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읽기] 지역사회 의료·간호·돌봄의 코디네이터 필요
(서울=뉴스1) = 우리나라는 초고속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장기요양보험의 재정 악화 등 사회적 부담의 급증과 더불어 노인 삶의 질 저하 등이 주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2022년 상반기 총 장기요양보험 급여비는 6조928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3.7% 증가하였으며, 거동 불편 시 노인의 68.6%가 시설이 아니라 본인이 살던 집에서 지내기를 선호하지만 현실적으로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두 문제는 하나의 원인에 기인한다. 바로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가 가족 돌봄이거나 병원 중심의 치료라는 이분법적인 구조적 한계를 지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도 하나인데 바로 지역사회 중심의 통합적 보건의료체계를 확립하는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이를 통해 집과 지역사회에서 노년을 보내도록 하는 이른바 'Aging in Place'의 정책을 추진해 왔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를 겪고 있는 일본은 일찍이 이를 정책화하여 추진해왔다. 일본은 1980년대 후반부터 장기요양보험인 '개호(介護, 간병과 수발)보험'을 통해 지역사회 중심의 주요 개호서비스를 정비하여 제공하고 있다. 이어 2005, 2011, 2014년 '개호보험법' 개정을 통해 단카이세대(團塊世帯, 전후 베이비붐 세대)가 후기 노인이 되는 2025년까지 지역사회에서 24시간 돌봄이 가능한 연속적, 순환형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여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를 규정하였다. 이중 '지역밀착형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지역의 실정에 따라 고령자가 정들고 익숙한 지역에서 자립적인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의료, 개호, 개호예방, 주거 및 일상생활 지원 등 다양한 서비스가 포괄적이고 원스탑으로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체계 내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인력은 재택간호 인력이다. 최근의 통계에 의하면 여러 서비스의 형태 중 증가 추세에 있는 유형은 '간호 소규모 다기능형 거택개호'로 재택방문 간호서비스의 필요도를 반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가정 전문간호사 제도, 노인장기요양보험 통합재가서비스 제도, 지역사회 통합돌봄 제도, 찾아가는 보건복지 서비스 제도, 방문건강관리사업 제도, 서울케어-건강돌봄팀 제도 등 다양한 재택방문 간호서비스가 시도되어 왔다. 하지만, 지역사회 의료-간호-돌봄서비스는 서비스 제공 주체와 전달체계가 단일화하지 못한 상태에서 분절적으로 제공되면서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서비스 단절 및 중복의 문제, 이용자 입장에서의 혼란, 도덕적 헤이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우리는 일본처럼 지역사회에서 노인을 위한 통합적인 원스탑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어떤 점을 해결해야 할까?
우선, 우리나라는 이를 제공하는 서비스 주체가 분절되어 있다. 중앙정부 및 관련 보험자, 의료서비스 공급자의 제도 설계 권한과 의사결정이 가장 근본적인 역할을 하지만 지역사회 차원에서는 현행의 파편화되어 있는 지역사회 서비스 체계를 통합적으로 운영해야 하는 책임 주체는 부재하다. 중앙부처 내부에서의 보건의료와 복지의 영역 간 단절은 지자체와 현장 차원에서 단절적인 서비스 행태의 한계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앙집권적인 전달체계이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이라는 동일 보험자에 속한 재원이면서도 국민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이 분리되어서 운영되는 것도 지역사회에서의 서비스 전달체계의 통합성, 연속성과 시의성 및 접근성을 저해하는 근본 요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등급 사정 및 케어 플랜, 서비스 평가를 수행할 수 있는 주체로서 보건복지부 또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지역 지사를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로 전달체계의 문제이다. 이용자 중심으로 연속적이고 통합적인 의료-간호-요양서비스의 전달체계의 핵심에는 의료 및 돌봄서비스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방문간호 서비스 전달체계의 구축이 관건이다. 방문간호사는 서비스 이용자를 가장 자주 만나고 필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전문가로서, 개인 수준의 케어 플랜과 코디네이터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의사,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등과 함께 협력하며 사례관리(case management)를 주도적으로 담당할 필요가 있으며 이용자별 특정한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서비스 계획과 자원 활용의 책무를 담당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의사-간호사 또는 의사-간호사-이용자 간의 원격의료가 법적으로 허용될 필요가 있다. 여전히 의사와 간호사가 동일 의료기관에 소속되어 있어야만 원격의료가 가능한 '의료법'으로 인해 실제 간호를 위한 방문이 이뤄져도 이용자에게 요구되는 서비스 제공에 한계가 크다. 따라서, 의사-간호사 또는 의사-간호사-이용자 간의 원격의료를 가능하게 법제도를 수정하여 방문간호 시 의사가 원격으로 방문간호사와 협력하여 진단 또는 상담을 하고, 방문간호사를 통한 간단한 처치가 가능하게 할 필요가 있다.
재정의 문제가 남았다. 현재 지역사회 서비스 전달체계의 파편화의 구조적 원인은 조세 및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으로 나눠진 재원의 분리이므로, 중장기적으로는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을 현재와 같이 중앙집중적 재원 조달을 하되, 광역 지자체 단위로 주민들의 위험을 고려한 재원의 총액을 배분하는 시스템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지역사회 중심의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개별 사업의 추가나 개선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보다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차원에서의 법과 제도의 변화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 초고령사회 대응을 위해 국민이 노인이 되어서도 자택이나 지역사회에서의 거주하도록 하여 안심하고 기존의 시간, 공간, 관계를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개혁과 변화가 절실하다.
/허종호 국회미래연구원 삶의질데이터센터장
※미래읽기 칼럼의 내용은 국회미래연구원 원고로 작성됐으며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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