가 할 수 있는 마음을 잘 담아내면 사투리에 담기겠구나 싶은 마음으로 했어요.

-힘들고 도전하는 작품에 끌리는 건가요?

도전의 아이콘이 되고 싶은 마음 전혀 없어요. 배우로서 지향하는 바는 피로감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 뿐이에요. 도전을 한 결과 때문에 열심히 노력했구나 알아주셔서 감사하긴 한데 꼭 알아주시지 않아도 저는 괜찮아요. 배우로서 제가 맡은 바 소임을 다하는 것일 뿐, 대중은 재밌게 소비해주시면 그것도 제겐 괜찮은 보상인데 그 너머에 있는 노력까지 알아봐 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죠. 도전보다 안정을 좋아하는 성격이고 불가능한 것에 도전하진 않아요. 나름의 기준, 해 볼 만하다는 것에 출사표를 던져왔죠. 제 선에서 괜찮을 것들을 하려고 합니다.

-도전에 따른 결과가 늘 좋은 비결은 뭘까요?

‘우영우’처럼 배우 인생에 신드롬이라 부를 일이 얼마나 있을까 싶어요. 그렇지만 ‘우영우’를 기준으로 앞으로의 작품들을 비교하고 싶진 않아요. ‘무인도의 디바’를  결정할 때도 안 그랬거든요. 그때 당시 하고 싶은 것들, 흥미가 가는 것들에  충실해보려고 하죠. 결과가 항상 좋았던 것만은 아닌데 좋은 걸 생각헤주셔서 감사해요. 피로감을 주지 않고 싶다는 마음과 비슷한 결로 제가 하고 싶은 걸 해왔는데 좋아해주시는 결도 비슷했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그렇게 쭉 할게요. ‘우영우’랑 비교군이 생긴다는 건 그만큼의 인생작이라는 거겠지만 제 인생은 앞으로 나아가고 있으니 새로운 인생작, 인생캐를 만들어 볼게요. 옳은 방향으로 가다 보면 언젠가는(웃음).

-목하에게 란주처럼, 본인도 누군가의 열렬한 팬인 적 있었나요.

목하가 란주한테 보내는 마음은 사랑이라 표현했어요. 저는 그런 사랑을 팬들에게 느끼고 있죠. 작년에 아시아 투어 하면서 다른 나라의 팬들, 언어와 나라가 달라도 보내준 눈빛과 마음, 표현하는 말들에서 숭고함을 느꼈거든요. 그런 마음들을 배운 만큼 목하에 잘 넣고 싶었어요. 란주를 사랑하는 만큼의 우상이 제게 있진 않았지만 느낀 것들을 잘 표현하고자 했죠. 이제 대중의 사랑을 가깝기 받게 됐는데 그 이전부터의 오래된 분들이 기억나더라고요. 15년 전 란주와 목하처럼요. 오래된 팬들도 나를 자랑스러워 해줄까 생각했어요. 사람의 마음이 한결 같다는 것, ‘나 아닌 누군가를 온전히 응원한다는 건 어려워. 대단한 사랑이라고’ 이런 내레이션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박은빈에게 팬들이란 어떤 존재인가요?

팬들에게 할 수 있을 때 잘하자는 마음이 커요. ‘있을 때 잘해’라는 노래처럼요(웃음). 영원한 건 없겠지만 한결 같음을 보여줄 때 저 역시 최대한 보답을 하고 싶어요. 할 수 있을 때 최대한의 사랑을 보여드려야 좀 더 잘할 걸 후회하지 않을 테니까요. 저란 사람을 좋아했다는 걸 좋은 추억으로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사실 이 작품을 하기로 결정했을 때부터 (팬미팅이란) 큰 그림을 그렸어요(웃음). ‘무인도의 디바’가 끝나고 디바의 레퍼토리를 다 보여드릴 수 있는 건 이번이 마지막이지 않을까 싶네요. 1월 6일 팬미팅을 열심히 준비하고 있답니다.

/comet568@osen.co.kr

[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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