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당 장악력 높일수록 분당 높아지는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 文정부 시절 총리 만나며 정치행보
이재명 지지세 높지 않은 호남 중심으로 신당 가능성
실제로 신당 창당으로 이어질지는 '더 두고봐야'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총선 120여일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극심한 내분을 겪고 있다. 이재명 당 대표의 팬덤정치에 반대하는 원내·원외 인사들이 정치 세력화를 도모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2016년 총선 전 ‘새정치민주연합 분당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그때도 문재인 당시 대표에 대한 리더십·팬덤정치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높았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오는 7일 중앙위원회를 열어 전당대회 내 권리당원의 표 가치를 높이는 방향의 당헌 25조 개정안을 확정한다.
현행 규정(전당대회 기준)은 대의원 30%, 권리당원 40%, 국민 25%, 일반 당원 5% 비율이다. 개정안은 국민과 일반 당원을 합쳐서 30%로, 대의원과 권리당원은 70%로 정했다.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전당대회 표 반영 비율은 20대 1 미만으로 조건을 달았다. 대의원 1표가 권리당원 60표에 해당하는 현행 규정을 바꾼 것이다.
이 같은 변경 추진에 비명 의원들은 반발했다. 20대 국회에서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냈던 홍영표 의원은 5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당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분들이 주로 대의원을 맡고 있다”며 “장점을 무시한 채 특정 세력의 목소리 강화를 위한 대의원제 흔들기는 단호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당내 개딸(이재명 대표 극렬 지지자) 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이에 따른 이 대표의 친정체제 강화를 우려한 것이다.
대의원제 개편에 더해 공천룰을 변경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비명계 의원들은 반대하고 있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8월 김은경 혁신위가 제안한 공천룰 변경안 적용을 고민하고 있다. 지난 8월 김은경 혁신위는 3선 이상 의원에 페널티를 부여하는 안을 제안했다. 그때도 비명계 의원들은 ‘공천학살’을 우려했다.
홍 의원은 “공천룰은 총선 1년 전 확정해 총선을 앞둔 시기 당내 갈등과 잡음이 벌어지지 않도록 유지했다”면서 “공천이 임박한 시기에 당의 원칙을 무너뜨리는 시도는 혼란만 가중한다”고 주장했다. 대의원 권한 완화와 공천룰 변경 모두 이 대표의 장악력을 높이는 결과를 낳는다.
반 이재명 연대, 정치 세력화
이 대표의 당 장악력이 높아지는 사이 이 대표를 반대하는 모임도 정치 세력화를 하고 있다. 이달 들어서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주목받고 있다.
신당 창당 작업도 가시화됐다. 이 전 대표는 신당 창당과 거리를 두고 있지만 이 전 대표 측근들과 지지자들은 이미 작업 중이다. 이 전 대표를 지지하는 ‘민주주의실천행동’은 이달 들어 예비당원을 모집하고 있다. 이들은 직접 논평까지 내며 민주당 지도부를 비판하고 있다.
지난 3일 민주당을 탈당한 이상민 의원은 신당 연대의 구심점을 자임했다. 국민의힘 입당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지만, 금태섭·양향자 신당은 물론 이준석 신당 등이 연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을 비판하며 혁신계를 자처하는 민주당내 ‘원칙과상식’도 정기적으로 포럼을 열고 있다. 현 민주당 지도부를 겨냥한 행사다. 정치권에서는 이낙연 전 대표와의 연대도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전 대표가 호남 정치인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호남 기반 정당의 재출현도 점치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호남 내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 지지가 그렇게 높지 않다”면서 “전통민주당을 부활한다는 명분이 충분히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 주축이 이낙연, 김부겸, 정세균이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물론 민주당이 쉽사리 분당사태로 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엄경영 시대연구소 소장은 “이 전 대표는 대통령 빼고 다 해봤지만 본인 독자적으로 당을 만들거나 이끌어본 적이 없다”면서 “신당 창당보다는 본인의 존재감을 늘리는 것에 더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김유성 (kys4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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