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형제의 난

심윤희 기자(allegory@mk.co.kr) 2023. 12. 5.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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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위 계승권을 두고 형제간 피 튀기는 싸움을 벌인 사례는 셀 수도 없이 많았다.

조선시대 대표적 형제간 권력 다툼으로는 이방원이 주도한 '왕자의 난'을 꼽을 수 있다.

현대그룹에서 2000년 정주영 명예회장 말년에 후계자 자리를 둘러싸고 벌어진 형제간 다툼은 경영권 분쟁의 원조 격이다.

2021년 당시 조 명예회장이 지분 23%를 차남인 조현범 회장에게 블록딜로 넘기면서 형제간 다툼이 종식되는가 싶었는데 재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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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위 계승권을 두고 형제간 피 튀기는 싸움을 벌인 사례는 셀 수도 없이 많았다. 조선시대 대표적 형제간 권력 다툼으로는 이방원이 주도한 '왕자의 난'을 꼽을 수 있다. 이방원은 태조 때 세자인 동생 방석과 정도전 등 반대 세력을 제거하는 '제1차 왕자의 난'을 일으켰다. 이어 정종 때 형인 방간과 세자 자리를 놓고 충돌을 벌인 '제2 왕자의 난'에서도 승리해 마침내 왕위를 넘겨받았다.

현대판 왕자의 난은 권력 싸움이라기보다는 '쩐의 전쟁'이다. 경영권을 차지하려는 재계 일가의 형제의 난은 잊을 만하면 터지고 있다. 현대그룹에서 2000년 정주영 명예회장 말년에 후계자 자리를 둘러싸고 벌어진 형제간 다툼은 경영권 분쟁의 원조 격이다. 장남 정몽구 회장과 5남 고 정몽헌 회장의 분쟁으로 가족 간 깊은 골이 패였고, 현대가가 분할되는 결과를 낳았다.

형제가 경영권을 승계하는 전통이 있었던 두산그룹에서도 2005년 형제의 난이 벌어졌다. 차남인 박용오 전 회장이 동생의 회장 취임에 반발해 검찰에 그룹의 비리를 고발하고, 박용성 회장이 이에 반박하면서 형제간 분쟁은 진흙탕 싸움으로 번졌다. 결국 형제들을 고발한 박용오 전 회장이 가문에서 제명됐다. 롯데그룹도 2015년 장남 신동주·차남 신동빈 회장 간 경영권 다툼이 벌어졌고, 그룹 내 입지나 권한이 강했던 신동빈 회장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아워홈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과 막내 구지은 부회장의 '남매의 난'도 진행형이다.

한국앤컴퍼니그룹(한국타이어)의 형제의 난도 재점화되는 모양새다. 조양래 명예회장의 장남인 조현식 고문이 5일 사모펀드 MBK와 손잡고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 지분 공개매수에 나서면서다. 2021년 당시 조 명예회장이 지분 23%를 차남인 조현범 회장에게 블록딜로 넘기면서 형제간 다툼이 종식되는가 싶었는데 재발한 것이다. 승계 과정에서의 형제간 다툼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각종 치부가 드러나면서 기업 이미지 추락도 심각하다. 돈이 피보다 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승계 '막장 드라마'는 이제 끝낼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심윤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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