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 중국과 2인칭으로 대화하려면

2023. 12. 5.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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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부터 중·유럽연합(EU) 정상회담이 열린다.

정작 우리와 함께 중국에 대한 3인칭 대화를 나눈 파트너였던 미국, 일본, EU는 모두 중국과 양자회담을 열며 2인칭으로 대화하고 있다.

특히 이번 APEC 정상회의에서 우리가 거듭 강조한 자유무역 정신의 수호와 다자무역체제의 복원이라는 입장은 중국과의 2인칭 대화 의제를 구성할 좋은 돌파구이자 출발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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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EU 등 주요국과 외교 활발
한중 회담 지연 우려 크지만
시점보다는 의제가 더 중요
경협논의는 기업 부담될 수도
다자무역 등 글로벌의제 필요

7일부터 중·유럽연합(EU) 정상회담이 열린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중국을 방문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APEC 정상회의 기간 11월 15일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17일에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했다. 11월 6일에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도 정상회담을 했으니, 한 달 사이에 호주, 미국, 일본, EU 등 주요 갈등 당사자들과 연달아 정상회담을 하는 셈이다.

중국과 주요국들 사이의 활발한 외교 행보를 보며 한중 정상회담 지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중 간에는 2017년 12월 이후 만 6년 동안 정상의 상호 방문이 없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동안 양국은 어느 때보다 극적이고 묵직한 메시지들을 많이 교환했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여러 차례의 한미 정상회담, 한국이 초청받은 2021년과 2023년의 G7 회의, 최근의 한·미·일 정상회의 등 계기를 통해 한국은 미국 등 선진국 그룹과 가치를 공유하고 이들과의 동맹 구조에 참여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미국이 주도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참여하고 한국형 인태전략도 발표했다. 그 인태전략과 가치동맹의 타깃이 중국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즉 양자회담 없이도 우리는 중국에 그동안 많은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 과정에서 남중국해나 대만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의 입장을 표명했다. 그때마다 중국의 반발이 이어졌다.

문제는 이러한 메시지들을 너무 오랫동안 2인칭이 아닌 3인칭 형식으로 주고받았다는 것이다. 서로 눈을 마주 보며 나누는 대화가 아니라, 옆집 사람과 '너도 좀 들으라는 듯이' 나눈 얘기들이다. 안 하던 얘기를 갑자기 온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화제로 삼으면 부부 사이에도 오해와 갈등이 생긴다. 정작 우리와 함께 중국에 대한 3인칭 대화를 나눈 파트너였던 미국, 일본, EU는 모두 중국과 양자회담을 열며 2인칭으로 대화하고 있다.

한국도 이제 중국과 2인칭으로 대화할 시점이다. 그러려면 준비가 필요하다. 그동안 던진 메시지들을 식언(食言)하지 않으면서도 상대가 기꺼이 대면에 나설 판을 깔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의제(議題) 설정이 중요하다. 만나서 무슨 얘기를 할지 불확실하면 적극적으로 호응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양자 간의 첨단 산업 협력이나 대규모 상호 투자를 주요 의제로 삼을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다. 요즘같이 지정학적으로 복잡한 상황에서 자칫 기업들에 큰 부담이 된다.

우선은 그동안 나온 3인칭 메시지들을 2인칭으로 재정리해야 한다. 남중국해나 대만 문제가 왜 우리에게도 중요한 이슈인지 분명히 전달하고, 중국 견제의 대세에 우리가 어디까지 참여할 것인지 선도 그어줘야 한다. 올해 들어 미국과 EU가 디리스킹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중국에 제시한 것도 다 그런 목적이다. 다음으로는 중국과 함께할 수 있는 글로벌 협력 의제를 제시해볼 수 있다. 특히 이번 APEC 정상회의에서 우리가 거듭 강조한 자유무역 정신의 수호와 다자무역체제의 복원이라는 입장은 중국과의 2인칭 대화 의제를 구성할 좋은 돌파구이자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뉘앙스는 다를지 몰라도 중국도 항상 국제 무대에서 강조해 온 바이기 때문이다. 이는 그 자체가 보편적 가치이기도 하지만, 우리 인태전략이 밝히고 있는 것처럼 개방형 통상국가로서 우리의 경제적 이익과도 잘 부합한다. 나아가 서로의 이해만 맞는다면 중국과도 얼마든지 글로벌 가치와 파트너십을 논의할 수 있다는 개방성, 자율성, 자신감을 보여주는 의미도 크다. 한중 정상회담은 시점보다 의제가 중요하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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